물론 박부총재가 영남권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지지를 얻고 있다면, 지난 대선 직전 탈당, 국민신당 창당을 통해 후보로 출마한 뒤 500만표라는 지지를 얻은 이인제(李仁濟) 민주당고문의 위력을 재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박부총재의 정치적 자산인 ‘박 전대통령의 후광’이 4년 후에도 다시 발휘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더군다나 박부총재의 지지기반인 영남은 지난 대선에서의 경험 탓에 ‘제2의 이인제’ 출현에 극도의 거부감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나 여권을 포함, 한나라당 외의 제(諸)세력들을 망라하는 단일후보로 출마하게 된다면 이총재 대세론에 맞설 수도 있다. 이 경우 이총재가 영남권에서 소극적인 지지에 머물고, 반면 박부총재는 유력한 영남후보로 상승세를 탄다면 반DJ정서를 극복할 개연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한나라당내 영남권 의원들의 연쇄 탈당사태를 초래, 대선정국을 일거에 반전시킬 수도 있다.
박부총재가 탈당을 통해 대선에 뛰어들 경우 이총재에게는 적지않은 부담을 주게 될 것이란 점에 대해선 정치권이 대체적으로 수긍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이총재 측에서는 그를 붙잡기 위해 갖은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실제로 이총재의 한 측근인사는 “박부총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어떻게든 끌어안아야 하는데 그렇다고 그가 요구하는 것을 모두 들어준다는 것도 무리이고… 당내 반발도 있는데…”라고 고민을 털어놨다.
이런 고민은 역으로 박부총재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탈당이라는 모험을 택한다고 해도 그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상황에서 그렇다고 그냥 주저 앉아 있다간 계파나 동조세력도 변변히 없는 상황에서 정치적 장래에 대해 확신을 갖기가 어렵다.
물론 강공으로만 일관할 경우 자칫 당내 잔류의 명분을 잃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는 만큼 이총재 측과 극적인 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인 듯 정치권의 한 인사는 박부총재의 행보를 두고 ‘벼랑끝 전술’로 규정했다. 즉 “자신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도 그리고 이를 토대로 한 영남권 후보론 등을 무기로 이총재를 한껏 몰아붙임으로써 당내 입지를 최대한 확보하려 할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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