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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는 정치적 거래 대상 아니다

한국식 인사청문회, 이대로 좋은가

총리는 정치적 거래 대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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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사청문회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우리 사회의 내로라하는 지도층 인사 두 사람이 청문회의 검증대에서 낙마하고 말았다. 청문회는 민심을 움직였고 민심을 좇아 국회는 이들의 인준을 거부했다. 뜻하지 않은 청문회의 파괴력에 정치권도 국민들도 어리둥절하고 있다. 까다로운 통과의식 청문회, 과연 문제는 없는가. 그리고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1787년 미국의 제헌의회는 고위 공무원들의 임명권을 누가 보유해야 하는가를 놓고 격론을 벌였다.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견제기관인 의회가 임명권을 가져야 한다는 쪽과 정부운영의 책임자인 대통령이 가져야 한다는 쪽 사이에 논란이 불거진 것이었다. 결국 양측의 타협은 미국헌법 제2조 제2항으로 귀결되었다. ‘대통령은 임명하고, 상원은 인준(confirmation)한다’는 원칙이다.

역사적으로 인사청문회는 미국이 발전시킨 제도다. 그것은 대통령제라는 정치체제의 부산물이기도 하다. 내각책임제를 채택한 유럽의 대다수 국가에서는 의회가 내각의 구성 자체를 장악하기 때문에, 인사권에 대한 견제를 목표로 하는 청문회가 필요치 않다. 공직후보자의 부정이나 부패, 자격에 대한 검증은 경찰이나 정보기관, 언론에 의해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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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약 6000여 명의 정부관리에 대한 임명권을 행사하게 된다. 이 가운데 14명의 장관, 400여 명의 차관보급 군장성, 100여 명의 연방검사 연방대법관, 160여 명의 대사, FBI국장, CIA국장 등이 상원의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이들의 국가관, 학력, 경력, 납세, 재산, 병역, 사생활 등에 대해 상원의 상임위원회는 광범한 서면조사와 청문조사를 벌인다. 대부분 관례가 된 인준과정을 형식적으로 거치게 되지만, 핵심요직에 해당하는 약 10%의 공직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인준과정이 대단히 까다롭다.

대통령이 임명할 공직후보자에 대한 사전 검증은 백악관 법률고문실이 맡는다. 우리의 민정수석실과 같은 기능이다. 충분한 조사가 가능하도록 인선 한 달 전에 FBI와 정부 윤리처에 정밀조사를 의뢰한다. 이 과정을 통해 불법행위 등 법적 사실관계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진다. 우리처럼 위장전입이나 투기 등을 둘러싼 위법성 여부의 사실관계가 청문회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은 없다. 정치적인 지지 및 인준통과를 위해서는 의회와 이익집단 지도자들의 의견을 구하고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대통령의 지명을 상원의 상임위원회가 검토한 후 상원 본회의에 회부하여 인준여부를 결정하는 데에는 평균 9주가 걸린다. 길게는 22주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 1987년 레이건 대통령이 CIA국장으로 로버트 게이츠를 임명할 계획이었으나, 청문회의 인준문제로 철회하고 말았다. 1989년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존 타워가 국방장관으로 지명되자 상원 인준청문회가 인준안을 부결시키는 사태가 벌어졌다. 상원 국방위원장을 역임한 타워는 과거 군수조달 비리에 연루된 바 있고, 지나친 폭음 습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제1기 클린턴 정부(1992~96년)에서 백악관 안보수석으로 일하던 앤서니 레이크는 1997년 제2기 클린턴 정부의 출범과 함께 CIA국장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무려 7개월 간에 걸친 검증과정과 시비를 견디지 못해 지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2001년 W 부시 행정부에서 노동장관에 지명되었던 린다 샤베스는 불법이민자를 가정부로 고용한 사실이 문제돼 스스로 지명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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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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