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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아닌 현대전자· 현대건설·현대증권이 창구”

‘총풍’ 주역 장석중이 말하는 현대 대북 비밀지원 내막

“현대상선 아닌 현대전자· 현대건설·현대증권이 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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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억달러가 전부 아니다. 국민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천문학적인 액수”
  • ●“현대 대북사업 주도자는 이익치”
  • ● 이석수 담당검사 “장석중은 신뢰성이 별로 없는 사람”
  • ● 한나라당 이주영 의원 “현대상선 대출금 4900억원은 실제 대북 지원금 아닌 듯”
“현대상선 아닌 현대전자· 현대건설·현대증권이 창구”
현대의 금강산 개발은 다른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부를 우회해) 북에 경제원조를 하는 수단으로 정부와 밀약을 한 결과라는데, 사실인가요.

“그것은 피고인이 대답할 사항이 아닙니다.”

-피고인은 정주영을 5회, 정몽구를 7회 정도 만났다는데 사실인가요.

“만난 사실은 있지만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현대와 정부간 내락사항에 대해 피고인이 아는 바를 말해줄 수 있나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1998년 12월19일 서울지방법원 제417호 법정에서 진행된 공판기록 중 일부다. 변호사의 질문에 피고인은 일절 답변을 피했다. 당시 피고인은 이른바 ‘총풍 3인방’ 중의 한 명인 대북사업가 장석중씨. 변호인단은 한나라당 정인봉, 엄호성, 심규철, 김영선 의원 등 4명이었다.

장씨는 현대그룹의 대북사업 초기에 매우 깊숙이 개입했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나라당 변호인측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은 장씨를 위해 무료 변론을 했다.

당시 장씨가 현 정부와 현대를 위해 자신이 어떤 일을 했는지 소상히 밝혔다면 ‘총풍사건’ 혐의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스러울 수도 있었다. 그러나 장씨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한나라당의 도움을 받아 재판을 진행했지만 장씨는 한나라당이 자신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에 대해서도 상당히 견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3년9개월여가 흐른 지난 2002년 9월25일. 엄호성 의원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상선을 통한 김대중 정부의 4억달러 대북 비밀지원의혹을 제기했다. 엄의원은 총풍사건 변호인단에 있던 사람.

정치권은 한바탕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한나라당은 정부와 민주당에 대해 집중 공세를 펴는 한편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를 적절히 견제하는데 이 의혹을 활용했다. 민주당은 이에 “터무니없는 정치공세다.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발끈했다.

“엄의원 폭로내용은 새발에 피”

현재 정치권 안팎에서는 엄의원이 제기한 4억달러보다 훨씬 많은 자금이 현대를 통해 북한에 지원됐을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한나라당 몇몇 의원들은 추가 폭로를 위해 현대그룹의 자금 흐름을 면밀히 분석 중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정말 현 정부가 현대를 통해 북한에 비공식적인 자금을 지원한 것일까. 만일 사실이라면 그 규모는 얼마나 될까. 4억달러? 아니면 그 이상일까. 의문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그 시발점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먼저 대북사업가 장석중씨와 인터뷰를 시도했다. 한때 현 정부의 대북 밀사이자, 현대그룹의 대북 채널로 활동했던만큼 뭔가 단서를 제공해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엄의원의 현대 대북지원설 폭로 배후에 그의 정보도 한 몫 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그러나 장씨는 현대 대북 비밀지원의혹과 관련한 인터뷰 자체를 완강히 거절했다. “물론 깊은 내용까지 알고 있지만 언론에 이야기해서 나에게 무슨 이득이 돌아오느냐”며 거절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신 장씨는 자신을 수사했던 박철준 검사(현 공안1부장)와 대북사업 초기에 진두지휘했던 현대그룹 박세용 전 종합기획실장(전 인천제철 회장)을 지목했다. 다음은 장씨와 수 차례 전화통화와 만남을 통해 전해들은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최근 현대상선 대북 비밀자금지원의혹을 제기한 엄호성 의원은 총풍사건 당시 장씨의 변호인이었다. 엄의원이나 한나라당측 관계자와 만난 적이 있는가.

“내가 왜 만나는가. 그런 적 없다.”

-엄의원의 폭로내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새 발에 피다. 현대가 대북사업을 추진하면서 그 정도밖에 안 주었겠는가. 북한지원자금 마련을 위해 현대그룹 경영진이 실질적으로 움직인 곳은 현대상선이 아니다. 현대전자와 현대건설, 현대증권 등 3사의 자금흐름을 잘 살펴봐라. 그리고 현대종합상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금이 어떤 경로로 움직였고, 어떤 과정을 통해 북한에 지원됐는지 좀 구체적으로 밝혀달라.

“그건 말할 수 없다. 검찰에 가서 물어봐라. 총풍사건 때 내가 직접 쓴 자필진술서가 있다. A4용지 24쪽 분량이다. 현대가 북한에 어떤 약속을 했고, 얼마를 어떻게 지원하기로 했는지 자세히 적었다. 박철준 검사에게 줬다. 그런데 그 자술서를 검찰이 재판부에 제출한 수사기록에서 뺐다. 그걸 찾아라. 거기에 다 나온다.”

-그 자술서는 언제 어떻게 작성됐고, 주요내용은 무엇인가.

“내 입으로 말할 수 없다. 총풍사건에 대한 대법원 최종판결도 남아 있고…”

-현대가 북한에 지원한 자금 규모는 어느 정도라고 알고 있나.

“내가 알기로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하지만 내가 말한다고 누가 믿겠는가. 난 1998년 9월부터 감방에 가 있었다. 현대 측 일에서도 손을 뗐다. 대북사업 초기단계는 당시 박세용 종합기획실장이 다 했다. 그 사람에게 물어봐라. 그때 현대그룹이 33조에 달하는 공적자금을 받을 정도로 어렵지 않았다. 그 사람도 이익치 회장에게 당했다. 얼마전 뉴스를 보니까 이회장이 대북사업에 대해 전혀 모른다고 하던데 사실 그 사람이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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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엄상현 gang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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