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8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오른쪽)이 발레리 티안 우즈베키스탄 항공청장의 설명을 들으며 나보이공항 건설사업 모형도를 보고 있다.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에서 미국이 사용하고 있는 또 다른 공항은 올해 안에 문을 닫을 예정. 미군으로서는 어려운 처지에 몰렸다.
소식통은 “미국은 아프간 미군을 위해 새로운 공항을 확보해야 하는데, 우즈베키스탄 정부와 미국 정부는 여전히 서먹한 관계여서 양국이 직접 협상할 상황이 못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가 매개자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대미 외교라인도 참여”
소식통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 측은 대한항공이나 한진그룹과 같은 기업 차원이 아닌, 한국‘정부’ 차원에서 나보이공항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보증해달라고 했다. 한국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을 통한 1억1760만달러의 전대와 차관 제공 등 경제적 지원을 보증해준 것이다. 대신 우즈베키스탄 측은 나보이공항이 아프가니스탄 미군의 보급로로 이용되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한다.
이러한 결정 과정에 한국 정부 내 고위급 대미 외교라인이 참여했고 미국 정부도 인지했다는 뚜렷한 정황을 갖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의 중개로 우즈베키스탄과 미국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도 각각 자국이 원하는 바(투자유치와 물자 보급로 확보)를 얻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우즈베키스탄 내 나보이특구와 에너지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중앙아시아 진출의 발판을 갖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한항공이 나보이공항을 직접 경영하는데 이어 한진그룹은 육상 수송사업으로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의 이러한 주장은, 한국-우즈벡 간 경제협력 MOU의 이면에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하는 한국, 우즈벡, 미국 3국의 중요 국가전략이 숨어 있다는 흥미로운 스토리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나보이공항 차관 제공은 이 은행 차원이 아닌 정부 차원의 결정이었으며 우즈베키스탄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은행 관계자는 “나보이공항 상하수도 설비 개선에 지원되는 차관은 기획재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우리 은행이 수탁해 집행하는 것이다. 올해 3월 우즈베키스탄 측이 차관 지원을 먼저 요청해왔고 정부가 이를 수락함으로써 결정됐다”고 말했다. 지식경제부 측은 1760만달러 차관의 조건에 대해 “이자율 0.05%에 상환기간은 10년 거치 40년”이라고 했다. 우즈벡 측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인 셈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나보이공항에서 아프가니스탄까지 한진의 육상 운송망이 구축될 것으로 본다. 미군기지까지 포함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나보이공항 문제를 미국 측과 상의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나보이공항 프로젝트 담당 간부는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부터 10년 동안 나보이공항 전체를 위탁받아 경영하고 있다. 공항 시설장비 확충, 인력교육, 프로세스의 개선도 함께 수행한다. 이 공항 화물터미널은 인천공항 내 대한항공 화물터미널을 모델로 해 조성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 한국 정부 측이 거액을 나보이공항 상하수도 설비에 지원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항의 전기와 상하수도 설비가 상당히 낡았다. 상수도의 경우 자주 녹물이 나오거나 수압이 낮아 물이 잘 안 나오기도 한다.”
▼ 육상수송과의 연계는 어떻게 추진하나.
“(주)한진이 우즈베키스탄의 국영물류회사인 센트럴아시아트랜스와 함께 조인트벤처회사인 유라시아로지스틱서비스를 설립해 나보이공항과 주변 지역을 육로로 연결해 물자를 수송한다.”
▼ 나보이공항과 한진의 육상 수송망이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부대 보급로로 이용될 가능성은?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승인할 경우 그렇게 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
▼ 미국의 한 연구소 리포트에 따르면 대한항공 측은 지난해 나보이공항 프로젝트 검토 단계에서부터 아프간 미군과의 연계 부분을 검토했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다.”
▼ 우즈베키스탄 측과의 계약 및 사업추진 과정에서 미국 측과 상의한 부분이 있나.
“말하기 힘들다.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