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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탄두 소형화 능력 추적

“리튬6 확보해 폭발력 강화 시도 확인… 노동미사일 탑재는 이미 가능”

북한 핵탄두 소형화 능력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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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미 핵 억제력의 정점 ‘미사일 장착 핵탄두’
  • ● 대포동 1호와 스커드, 직경 작아 후보군 제외
  • ● 노동미사일 사거리 절반 줄이면 탑재중량 두 배로
  • ● 이라크가 가졌던 고폭용 화약, 총 중량 40% 떨어뜨려
  • ● 소형화 기술 진전 보여주는 고폭실험 위성사진
  • ●북한 과학원의 핵융합 연구, 2004년 이전 시작
북한 핵탄두 소형화 능력 추적

파키스탄의 핵탄두 장착 가능 탄도미사일 샤힌1호의 2003년 10월 시험발사 당시 모습.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강경행보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동시에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1998년 대포동 1호 발사나 2006년 1차 핵실험 당시의 상황과도 사뭇 다르다. 지난 4월 장거리 로켓 발사와 5월의 2차 핵실험, 곧바로 나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경고는, 핵과 미사일을 결합한 대미(對美) 핵 억제력을 노골적으로 과시하고픈 평양의 의도를 잘 보여준다.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핵 탑재 ICBM의 확보.’ 이는 사실상 북한이 추구하는 핵 무기화의 정점이다. 본토가 아닌 괌이나 하와이, 주일미군 기지만을 타격할 수 있어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한 경우에도, 심지어 북한이 남한이나 일본의 주요 군사목표에 핵을 사용한 이후에도 미국이 핵우산을 가동하도록 결심하기 어렵게 만드는 이러한 능력이 바로 평양이 말하는 ‘핵 억제력’의 핵심이다.

이를 위해 북한이 돌파해야 할 기술적 관문은 크게 미사일 기술과 핵폭탄 소형화 기술로 나뉜다. 미사일 기술의 대표과제는 장거리를 날아간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발생하는 마찰열 피해를 최소화하는 삭마제(削磨劑) 설계 기술. 북한이 이미 공언한 바 있는 ICBM 발사실험이 사정거리 연장보다는 대기권 진입을 시연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핵폭탄의 소형화·경량화는 핵실험을 실시한 국가가 예외없이 추구했던 목표다. 최근 사례만 봐도 인도는 1974년 1차 핵실험에 이어 1998년 2차 핵실험을 실시한 뒤 핵무기를 소형화했다. 파키스탄은 1980년대 중반에 핵물질을 뺀 핵폭발장치 폭발실험을 20여 회 실시했고, 이를 기초로 1998년 진짜 핵실험을 하면서 핵무기를 소형화했다.

이 때문에 북한의 핵 소형화는 1차 핵실험 직후부터 각국 군사·정보당국의 주요 관심사였고, 2차 핵실험 이후에는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핵폭탄을 만들어본 적이 없는 한국으로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 전직 안보당국 고위관계자는 “분명한 것은 소형화했다 혹은 소형화할 수 있다는 증거가 확인된 적이 없다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가능성의 영역일 뿐 사실로 입증된 건 매우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실제로 북한이 핵 소형화에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기술적 가능성을 하나하나 따져보는 작업이 유일하다. 핵폭탄을 구성하는 주요 파트의 무게를 어떻게 줄일 수 있는지, 북한의 기술수준과 여건에서 과연 가능한 방법인지, 이들을 종합했을 때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수준으로 크기가 줄어들지를 검토해보는 식이다. 국내외 핵공학 전문가들과 북한 과학기술 연구자들, 관련 부처에서 북한 핵 능력 판단업무에 관여한 전현직 당국자들의 분석과 확인된 사실관계를 종합해 이 질문의 답에 접근해보기로 한다.

노동미사일을 주목하는 이유

먼저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는 핵탄두의 조건을 생각해보자. 언뜻 크기가 큰 장거리 미사일이 더 큰 탄두를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경우 탄두가 실리는 곳은 맨 윗단 꼭대기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은 낮은 단계 미사일을 조립해 만든 다단계 추진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직경이 크게 줄어든다. 대포통1호의 상부 추진체는 직경이 작아 핵폭탄을 싣기가 매우 어렵다.

더욱이 북한 장거리 미사일은 사거리를 늘리기 위해 연료를 가능한 한 많이 넣는 방향으로 개발됐다. 그렇다 보니 남는 공간이 없어 탄두는 오히려 작아졌다. 한국 국방부의 ‘2008국방백서’가 1998년 발사된 대포동 1호의 탄두중량을 500kg 정도로 낮게 잡는 것은 이 때문이다. 2월말 미 의회조사국이 발간한 북한 탄도미사일 보고서는 대포동 2호가 하와이나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려면 탄두중량이200~300kg에 불과해야 할 것이라는 분석을 소개하고 있다.

반면 노동미사일(사거리 1300km)이나 2007년 실전 배치된 것으로 알려진 중거리미사일(IRBM·사거리 3000km)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통단으로 만들어진 이들 미사일은 최대사거리에 못 미치는 목표물을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연료량을 줄이고 탄두중량을 늘리는 식으로 설계를 변경하는 게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국 국방부가 판단하고 있는 노동미사일과 IRBM의 탄두중량은 700kg~1t 정도다. 그러나 MIT의 데이비드 라이트 박사와 러시아과학아카데미 티무르 카디셰프 선임연구원의 분석을 원용하면, 설계를 변경해 사거리를 500km로 줄이는 대신 최대 2t까지 탄두중량을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 연구진이 1994년 ‘사이언스앤드글로벌시큐리티’지(誌)에 기고한 분석은 노동미사일의 사거리와 탄두중량이 거의 반비례 관계에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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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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