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과 북 인사의 서명이 담긴 조력발전소 관련 문건.
우선, 문건을 통해 확인한 비화(秘話)를 일부 공개한다.
대우건설은 평안남도 해주에 조력발전소를 세우는 걸 검토했다. 북한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와 대우건설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의향서에 각각 서명했다.
“남측 대우건설과 북측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는 우리 민족끼리의 기본정신에 따라 서해평화특별지대 해주지역에 공동으로 조력발전소를 건설하는 문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그 리행을 위한 실무적인 대책을 세우기로 하였다.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는 조력발전소 건설과 관련한 사업제안을 빠른 시일 안에 세부적인 검토를 진행하며 대우건설은 북측에서 요구하는 조력발전소 건설에 필요한 기술 자료를 제공한다. 쌍방은 본 사업의 추진을 위해 가능한 범위에서 단계별 필요한 조치를 취하며 계속 협의해나가기로 한다. 본 의향서는 2007년 11월5일 작성하였으며 제3자에게 절대로 공개할 수 없다.”
프라임그룹도 해주 조력발전소에 관심을 가졌다. 프라임그룹 계열사인 삼안은 조력발전소 발전시스템과 제어방법 관련 특허를 갖고 있다. 시화호 조력발전소를 설계하기도 했다.
2007년 대선이 끝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가동할 때 “아시아나항공이 북한에 민영 항공사를 설립한다”는 소문이 나돈 적이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실제로 북측과 접촉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북한 민영항공총국 앞으로 보낸 의향서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현 명예회장) 서명이 적혀 있다.
“우리 그룹은 조선 측의 항공산업 분야의 합작과 관련하여 조선 측 해당 부문과 협의를 진행하기를 희망합니다. 본 의향서를 통해 우리 그룹이 본 사업에 대한 관심과 추진 의사가 있음을 표명 드리며, 조선 측에서 해당되는 부문과 진일보한 상세 협력 방안을 협의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북한은 GS칼텍스에 석유를 분해할 때 나오는 나프타를 보내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 북한이 대금을 지급하고 GS칼텍스가 물품을 제공하는 형식. 나프타는 화학비료 및 석유제품 원료로 쓰인다. GS칼텍스는 북한에서 주유소 사업을 벌이려고도 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남북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이들 사업은 중단됐다.
“마지막 남은 시장”
북한 투자 역사의 첫 장은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 열었다. 김 전 회장은 1992년 2월 “마지막 남은 시장을 개척하러 들어간다”면서 압록강을 건넜다.
대우는 1996년 평안남도 남포시 신흥리에 봉제공장을 세웠다. 대우와 삼천리총회사가 반반씩 출자한 최초의 남북합영 기업.
1998년 고(故)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 이후 남북 민간 교류가 급물살을 탄다. 현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개성관광의 열매를 맺었다.
한국 자본과 기술, 북한 노동력과 토지를 결합한 남북경협은 원론적으로 남북에 모두 도움을 준다. 내로라하는 기업이 북한의 문을 두드린 건 북한 투자가 그만큼 매력을 가졌다는 방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