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기지 내 고엽제 매립 사실을 증언한 전 주한미군 하우스씨.
그의 증언이 보도되자마자 한국 사회는 큰 혼란에 빠졌다. 그가 말하는 고엽제는 개인의 건강장애뿐만 아니라 수대에 걸쳐 기형 및 건강장애를 일으키고, 광범위한 인위적 환경파괴로 심각한 생태계 교란을 야기하는 등 인류를 위협하는 심각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고엽제가 처음 개발된 동기는 아이러니하게도 6·25전쟁이다. 전쟁 발발 당시가 6월이니 한국은 초목이 울창할 때였다. 북한군은 그 울창한 산림 속을 통해 남하했고 적을 식별해야 하는 한국군과 미군에게 이 초록색 산림은 엄청난 장애가 됐다. 고엽제는 “어떻게 하면 이 나무들과 산림을 제거하고 시야를 확보해 전투를 할까”하는 고민이 만들어낸 산물이었다. 약품을 뿌려 나무의 잎사귀를 말려 죽여야 시야를 확보한다는 생각으로 만든 화학물질이었다.
그렇게 탄생한 고엽제의 이름이 무지개 제초제(Rainbow Herbicides)였다. 이 물질을 담은 드럼통에 에이전트 블루·오렌지·화이트·퍼플 등 각기 다른 색 페인트를 칠해 구분했다. 무지개라는 예쁜 이름을 쓰며 색깔을 달리 표시한 이유는, 각각의 고엽제가 성분이 조금씩 달라 죽이고자 하는 식물에 따라 에이전트 오렌지를 쓸 것이냐, 블루를 쓸 것이냐가 달랐기 때문이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2,4-D’와 ‘2,4,5-T’라는 화학 성분이 반반씩 섞인 고엽제다. 이 두 분자 모두 식물의 성장호르몬인 옥신(Auxin)과 구조가 비슷하다. 호르몬은 식물이나 동물 같은 다세포 생물이 자라고 생존하는 데 필요한 세포 사이의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이지만, 성장호르몬인 옥신은 농도가 아주 높으면 오히려 식물의 잎을 말려 죽인다. 이 원리를 응용해 만든 것이 고엽제다. 식물에 에이전트 오렌지를 뿌리면 식물은 이것을 화학약품이라고 생각지 못하고 성장호르몬인 옥신이라고 스스로 착각해 죽어가는 것이다. 즉 식물에게 고엽제를 성장호르몬이라고 속이면서 식물이 자살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난 6월2일 경북 칠곡에 있는 캠프 캐럴에서 한미공동조사단이 고엽제 등 묻혀있는 물체를 발견하기 위한 지하수 채취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미국 재향군인국 자료에 따르면 당시 살포된 고엽제 양은 무려 8360만ℓ에 달했다. 그렇게 미국 화학회사는 베트남전쟁으로 고엽제를 대량 판매하며 큰돈을 벌어들였고 고엽제는 막대한 군수 비즈니스를 창출했다. 미군은 이 고엽제를 사용해 전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게 돼 좋았고 미국 화학회사는 정부에 고엽제를 팔아 엄청난 이익을 얻어 좋았다. 적어도 이 고엽제가 인간에게 엄청난 후유증을 준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는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