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먼저 6월23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 문제가 거론됐다. 이윤석 민주당 의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공사)가 황금평 지구에 투자의향을 갖고 북한과 접촉하고 실사를 했다”면서 “정부가 LH를 통해 황금평 지구에 투자할 의향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답변에 나선 통일부 고위 관계자는 “제가 아는 한 그런 일은 없다”고 강하게 부인해 일단락됐다.
그러나 ‘LH공사가 실사를 했다’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나온 것이어서 기자는 의문을 갖고 여러 루트를 통해 알아봤다. 그 결과 통일부 측의 국회 답변과 달리 LH공사가 황금평·나선 개발계획을 조사하고 참여를 검토한 사실이 있었다.
‘북·중 접경지역 현장조사 결과’라는 LH공사의 보고서(A4지 21장 분량)는 “2010년 8월 북·중 접경지역을 방문해 황금평과 나진·선봉 개발계획을 조사했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는 “황금평 전력은 단둥에서 공급 중이며 용수도 공급할 계획” “압록강 연안 30㎞까지 북·중 양측 지역을 통행증만으로 상거래가 가능한 호시무역지대로 인정” “중국기업(창리그룹)이 나진항 1호 부두 1차 개보수 완료, 향후 수차례 개보수 필요” 등 황금평과 나진선봉 개발에 대해 세밀하게 조사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다. 또한 단둥의 신도시 사업과 황금평 사업을 연계해 이들 사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평가한 내용도 담고 있다.
“정부 대북정책 지원 필요”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조사목적’이었다. 보고서는 “신의주와 나선 등 핵심 거점에서의 북·중 간 경제협력 구체화와 두만강 지역에서의 동북아경제협력 확대 등에 대비한 LH의 자체 개발구상 수립과 정부 대북정책 지원 필요”라고 기술하고 있다.
‘LH의 자체 개발구상 수립’이란 북한과 중국 양자 사이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황금평·나선 개발에 한국도 정부 산하 LH공사를 통해 참여하는 쪽으로 검토해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LH공사는 국내에서 다수의 국가공단과 산업단지, 신도시, 주거단지를 건설해왔으며 북한 개성공단 개발에 참여한 전력을 갖고 있다.
‘정부 대북정책 지원 필요’라는 부분은 이러한 LH공사의 북·중 협력사업 참여계획이 이 회사 차원의 일이 아니라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 정부 대북정책과 연계된 사안임을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고서 작성 시점인 지난해 8월경은 천안함 사건 이후 남북한 경제협력이 거의 중단된 시기로 정부 산하 공기업이 황금평·나선 개발에 뛰어드는 것은 남·북한 최고위층의 결단에 의한 남북관계의 극적 변화를 전제로 했을 때만 가능한 일이다. 과거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가 정상회담을 하면서 북측에 현금을 주거나 개발계획을 약속해주었듯이, 현 정부 내에서도 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에 따른 대북 지원책의 일환으로 황금평·나선개발 참여건을 내부 검토해온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통일부와 국가정보원도 LH공사의 황금평·나선개발 참여 논의에 관여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7월9일 북·중 황금평 공동개발 착공식이 열린 자리를 찾았다. 철조망 너머 땅이 황금평이다. 중국 측이 만든 북한 황금평과 중국 단둥 신도시 예정지 미니어처(축소모형). 왼쪽이 압록강이고 중간의 표시글자가 있는 짙은색 부분이 황금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