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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김정일 담판으로 최종 결정’ 시나리오 있다

북한 통과 가스관 추진 내막

‘이명박-김정일 담판으로 최종 결정’ 시나리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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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중앙아시아 순방을 통해 한국-북한-러시아를 잇는 가스관 연결 사업 추진 의향을 나타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도 이 사업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만약 실현된다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한반도 정세에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 틀림없다. 국내에선 벌써 찬반 여론이 거세다. 국내의 몇 안 되는 러시아통이자 이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에 동행한 윤성학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전 러시아 이메모연구소 연구원)이 남·북·러 3국의 가스관 사업 추진 내막을 전해왔다.(편집자 주)
‘이명박-김정일 담판으로 최종 결정’ 시나리오 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연안 러스키섬의 가스관 매립공사. 남·북·러 가스관 연결사업은 블라디보스토그에서 북한 동해안을 거쳐 한국에 가스관을 잇는 사업이다.

한반도의 정치경제 지형도를 바꿀 남·북·러 가스관 연결 사업이 그 어느 때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8월26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간의 시베리아 울란우데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가 공식 거론됐다. 두 사람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어 9월8일 이명박 대통령은 “생각보다 빠르게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힘을 실어주었다. 공교롭게도 이날 푸틴 러시아 총리는 한반도 북쪽의 사할린~하바로프스크~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가스관 1차 라인 개통식에 참석했다.

한반도 정세 바꿀 사안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와 관련해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북한의 움직임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가스관이 북한 영토를 지나는 것에 대해 사실상 반대해왔는데 최근 태도가 급선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천안함-연평도 사태 이후 한국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면서 경제적 지원과 협력을 요청하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이 대북 경제제재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의 경제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중국의 원조 규모는 북한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 북한으로서는 한국의 지원과 경제협력을 이끌어낼 새로운 카드가 필요한 시점이다.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는 구미가 당기는 돌파구인 셈이다. 러시아 방문기간 중 김 위원장을 수행했던 빅토르 이샤예프 러시아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는 “김 위원장은 러시아와 남한이 천연가스 공급에 합의하면 가스관 건설을 위해 영토를 내줄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세계 1위의 가스 보유국인 러시아는 동시베리아 극동 가스를 한국에 파는 구상을 해왔었다. 2007년 12월 산업에너지부의 ‘동부 천연가스 프로그램(Eastern Gas Program)’에서 처음으로 공식 제기됐다. 이 전략은 2030년까지 약 120.8Bcm의 천연가스를 동북아 국가에 판매하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러시아는 극동 가스의 최대 잠재 수요국가로, 지리적으로 가깝고 에너지 소비가 선진화된 한국을 꼽는다. 예를 들어 한국의 수많은 가구는 도시가스를 사용하지만 중국의 가구는 그렇지 않다.



극동가스를 한국으로 보내기 위해선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북한의 동해안 영토를 가로지르는 육상가스관 방식, 동해 해저에 부설하는 해저가스관 방식, 배를 이용한 해상운송 방식이 그것이다.

‘이명박-김정일 담판으로 최종 결정’ 시나리오 있다

이명박 대통령.

필자가 연구한 바로는 이 세 가지 방식 중 육상가스관의 경제적 효율성이 가장 높다.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9월 러시아 순방 당시 2015년부터 매년 시베리아 천연가스 750만t을 30년 동안 들여오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러시아와 체결하면서 그 방식으로 육상가스관을 최선으로 꼽았다.

그러나 2008년의 양해각서는 구체적인 방식을 담고 있지 않았다. 영토를 내주어야 할 북한이 배제된 가운데 남북은 지난 몇 년 동안 파국적인 대결로 이 의제를 논의할 자리조차 갖지 못했다. 북한의 시각에선 지난 정권에서 합의된 ‘나진-핫산’ 철도 연결조차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가스관 연결은 실질적인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도 가스관 연결은 공급국이 할 일이라며 러시아에 미뤘다. 사업을 주도해야 할 러시아는 2008년 12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동북아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다.

3년의 공백 기간을 보낸 뒤 2011년 8월부터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남·북·러는 3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 놓여 있다. 2008년 마지못해 한국과 합의하던 러시아가 가장 적극적이다. 남·북·러 가스관 추진을 위해 러시아는 대통령 친서를 김정일 위원장에게 직접 보내고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9월에는 이 프로젝트 실무기관인 가즈프롬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하며 11월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러시아의 ‘중국 견제’ 맞물려

러시아가 이 프로젝트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동북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위축에 대한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러시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추락하고 이에 따라 야심 차게 준비하던 극동개발계획도 지지부진해지면서 동북아 지역에서 입지 상실의 위기를 맞았다. 이에 반해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나날이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나진 선봉항 사용권을 획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동해와 접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중국의 군함과 선박이 동해를 휘젓고 다니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나진 선봉과 러시아의 연해주는 지척에 있고 연해주는 19세기까지만 해도 중국 영토였다.

러시아는 남·북·러 가스관 건설 사업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한국과의 교역 및 투자를 확대하며 나아가 중국에 대항해 동북아 내 영향력을 강화하려고 한다. 러시아는 2012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 아태경제협력체(APEC) 회의 개최를 계기로 동북아에서 과거의 영화를 되찾고 싶어하는 것이다. 러시아 ‘프라우다’는 8월26일 9년 만의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에 대해 ‘서방의 부러움을 살 만한 러시아의 성공적 외교’라고 보도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속내가 담겨 있다. 특히 남·북·러 가스관 추진 사업은 임기 말 외교적 성과를 내고자 하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의도도 강하게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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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학|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dim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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