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혁법안’인가 ‘개악법안’인가. 열린우리당이 제출한 4대 법안의 위헌논란이 정기국회 후반부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나라당과 우익보수단체는 여당이 제출한 4대 법안에 대해 위헌가능성을 언급하며 여차하면 위헌소송을 제기할 태세다. 법조계와 학계도 이에 가세해 법리적, 논리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지난 10월20일 국회에 제출한 4대 법안은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 및 ‘형법 중 개정 법률안’,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안’ 및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7월14일 별도제출)’, ‘정기간행물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 법률안(신문 등의 기능보장 및 독자의 권익보호 등에 관한 법률)’, ‘사립학교법 중 개정 법률안’이다. 각 법안별 위헌쟁점 사안을 집중 점검해봤다.
“(국가보안법은) 1948년 일제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탄생해 56년간 우리 사회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유린해 온 비민주적인 법이다. 이 법의 규정에 위헌적·비민주적·반통일적 요소가 산재한다는 법률적 판단과 아울러 과거 권위주의 정권들이 이러한 규정들을 악용·남용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탈하는 행위를 자행했던 역사적 현실에 비추어 이제 건전한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확립하고 비민주적·위헌적 법률을 정비해 평화통일을 수행하는 데 있어 장애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이 법을 폐지하고자 한다.”
열린우리당 최용규 의원을 포함해 150명이 서명한 국가보안법 폐지 법률안의 취지다. 취지문에서 열린우리당은 “보안법은 정부가 인준 공포한 국제인권규약 제18조 ‘사상과 양심의 자유’, 제19조 ‘의사표현의 자유’에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위헌적 요소가 있는 법을 폐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폐지 자체에 위헌소지가 있다고 반박한다. 한나라당 부설 여의도연구소(소장 박세일 의원)는 “보안법 폐지는 북한의 지위 변화를 가져오는 것인 만큼 국민투표에 부쳐야 할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72조를 근거로 삼은 것이다. 헌법 제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안법과 같이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한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을 경우 위헌이라는 이야기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이석연 변호사는 보안법 폐지를 국가존립과 정체성을 심각히 훼손하는 중요한 결정으로 본다. 이를 전제로 “국가존립과 관련된 법의 개폐에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위헌 결정된 법률이 모든 국가기관에 기속력(羈束力)을 갖는 점에 비춰볼 때, 합헌 결정된 보안법의 폐지 행위가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국민이 헌법소원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찬 변호사는 헌법 제72조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송 변호사는 “국민투표가 필요한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 고유의 권한”이라면서 “매우 특수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송 변호사의 이어진 설명. “헌법상 우리의 정치제도는 대의제도인 만큼 국회에 의해 모든 법률이 개정되고 폐지되는 것이 원칙이다. 법률의 개폐를 국민투표로 하는 것을 헌법이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투표로 법률을 폐지한다면 오히려 위헌소지가 더 크다. 헌법 제72조에 따라 국민투표를 하지 않는 것이 위헌이라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성립되지 않는다.”
송 변호사는 다만 “국민투표 여부를 판단하는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 어디까지인지를 묻는 헌법소송은 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최근 헌재가 대통령의 권한을 아주 제한적이고 축소해서 해석하고 있는데, 그런 시각에서 본다면 대통령이 판단해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을 경우 위헌판결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최소한의 상식을 지닌 법률가라면 한 법률의 개폐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지 않은 것이 대통령의 권한 범위를 초월한 것으로 보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쟁점 2 개정 형법 제87조의 2(내란목적단체조직) 국토를 참절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고자 폭동할 것을 목적으로 결사 또는 집단으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 제98조 1항(간첩죄) 중 ‘적국을’을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를’로, ‘적국의’를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의’로 하고 동조 제2항 중 ‘적국에’를 ‘외국 또는 외국인의 단체에’로 한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보안법을 폐지하되 국가안보를 공고히 유지하기 위해 형법을 보완한다”고 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내란목적단체 조항을 신설해 국가안보를 실질적으로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했으며, 다원화된 국제 환경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간첩죄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북한은 헌법상 국가로 인정받지 못하지만 국제적으로는 국가로 인정받고 있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이중성을 보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서 핵심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느냐 여부다.
한나라당은 이 법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헌법 제3조 영토조항을 들어 위헌이라고 주장한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은 국가로 인정할 수 없고, 그럴 경우 북한은 ‘외국’이 아니기 때문에 형법의 간첩죄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는 “헌법 제3조가 존재하는 한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해선 안 된다”면서 “현 정부는 북한을 적도 아니고 반국가단체도 아닌 민족공동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만일 간첩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북한을 외국의 범주에 포함시킨다면 그건 분명한 위헌”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송호찬 변호사는 “그동안 법원에서는 북한을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로 보면서도 때에 따라서는 간첩죄를 적용하기 위해 국가로 인정하는 논리의 모순이 이어져왔다”면서 “오히려 보안법 폐지로 그런 모순이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북한을 내란목적단체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남파공작원을 간첩죄가 아닌 내란목적죄로 충분히 처벌할 수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2. 진실규명과 화해 및 친일진상 규명법안(과거사법)
쟁점 1 진실규명 제29조 및 친일규명 제17조 (동행명령) 진실화해위원회(친일진상규명위원회)는 출석요구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응하지 않을 경우 동행명령 할 수 있다. 이를 거부하거나 방해 또는 제3자에게 방해하도록 시키면 5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열린우리당은 “제대로 된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위원회에 실효성 있는 조사권한이 부여돼야 하고, 강제조항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실규명이 가능하다”며 “다만 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수 있게 해 인권침해나 부당한 결정을 방지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진실화해법안과 친일진상규명법안 모두 조사기관에 ‘동행명령권’을 부여하고 있고 이를 거부할 경우 형사처벌이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며 “이는 인권침해소지가 강하고 명백한 위헌이다”라고 반박한다.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등 벌금을 부과하는 권한은 재판관밖에 가질 수 없는데 수사기관도 아닌 조사기관에 그러한 기능을 부여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
이는 헌법 제12조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는 신체의 자유와 영장주의에 위배된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논거다.
권영성 서울대 명예교수는 “벌금이 많지 않으면 허용될 여지가 있지만 형사처벌은 지나치다. 국회 청문회에서도 동행명령을 어겼을 경우 형사처벌 되지 않는다”면서 “헌법이 묵비권까지 인정하고 있는데 참고인 출석요구에 불응한다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분명 헌법위반”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이인기 의원은 “헌법에 보장된 죄형법정주의나 형벌불소급 조항과 부딪친다”며 “여당이 내놓은 두 법안은 시행도 하기 전에 위헌 판결을 받을 정도로 엉성하다”며 위헌 가능성을 확신했다.
그러나 송호찬 변호사는 “비록 조사기관이라고 하더라도 특별법에 의해 필요한 권한을 부여받은 만큼 위헌소지는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쟁점 2 친일규명 제22조 (중간공표) 친일진상규명위원회는 일본제국주의에 협력한 행위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보고서 발표 전) 필요한 경우 그 진상을 공표할 수 있다. 사전공표금지조항 삭제.
한나라당은 “정확한 사실관계도 가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보고서 작성 전에 조사내용을 공표할 수 있게 한 것은 인민재판을 하자는 것”이라며 “이는 헌법으로 보장된 인격권은 물론 연좌제 금지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또 헌법 제13조는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영성 명예교수는 “검찰이 형사사건을 조사할 때도 사전공표를 못 하게 돼 있다. 기소단계에서 공표할 경우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과거사의 경우 진실을 밝히기도 어렵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도 많은데 중간에 공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인권을 유린하겠다는 발상이 아니고는 달리 해석할 길이 없다”고 평가했다.
11월11일 한나라당이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국정파탄 및 4대 악법저지 국민 대토론회’에서 박근혜 대표 등 참석자들이 4대 입법 추진 철회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 변호사는 이어 “인격권 침해문제를 제기하는데, 그렇다면 과거 역사에 대한 모든 평가가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논리와 전혀 다를 바 없다. 한나라당의 주장대로라면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들의 이야기만 역사에 남겨놔야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과거에 국가반역행위와 민족반역행위를 통해 치부한 것이 있다면 모두 환수하고, 그 행위자가 남아 있다면 죄값을 치르게 하는 것이 문명사회의 올바른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3. 신문 등에 관한 법률 (언론관계법)
쟁점 1 법안 제16조 (시장지배적 사업자) 1개 신문사의 시장점유율이 30% 이상이거나 상위 3개 신문사의 점유율이 60% 이상일 경우 ‘공정거래법(1개사 50%, 3개사 75%)’의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추정한다.
“신문은 부가가치세를 면제받는 기업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공정거래법의 적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여론상품은 일반상품과 다르기 때문에 공정거래법상 점유율 규정보다 낮게 적용하는 것뿐이다. 신문사 점유율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점유율 제한이 아닌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독점규제이며, 공정거래를 신장할 수 있는 선에서 규제하는 것이다. 위헌 주장은 진실을 왜곡한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열린우리당의 주장이다.
변호사 출신인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제한선인 30% 또는 60%를 넘는다고 해서 불공정행위 등으로 처벌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구독을 권유하며 자전거나 경품 등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는 것이 이 법안의 취지”라며 “위헌논란은 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의원은 “다만 일반 기업보다 제한을 강화한 것은 언론의 경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공공복리와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며 이 정도는 헌법정신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최용석 변호사는 “일반기업은 1개사 50% 이상, 3개사 75% 이상을 점유할 때만 시장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하는데 유독 신문에 대해서만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헌법상 과잉규제 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신문이 공익적인 사업이기 때문에 판정 기준을 낮춘다지만 신문보다 훨씬 공익성이 강한 전력과 통신사업에도 공정거래법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며 법 적용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박용상 변호사는 “과점신문 3개의 점유율을 합해 60% 이상인 경우 이를 규제하는 것은 합리적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3사는 각자 독자적인 사시(社是)와 논조를 가진 존재이며, 상호간에 하등 자본적인 관계나 인적 유대가 없다. 이들이 설사 모두 보수적 입장을 취한다고 해도 그 이유만으로 한데 묶어 차별할 근거로 삼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는 신문 내용에 따른 규제가 돼 위헌의 시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권영성 명예교수는 좀더 보수적으로 해석했다. “공정거래법은 순수한 이익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을 대상으로 만든 것이다. 그러나 여론을 형성하는 언론은 공익성이 강하다. 이런 언론을 일반 기업처럼 시장점유율이 높아진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위헌적인 조치다.”
쟁점 2 법안 제17조 (편집규약 등) 신문 및 뉴스통신사업자는 편집위원회를 두고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업자를 대표하는 편집위원과 취재 및 제작 활동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대표하는 편집위원으로 구성한다.
열린우리당의 논리는 “편집의 자율성과 독립성 확보는 언론개혁의 핵심과제”라는 전제하에 “언론사의 경영논리가 편집의 독립보다 우선시되고, 사주에 의해 편집권이 휘둘리는 우리의 언론현실에서는 진실보도와 공정보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권영성 명예교수는 이에 대해 “신문의 편집방향은 신문사의 사시처럼 자율적이고 독자적으로 결정할 문제”라면서 “공권력이 개입해 편집권을 행사하거나, 편집위원회에 특정인을 참여시키도록 강제 또는 규제하는 것은 헌법에서 규정한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도 “편집위 구성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은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박용상 변호사는 “언론의 내적 자유는 일정한 한도에서 제도화될 필요가 있지만 언론기업 내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돼야지 국가가 입법에 의해 간섭할 경우 언론의 헌법적 지위가 손상될 우려가 크다”며 “이는 신문의 자유로서 보장되는 발행인의 경향보호를 말살하고, 모든 신문을 기자 집단이 주인이 되는 공영매체로 변질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급진성을 보인다”고 했다.
박 변호사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1979년 11월6일 판례도 제시했다. 당시 독일헌재는 “국가가 언론의 내적 자유를 보장한다는 이유로 신문의 경향을 결정 실현할 발행인의 자유에 대해 간섭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문병호 의원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편집위원회를 둬야 한다고 했을 뿐 구성이나 절차를 명시하지 않았고 제재조치도 크지 않다”며 “언론의 사회적 책임이나 공공성 측면에서 최소한의 기본요건만 정해놓은 것으로 위헌소지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쟁점 3 법안 8조 (독자권익위원회) 독자의 권익보호를 위한 자문기구로 ‘독자권익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독자권익위원회의 권한과 직무를 명시해야 한다. 사업자는 독자권익위원회가 요청할 경우 자료제출 및 출석답변 의무를 진다.
열린우리당은 “일부 신문사의 권력유착 및 편파보도의 폐해가 심각하고, 신문의 질 향상을 위한 경쟁보다는 불법적인 무가지와 경품제공 등 자본력을 이용한 물량공세로 공정경쟁 질서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도입된 조항”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언론자유의 본질을 훼손해 위헌소지가 높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다. 임상원 고려대 명예교수는 “소비자인 독자에게 이런 권한을 부여한 입법 예는 어디에도 없다. 신문이 자율적으로 할 일까지 공권력이 개입하는 건 명백한 언론자유 침해”라고 말했다.
박용상 변호사는 “신문의 편집에 관한 의사결정에 독자를 참여시키라고 하는 것은 국가나 법이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며 “신문의 보도와 논평에 제3자의 간섭을 허용하는 것이어서 경향보호에 주안점을 두는 언론 자유의 본질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성 명예교수도 “신문이 독자의 권익을 심각하게 훼손했을 경우 형법상 규제가 충분히 가능한데 이런 조항을 만든 것은 법안 개정의 동기가 불순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문병호 의원은 이에 대해 “신문의 자율적인 행위를 유도한 것이지 강제조항이 아니다”면서 “독자권익위원회는 이미 일부 신문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만큼 선언적 의미가 있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쟁점 4 법안 제10조 (광고) 일간신문의 편집인은 전체 지면 중 광고가 50%를 초과하지 않도록 편집해야 한다. 광고의 내용이 선량한 풍속이나 사회윤리, 타인의 명예나 기본권을 명백히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게재를 거부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10월15일 언론관련 법안을 발표한 직후 기자들의 질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시민단체는 40%를 주장하지만 절반 이상이 광고로 채워지면 불안하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도 가게와 주택이 같이 있는 건물의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 주거공간이 50%를 넘으면 주택으로 보고, 가게가 50%를 넘으면 상가로 본다. 광고가 50%를 넘으면 광고지지 일간지인가?”
권영성 명예교수는 “신문의 전체지면 중 광고가 80~90%를 차지한다면 신문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지나친 광고지면 경쟁에 우려를 나타내면서도 “그러나 신문 광고지면이 몇 퍼센트라야 적정선이냐는 공권력이 개입해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 신문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영업의 자유뿐만 아니라 언론자유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이런 법안을 추진한다면 우리나라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고 말하기 힘들다”고도 했다. 어떤 공권력도 신문의 자율성과 독자성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시각이다.
유일상 건국대 교수도 “광고 게재는 편집권의 범위에 속한다”며 “언론자유 침해”라고 단언했다. 광고가 많고 적은지에 대한 판단과 그에 따른 대응은 전적으로 시장과 독자의 몫인 만큼 법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강경근 숭실대 교수는 “언론기본법 제정 때도 광고 분량을 법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국 포기한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용상 변호사는 “광고에 관한 이러한 불이익 취급은 광고의 매체에 대한 중요성에 비춰 언론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침해할 수 있어 위헌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열린우리당은 법 제정 취지에 대해 “언론의 자유는 사주의 이익을 위한 자유가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한 자유여야 한다”면서 “사주가 인사권과 경영권을 통해 편집권을 좌우하면서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어 관련법 제·개정을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위헌의 소지는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4. 사립학교법
쟁점 1 제14조 및 25조 (개방형 이사제 도입) 법인이사회의 3분의 1과 내부감사 1명을 초중고교는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가, 대학은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
열린우리당의 설명이다. “지나치게 비대한 사학법인의 권한을 축소해 사적 이익 추구를 예방하고 권한의 분산, 참여의 확대를 통한 의사결정체계의 개선으로 사학의 자율성을 달성토록 했다. 사학의 운영이 국고보조와 학생 납입금에 70% 이상 의존하고 있고, 법인 전입금은 중고교 2.2%, 대학 6.8%에 불과한 현실에서 설립자나 기존 이사회 임원들에게만 독점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그러나 이 법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헌법 제37조 2항과 제23조 1항 등에 위반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37조 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관리는 국가의 필요에 따라 제한하는 경우에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는 것이고, 제23조 1항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는 것.
이석연 변호사는 “법 자체가 사적 자치를 기반으로 하는 자유시민사회와 자유시장경제의 헌법의 기본원리를 훼손하는 것으로 전체적으로 위헌의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이에 대해 “사학의 공공성도 무시할 수 없는 가치다. 개정안은 위헌성을 따질 여지가 없으며 사학단체들의 주장은 법적으로 타당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쟁점 2 제29조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기구화) 사립학교 자문기구인 학운위를 심의기구화해 재단이 독점하던 학교경영권과 예산 결산을 심의.
열린우리당은 학운위가 학교운영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한 심의기구일 뿐 의사결정기구는 아니라고 설명한다. 의결권은 여전히 이사회에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강경근 교수는 “사학은 설립자 재산출연으로 만들어진 사유재산”이라며 “이 법은 학교법인의 경영권과 기본권의 본질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학교 운영상 중요한 내용은 이사회의 과반수가 찬성해야 한다”며 “사학의 건학 이념을 구현할 틀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설립자의 교육권이나 학교법인의 재산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쟁점 3 고등교육법(초·중등) 제27조 (학내기구 법제화) 학교자치기구로서 교수회, 학생회, 직원회 대표, 동문 및 지역대표로 대학평의원회(학교운영위원회) 구성
열린우리당은 “사립학교의 자주성은 사학법인의 자율성이 아니라 학교자치를 통한 학교운영의 자율성”이라면서 “자치기구는 바로 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석연 변호사는 “교육이 특정집단의 이익이나 정치논리에 훼손될 우려가 있고, 사학의 능력과 여건에 관계없이 교육의 획일화를 가져와 오히려 교육의 기본원칙인 다양성을 해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조대현 변호사는 “학교법인이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자율성을 보장할 수는 없다”며 “일정한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