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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라인’ 막강 파워

싱크탱크에 동문 대거 포진, 지원사격 나선 ‘서강바른포럼’

  • 이남희|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irun@donga.com

    입력2011-01-19 16: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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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에 서강대 출신 학자가 다수 합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모교인 ‘서강대 라인’이 주목받고 있다.
    • ‘잘 뭉치지 않는다’고 알려진 서강대 동문들 사이에서, 박 전 대표를 응원하는 모임도 등장했다. 일부 서강대 출신 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정책 조언자를 자처한다.
    •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서강대 동문들의 발 빠른 움직임.
    ‘서강대 라인’ 막강 파워

    박근혜 전 대표가 모델로 등장한 서강대 광고.

    1월10일 서울 태평로 플라자호텔에서 서강대 총동문회 신년하례식이 열렸다. 이날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참석 여부에 높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박 전 대표의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이하 미래연구원)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면서 ‘정책 연구’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박 전 대표는 자리에 없었지만 이날 공식석상에서 그의 이름이 여러 차례 언급됐다. 류시찬 서강대 이사장은 인사말에서 “오늘 박근혜 동문이 안 나오셨는데, 언론에서 ‘미래권력’이라는 말을 쓰지만 ‘권력’보다는 ‘종’이란 표현을 쓰는 게 더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병수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전날 동문회 ‘축사’ 의뢰를 급히 받았는데, 아무래도 박근혜 전 대표님의 대타인 것 같다”고 우스개를 던졌다. 송영만 총동문회 부회장은 ‘자랑스러운 서강인상’ 시상식에 앞서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동문 중 하나로 박 전 대표를 꼽았다. 유력 대선주자인 박 전 대표에 대한 동문들의 기대와 애정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분위기였다.

    박 전 대표의 대선 행보가 본격화하면서 ‘서강대 인맥’이 주목받고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12월20일 출범한 미래연구원 구성원의 면면이다. 미래연구원의 발기인 78명 중 서강대 졸업자가 7명으로 가장 많다. 서강대 교수만 4명에 달한다.

    서강대 출신이 대거 포진한 분야는 박 전 대표가 속한 ‘거시금융’ 파트다. 이 중 미래연구원 원장인 김광두 서강대 교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김인기 중앙대 명예교수, 전성빈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의 남편인 홍기택 중앙대 교수가 서강대 경제학과 출신이다.

    이렇듯 경제 분야에서 ‘서강학파’가 강세를 보인다. 그 원류를 거슬러 올라가면 ‘서강학파 1세대’로 불리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가 있다. 서강대 교수 출신인 남 전 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재무부 장관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냈고, 약 2년간 박 전 대표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김광두 교수는 박 전 대표와의 인연에 대해 “은사인 남 전 총리가 직접 박 전 대표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동아’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 “언론에 자꾸 나서는 것이 보기 좋지 않다”며 몸을 낮췄다.



    김광두 교수는 정치권과 인연을 꾸준히 맺어왔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전 대표의 대표적 공약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우기)’를 만들었다. 2002년에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이인제 의원을 도왔다. 2009년 서강대 총장선거에 출마한 이력도 있다.

    한 서강대 동문은 김광두 교수에 대해 “호오(好惡)가 엇갈리지만, 학자로서 어젠다를 세팅하고 사람들을 조직화해 끌고 나가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2006년 서강대 부설 시장경제연구소를 만든 것도 김 교수의 적극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와 서강대 출신 다른 대학 교수 및 연구소 연구원 등 70여 명이 여기에 참여했다. 미래연구원 구성원 중 일부는 김 교수가 초대소장을 지낸 시장경제연구소 출신이다. 미래연구원의 ‘국토·부동산·해운·교통’ 분야에는 전준수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가 소속돼 있다. 국제운송경영학 박사인 전 교수는 해운항만청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경·에너지’ 파트에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잘 알려진 김영수 서강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문화·예술·사회’ 파트에서 활동한다.

    이외에도 ‘산업·무역·경영’ 분야에는 김병기 애플민트홀딩스 대표이사가 합류했다. 서강대 전산학과를 졸업한 그는 한국 벤처 1세대로 통한다. 삼성전자 근무를 거쳐 1997년 지오인터랙티브를 창업해 미국, 일본 등지에 게임을 수출했다.

    미래연구원의 명단이 공개되자 사람들은 “빙산의 일각이 드러났을 뿐”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박 전 대표를 돕길 원하는 자발적인 지원자 그룹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서강대 교수를 비롯해 타 대학 출신 각계 전문가가 포진한 ‘40대 소장파 교수-전문가 그룹’의 존재를 전해 듣고 복수의 당사자와 접촉했지만, 이들은 “드러나지 않게 박 전 대표를 서포트하고 싶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미디어, 문화, 산업, 과학기술, 사회복지, 남북관계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 및 전문가로 구성된 이 그룹은 박 전 대표와 스터디 모임을 갖고, 정책 자문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강대 라인’ 막강 파워

    서강대는 지난해 4월 개교 50주년 기념식에서 박 전 대표에게 정치학 명예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보이지 않게 지원하는 동문 학자들

    미래연구원에 서강대 출신 학자가 다수 합류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치권의 ‘서강대 라인’에도 눈길이 쏠린다. 정원이 적은 탓에 정계에 진출한 서강대 동문의 숫자는 많지 않다. 현재 국회의원으로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한나라당 서병수 최고위원(경제학과 71학번), 김호연 의원(무역학과 74학번), 권택기 의원(경영학과 84학번) 등 4명이 있다.

    친박(親朴)계 3선인 서 최고위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부산시장 출마를 고심하다 “곁에서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박 전 대표의 요청을 듣고 그 뜻을 접었다고 한다. 그는 친이(親李)계 심재철 정책위의장에게 “박 전 대표의 복지 정책을 ‘솔직하지 못하다’고 말한 것은 정책위의장에게 주어진 권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쓴소리를 던지며, 박 전 대표의 행보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 7월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호연 의원은 서강대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어 동문의 힘을 모으는 데 유리하다. 권택기 의원은 친(親)이재오계지만, 모교와 관련된 행사에 늘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모두 서강대 출신 정치인, 국회 보좌진 및 기자의 모임인 ‘서강여의도포럼’에 참여해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져왔다. 서강여의도포럼 관계자는 “2008년 박 전 대표가 송년 모임에 온다고 하자 그간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던 회원까지 참석했다”며 “모두 2011년 송년 모임에 박 전 대표를 꼭 모시자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의 ‘서강대 인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고려대 인맥의 정관계 진출이 눈부셨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 당시 고려대 교우회가 동문인 ‘이명박 후보 밀어주기’에 나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광고모델’ 박근혜 효과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서강대 인맥이 어떤 역할을 할까. 박 전 대표가 당선될 경우 서강대 인맥이 얼마나 약진할 것인가. 이에 대해 학교와 동문들은 다양하고 다층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서강대는 박 전 대표의 활약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지난해 10월 중순 서강대 자연과학부와 공학부는 박 전 대표를 ‘광고모델’로 등장시켰다. 이 광고를 두고 ‘모교 사랑이냐’ ‘사전 선거운동이냐’ 격론이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고심 끝에 이 광고가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서강대 관계자는 “광고모델이 돼달라는 학교의 부탁에 박 전 대표가 흔쾌히 응했다”며 “박 전 대표가 등장한 광고는 이례적으로 여러 매체에 기사화돼 학교 홍보 효과가 매우 높았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4월17일 서강대 개교 50주년 기념식에서 50번째 명예 박사학위(정치학)를 받았다. ‘50주년 기념식에 50번째 명예 박사학위’라는 의미 있는 타이틀이 박 전 대표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는 박 전 대표에 대한 학교의 특별한 배려로 읽힌다. 이에 대해 서강대 관계자는 “명예 박사학위는 사회적으로 높은 기여를 한 분들에게 수여한다. 박 전 대표는 4선 국회의원으로 괄목할 만한 업적을 이뤘고, 신뢰와 원칙을 존중하며 한국 정치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정치적으로 판단해 학위를 수여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박 전 대표의 대선 행보에 서강대 동문이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리는 고려대와 다르다”는 게 공통적인 답변이었다. 세간에서는 서강대 출신을 가리켜 ‘모래알처럼 뭉치지 않는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고 평한다. 그 때문일까. ‘학연 때문에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것’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거나 경계하는 이가 많았다. 서강대 출신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고려대와 서강대 동문의 움직임이 극적으로 달랐다”고 회상했다.

    “경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는 고려대 동문들은 알아서 필요한 조직을 만들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반면 서강대 동문들은 ‘나 같은 사람이 뭘’ 하며 나서지 않았고, 조직을 꾸리는 데도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2007년과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선 박 전 대표를 바라보는 동문들의 시선이 과거에 비해 우호적으로 변했다. 다음은 서강대 83학번인 한 동문의 전언이다.

    “2007년만 해도, 박 전 대표가 대학 동문이라고 여겨지지 않았다. ‘박근혜는 그냥 박근혜, 혹은 독재자의 딸’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제는 많은 사람이 자연스럽게 박 전 대표를 독립된 정치인으로, 또한 동문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지난해 연말 과 동기 모임을 주최하는 친구가 유머러스하게 ‘박근혜 전 대표도 섭외 중’이라는 단체문자를 보냈다. 그런 분위기 자체가 박 전 대표를 동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 아닌가.”

    “모교 출신 챙기는 스타일 아니다”

    서강대 동문의 움직임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서강바른포럼’의 출범이다. 지난해 10월7일 탄생한 이 포럼의 취지는 ‘모교와 사회, 국가를 위해 공헌하는 동문을 돕자’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물론 서강대 동문인 서병수·김호연·권택기 한나라당 의원과 지자체장 등 정관계 인사가 지원 대상이다. 1월 현재 이 포럼에는 60학번부터 2009학번까지 서강대 동문 1000여 명이 가입했다. 이들은 학계, 경제·산업계, 출판계, 언론계 등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서강바른포럼’ 인터넷 카페에는 시사·정세 분석 기사와 정책 제안 글들이 활발하게 올라오는 중이다.

    포럼을 이끄는 주축은 한국 PD연합회 회장을 지냈고 여러 방송사 임원, 대표를 거친 이윤선(69학번) 전 KBS PD와 김철규(71학번) 전 SK텔링크 대표이사다. 이들은 서강바른포럼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다. 이윤선 회장은 ‘71동지회’에 속한 민주화 운동권 출신으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영상 이미지, 디지털 콘텐츠와 관련한 아이디어를 제시·조언했다. 김철규 회장은 박 전 대표의 전자공학과 1년 후배다.

    박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8일 열린 서강바른포럼의 송년회에 참석해 모교와 동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이날 축사를 통해 “신부님들과 교수님들이 바르고 분수에 맞게 열심히 살아가는 가치를 중요시하도록 가르치신 것을 감안하면 ‘바른’ 포럼이란 이름이 참 적절하다”고 말했다.

    서강바른포럼이 나아갈 방향을 놓고 회원 간에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적극적인 지지를 주장하는 쪽도 있지만, 맹목적인 지지나 포럼의 정치 세력화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박 전 대표의 향후 대선 행보를 앞두고 서강바른포럼이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 이윤선 회장은 “박 전 대표를 지지하기 위한 여건을 조성해가는 단계”라며 포럼의 큰 구상을 밝혔다.

    “포럼의 목표는 서강대 출신 지도자들이 서강정신을 바탕으로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게 지원·격려하는 것이다. 단순한 지지가 아니라, 동문이 모교의 명예를 드높이는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비판과 조언을 하는 활동까지 포함한다. 향후 박근혜 동문이 힘을 필요로 할 때, 포럼의 철학과 일치하는 범위에서 포럼의 활동 방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충분한 논의를 거칠 예정이다.”

    향후 ‘서강대 라인’이 박 전 대표의 핵심 인맥으로 부상할까. 정치권 관계자는 “박 전 대표가 모교 출신이라고 해서 특정 학교 출신을 더 챙기거나, 이들을 끌어들여 조직화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로열티(충성도)’ 높은 인재가 박 전 대표의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기업에서는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로 서강대 출신을 물색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서강대 인맥을 두고,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과 같은 신조어가 등장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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