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호

호남이 안철수 택하면 그날로 끝

민주당 붕괴론의 실체

  • 황장수│미래경영연구소 소장 pjbjp24@naver.com

    입력2013-05-23 16:5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민주당이 김한길 대표 체제로 새로 꾸려졌다.
    • 그러나 ‘민주당 붕괴론’이라는 암운이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은 내부 문제를 심각하게 드러내고 있다.
    • 아직 근원적인 해결책을 보여주지 못했다.
    • ‘길게 보면 해체가 정치 발전에 더 낫다’는 비관론이 여전하다.
    호남이 안철수 택하면 그날로 끝
    지난 4월 24일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60%가 넘는 득표율로 당선된 이후 민주당 붕괴론이 광범위하게 회자됐다.

    열흘 뒤인 5월 4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김한길 대표가 61.72%를 득표해 23%p가 넘는 표차로 당 대표에 당선됐다. 김 대표는 쇄신과 변화를 외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붕괴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다.

    민주당 새 지도부는 친노-비노 대립, 주류-비주류 대립을 쓰레기통에 넣고 교조주의, 인기영합주의, 계파 패거리주의, 나눠먹기 같은 낡은 관행을 청산해 정치쇄신을 이뤄내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은 것 같다. 심지어 ‘이번 지도부가 임기 2년을 채울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의 장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가장 큰 원인은 차기(2017년) 대선의 승리 가능성과 연관되어 있다. 즉, 지금의 민주당 내 잠재 대선주자들로서는 차기 대선에서 승산이 낮다고 보는 것이다. 이 점이 민주당 붕괴론의 진앙지라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의 중심축은 여전히 호남이라는 지역기반이다. 다른 어떤 것도 이를 대신할 수 없다. 지난해 초 친(親)노무현 세력의 당 외곽 조직이 모바일 선거와 국민 참여경선 등으로 당을 장악했다. 이번 5·4 민주당 전대 결과 친노는 외면받았다. 대신 호남지역 기반은 더 공고해졌다.

    ‘호남이 주도해 집권해야 한다’는 호남 패권주의가 다시 전면에 등장했다. 호남 패권은 집권이 중요하지, 당의 간판이 민주당이냐 아니냐, 적자(嫡子)냐 서자(庶子)냐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지금 민주당이 겪는 위기의 본질은 대선 당선 가능성과 호남 패권 문제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개혁? 임기 채울지도 의문”

    안철수 씨가 일반의 상식을 깨고 4월 보선을 통해 원내에 깜짝 진입할 거라고는 지난 대선 직후 시점에서는 그 누구도 짐작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18일 오후 6시 반 대선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직후 인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는 시점에서 그의 정치적 장래는 극히 불투명했다. 그러다 3월 3일 오후 대리인 금태섭 변호사를 통해 노원병 보궐선거 출마를 전격적으로 선언했다. 이는 여야 정치권에 혼돈을 가져왔다.

    3월 4일 아침 박근혜 정부의 아이콘인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사퇴했고, 곧이어 박 대통령이 야당의 비협조에 대해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분노를 표시했다. 안 씨의 출마 타이밍은 대통령과 야당의 정쟁(政爭) 시점과 일치해 묘한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안 씨의 급작스러운 출마는 민주당과 진보정의당에 ‘멘붕’에 가까운 충격을 불러왔다. 안 씨는 초반에 야권 진영의 거센 반발과 비난에 직면했으나 결국 대선 빚 갚음용 민주당 무공천을 관철시키며 압승을 이끌었다.

    사실 민주당 무공천의 숨은 이유는, 민주당에선 누가 나가도 승산이 희박하다는 점이었다. 민주당은 어차피 자신이 못 먹을 떡을 가지고 선심을 쓴 격이다. 안철수 씨가 출마하지 않았다면 노회찬 X파일 관련 공방이 쟁점이 됐을 선거였다. 그러나 그의 출마로 오직 안철수만이 화제의 초점이 되는 선거로 바뀌었다. 아울러 민주당의 5·4 전당대회 경선도 묻혀버렸다.

    안 씨는 선거운동 과정에서 민주당의 애달픈 구애를 철저히 뿌리쳤다. 언론은 이를 그의 신당 창당 의도로 해석했다. 심지어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만들어지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보다 훨씬 높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대선 투표일 갑자기 출국한 안 씨가 새 정권 출범 열흘도 안 돼 재보선 출마를 선언하고 곧바로 귀국해 선거운동에 들어간 것은 정치 관례상 복잡한 해석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출마 및 귀국 시점은 정부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여야 간 대립이 격화하고 새 정부 주요 공직 내정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던 때였다.

    여권 일각에서는 ‘안철수의 조기 원내진입이 박근혜 정부에 나쁠 게 없다’는 논리가 제기되고 있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새누리당 전략기획 회의에선 “일단 관망하면서 정치적으로 클 때까지 기다리자. 나중에 정치적 입지가 풍선처럼 빵빵하게 커졌을 때 (각종 검증으로) 한 방에 터뜨리는 전략을 구사하자”는 애기가 나왔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지도부가 안철수 카드를 야권의 자중지란을 부추기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다. 안철수로 야권을 통제하겠다는 일종의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략 같은 것이었다. 사실 안철수 씨가 새 정권 초기 비교적 수월하게 원내에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민주당의 대선 빚 갚기용 무공천뿐만 아니라 여권의 이 같은 ‘안철수 활용론’도 있었기 때문이다.

    김한길 체제의 태생적 모순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내부 분열을 극복하자고 역설하면서 계파주의 청산, 정책정당 면모 강화, 탕평인사를 내걸었다. ‘여야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협조할 것은 협조하겠다며 중도적 성격의 ‘선거에 이기는 강한 야당’을 표방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미묘한 당내 입지를 보여주는 해프닝이 취임 직후 일어났다. 김 대표는 5월 6일 신임 최고위원들과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면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엔 참배하지 않았다. ‘중도와 혁신을 주장하는 김한길 체제도 민주당의 교조적 강성 이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여론은 김 대표의 변화 메시지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김한길 체제의 출범은 5월 6일 주요 9개 조간 중 겨우 2곳에서만 1면 헤드라인 기사가 됐다.

    친노 출신이 물러난 민주당 새 지도부엔 비주류, 중도, 실용파 인사들이 들어왔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계파 바꾸기, 자리 바꾸기에 머물 공산이 높다는 것이다. 민주당 지지층에서조차 김한길 체제의 미래에 대해 회의가 가득한 상황이다.

    김한길 체제는 스스로의 발목을 잡는 자체 모순을 가지고 있다. 강성 이념에서 아직 탈피하지 못했다는 점 외에 안철수 씨와의 관계 문제도 자체 모순에 해당한다. 지난 대선 무렵 김한길을 비롯한 당시 민주당 비주류와 안철수 씨의 관계는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더 깊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11월 2일 이해찬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등 당시 민주당 지도부의 동반퇴진을 촉구하면서 자신이 2위로 당선된 최고위원직을 사퇴했다. 그의 사퇴는 당 지도부의 기득권 포기와 안철수-문재인의 적극적 단일화를 관철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한길 대표는 “안철수를 공격하지 말라”고 당 지도부에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비주류 측 의원 18명은 지난해 11월 23일 국회에서 단일화 촉구 농성을 했다. 이들의 주장은 안철수 씨가 제시한 단일화 틀을 문재인이 받아들이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처럼 안 씨와 민주당 비주류 출신인 김한길 대표의 관계는 밀접하다.

    문제는 김 대표가 민주당을 ‘선거에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어가면 안철수 바람은 소멸된다는 점이다. 반대로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안철수 바람이 거세게 불면 민주당 김한길 체제는 붕괴되고 만다. 김한길 체제는 이렇게 모순되는 정체성을 갖고 있다.

    지난 대선에선 안철수-김한길이 서로 통했지만 이제는 한쪽이 살면 다른 한쪽이 죽는, 호남 패권을 둘러싼 제로섬 게임이 시작될 것이다. 일단 김한길 대표는 자기 체제의 중간 평가 시점을 가까운 10월 재보선이 아닌 내년 6월 지방선거로 미뤘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에서는 벌써 안철수 측과의 전략적 선거연대 구상이 나온다. 현재 민주당이 대외적으로 표방하는 안철수 씨와의 관계는 ‘경쟁적 협조관계’다. 이 형용모순적인 말 속에 가까이 갈 수도 적으로 만들 수도 없는 민주당의 고민이 담겨 있다.

    10월에 당 운명 갈린다

    안철수 씨는 지난 대선 때 울먹이면서 후보를 사퇴한 뒤 이번 재보선 당선까지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의 처지에서 보면 눈앞까지 다가온 청와대행 티켓을 후보 단일화 논의에 말리는 바람에 잡았다 놓친 기분이 들 것이다. 대체로 유력 대선주자였던 사람에게 나머지 정치적 입지는 사실상 무의미하다.

    안 씨는 의원 활동을 포함해 향후 모든 정치 행보를 차기 대선 승리에 맞출 것이다. 이에 따라 안 씨와 민주당의 관계에선 그의 단일화 경험이 트라우마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안 씨의 처지에선 그의 편에 서서 활동했던 민주당 비주류 의원들조차 자신을 ‘단일화 틀’ 속에 끌어넣은 ‘미끼’라고 의심할 수도 있다. 이번 노원병 재보선에서 그가 민주당과의 단일화 논의에 나서지 않고 사실상 치킨게임 양상으로 밀어붙였던 것도 지난해의 뼈아픈 경험이 준 학습효과 때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안철수 측은 2017년 대선에서도 결국 민주당 측과의 야권 단일화 문제가 제기될 것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때 안 씨가 2012년 대선 때처럼 행동할 것 같지는 않다. 노원병 선거에서 확인됐듯이 현 안철수 지지 기반의 상당수는 현 민주당으로는 흡수가 거의 불가능한 중도층과 일부 보수층이다. 실제로 지난 대선에서 안철수 후보 사퇴 뒤 안 후보 지지자의 20% 이상이 박근혜 후보로 이동했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 때 안 씨는 민주당 입당 즉시 지지율이 추락할 수밖에 없고 대선 후보 반열에서 멀어지는 운명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안철수의 모순이다. 지지율을 유지하려면 민주당과 선을 긋고 있어야 하고, 대선 승리 확률이 높아지려면 민주당과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호남이 안철수 택하면 그날로 끝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4월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선서 후 인사말을 하고 있다.

    결국 안 씨가 택할 수 있는 정치 노선은 상당기간 민주당 밖에서 독자 노선을 고수하고 민주당을 조금씩 허물어뜨리면서 호남 패권의 지지를 자신에게 가져오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의도는 그가 8월 말까지 외부인사 영입을 마치겠다고 발표한데서 드러나고 있다. 10월 재·보선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내고 독자세력화 하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이러한 안철수의 길은 김한길 체제가 가려는 길과 분명 상충되는 것이다.

    우원식 민주당 최고위원은 5월 7일 안철수 의원 측과 통합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 측과 나뉘면 필패이기에 10월 재·보선 전 지역에 각자 후보를 내고 그 결과를 기준으로 삼아 득표율에 따라 통합 정당을 만들 때 지분으로 인정하자”는 제안이었다.

    김한길 대표 측은 10월 재·보선이 새 지도부의 중간평가가 되는 것을 꺼리지만, 원하든 원치 않든 10월 재·보선은 민주당과 안철수의 생존에 기로가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민주당과 안철수 측에게 중요한 곳은 전남 나주·화순, 순천·곡성, 서울 서대문을 세 곳이다. 호남 두 곳의 경우 양측이 호남 패권 장악을 둘러싸고 사활을 건 전투를 벌여야 한다.

    안철수 신당 출현을 가상한 여러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신당이 민주당보다 2배 이상 지지를 얻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안철수 측은 호남 두 곳의 보궐선거에서만 이기면 ‘상황 끝’으로 판단하고 여기에 진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순천은 안 의원의 처가가 있는 ‘연고 지역’이기에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고 여길 것이다. 현재 광주 등 호남 지역 거점에는 각종 안철수 지지 ‘포럼’이 활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지지도가 10% 미만인 호남에서 선거는 사실상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의 양자 대결이나 다름없다. 안철수 측 또한 5·18을 전후해 광주를 방문하는 등 호남 패권 장악을 겨냥한 참배·강연 정치를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최근 민주당이 제기하는 안 씨와의 ‘전략적 연대’ 표현은 10월 재·보선에서 서로 ‘완패’를 모면하고 ‘공생’하자는 ‘타협안’이나 다름없는 듯하다. 추측하건대 호남 지역을 연합공천으로 나누자는 것으로 풀이된다. 즉, 안철수 씨 부인 연고지인 순천·곡성을 안 씨에게 양보하고 대신 나주·화순에선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방식을 희망하는 것 같다.

    The winner takes it all

    문제는 안 씨가 이런 공생 타협안을 수용할 것인지다. 그는 기업가 출신이며 경쟁이 치열한 IT 분야에서 생존력을 키워왔다. 모험적인 기업가는 대체로 팝송 ‘The winner takes it all’처럼 승자독식에 익숙하다. 기회가 왔을 때 과감한 승부를 거는 경향이 강하다.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그의 치명적 약점은 승부를 던져야 할 때 좌고우면(左顧右眄)한 점이었다.

    상식적으로 보면 ‘리뉴얼’된 안철수는 이런 타협안을 거부하고 끝장 승부를 볼 가능성이 있다. 경쟁적 협력관계라는 언어적 수사(修辭)보다 각자의 생존본능이 10월 선거를 지배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 민주당 김한길 지도부의 선택지는 과연 무엇일까.

    5·4 민주당 전당대회의 키워드는 친노 퇴장이었다. 친노는 2007년 대선 패배로 ‘폐족’이 된 후 2009년 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고 이후 재기했다가 4년 만인 올해 다시 폐족 신세가 됐다. 다시 주류가 된 과거의 비주류는 오늘날 민주당의 폐단이 친노 색깔 때문에 생겼다고 비난한다.

    현 주류는 2009년 노무현 정신을 입이 마르도록 추앙하던 사람들이다. 이병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금 세상의 모든 악평과 악담의 주인공이 노무현”이라고 자조한다. 그런데 민주당의 쇠락이 전부 친노 탓일까. 친노가 모바일 투표를 통해 당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특유의 배타주의, 강성 이념, 순혈주의를 표방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기는 하나 전적으로 친노에게 책임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친노에게 이 모든 것을 덮어씌우려면 친노가 지난 5년간 전횡하며 당의 모든 일을 좌우했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론 친노가 아닌 박상천, 정세균, 손학규 의원 등이 대표가 돼 민주당을 4년간이나 장악해왔다. 민주당이 2009, 2010년 지방선거 등 각종 선거에서 연이어 승리할 때 지금 같은 민주당 붕괴론은 나오지 않았다. 정권교체가 100% 가능하다는 확신이 이 당을 지배하고 있었다.

    호남이 안철수 택하면 그날로 끝

    5월 4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

    엄밀히 말해, 민주당의 몰락은 2011년 9월 안철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됐다. 공교롭게도 안 씨는 여야를 모두 낡은 정치세력으로 재단했다. 민주당은 하소연 한 번 못하고 그가 지지한 박원순에게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자리를 내줘버렸다.

    이런 무기력함에 대한 민주당 저변의 불만과 반작용이 2012년 1월 친노 중심 한명숙 체제를 불러온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친노 직계 문재인 의원이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오늘날 민주당 붕괴론의 원인 중엔 친노의 잘못도 있지만 낮은 대선 당선 가능성과 호남 패권주의도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야권 재편 독립변수는 박근혜?

    현재도 민주당의 잠재 대선 후보군에는 차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보이는 인물이 거의 없다. 결국 승리 가능성이 높은 주자에게 민주당 호남 저변의 지지가 쏠리는 것이고, 그것이 지난 대선 패배 이후 다시 안철수 씨에게 기대는 형태로 나타나는 셈이다.

    지역주의에 편승한 민주당의 대선 필승 구도는 이제 ‘호남 지지 + PK 후보’로 굳어져버렸다. 이 또한 호남 패권주의의 아류에 불과한 매우 기형적인 정치 형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말해 어떻게든 차기에서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필승 강박관념이 대선 승리 확률과 호남 패권주의의 강화로 나타나고 있고, 그것이 안철수에게 집중되는 것이 오늘날 민주당 붕괴론의 본질이다.

    솔직히 말하면 친노는 정파의 당연한 목적인 권력장악 본능에 너무나 충실한 죄를 지었을 뿐이다. 당내 유력 대선주자가 부재한 현실을 누군가 덮어쓸 희생양이 필요했고, 친노는 그 희생양의 역할을 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민주당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비단 이 정당만의 문제는 아니다. 양 김과 박근혜 이후 한국 정치 리더십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의 붕괴 여부는 당 내부보다 박근혜 대통령과 안철수의 행보에 달려 있다는 것이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박 대통령은 북핵 위기 대응과 방미를 거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이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향후 부패 청산, 사회 개혁, 경제민주화, 복지 확충을 본격화할 것으로 짐작된다. 만약 박 대통령의 국정 드라이브가 먹혀들어간다면 야권의 존재는 미미해질 것이다. 보수 및 중도 진영의 안철수 지지가 약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야권 전체에 돌아가는 파이가 줄어든다는 의미가 된다.

    만약 박 대통령이 실정(失政)을 거듭해 지지도가 추락한다면 이와 반대로 상당수 유권자의 열망이 안철수 씨에게 대리 투영돼갈 것이다. 따라서 역설적이지만 현 단계에서 야권 재편의 독립변수는 박 대통령인 것이다.

    안철수는 지난 대선 때 허술하고 결단력 없는 모호한 언행을 보여줬다. 그의 정책 콘텐츠는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안철수가 이 단계에 계속 머문다면 그는 특별한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다.

    안철수는 국회 상임위를 선택할 때 보유 중인 안랩 주식과의 이해상충 문제에 부딪혔다. 이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그는 자신의 모호한 정체성을 또 한 번 보여줬다. 그는 정치냐 사업이냐, 명예냐 돈이냐 하는 양자택일 없이 두 가지 떡을 모두 쥐려 한다. 과연 그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정치를 하고 싶으면 과감히 주식을 팔고 정치에 올인하는 것이 원칙이다. 안랩 주식이 향후 5년간 또다시 정치 테마주로 간다면 이것은 자신이 강조해온 ‘공정한 경제’에도 분명 어긋나는 일이다.

    안철수만 바라보면 미래 없다

    민주당은 지키지도 못할 구호를 내세우기에 앞서 위기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현존하는 자당 주자로는 대선 당선 가능성이 낮다는 현실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이를 부인하고 ‘안철수 바라기’에 매몰된다면 지난 대선의 오류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것이다.

    이제 호남도 ‘될 사람’에게 얼마든지 기울어질 수 있다. DJ 사후 민주당이라는 브랜드가 당을 지켜주는 수호신이 되지 못하는 냉엄한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싸움은 보이는 적과 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적, 즉 ‘개혁’이니 ‘변화’ 같은 것과 싸워서는 이길 수 없다. 즉, 민주당은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를 발굴해 내야 붕괴 위기에서 탈출할 수 있다.

    호남이 안철수 택하면 그날로 끝
    황장수

    1964년 경남 사천 출생

    서울대 농경제학과 및 동 대학원 졸

    새천년민주당 총재 특보

    한국농림수산정보센터 사장

    現 미래경영연구소장, 영인개발 대표이사

    저서:‘안철수 만들어진 신화’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소속이 된 박원순 서울시장은 차기 대선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다. 내년 서울시장 재선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안철수의 지지로 당선된 박 시장이 대선에 출마할지, 민주당에 계속 남을지는 미지수다. 민주당은 경쟁력 있는 차기 주자를 조기에 만들어 내면 재기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대선처럼 안철수만 바라보며 그의 수에 끌려 다녀선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