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비이재명계 의원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조응천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기명투표를 했을 경우 누가 찬성했고, 누가 반대했는지 다 나온다”며 “체포에 동의한 사람들에 대한 공격과 낙천운동이 벌어지지 않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여당도 비판에 동참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다시 청구될 것이 두려워 야당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도록 감시 장치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유리한 대로 원칙 꺾던 李
2013년 2월 성남시의회에서도 표결 방식을 두고 비슷한 일이 있었다. 당시 기명 표결 원칙을 무기명으로 바꿔 통과시킨 조례안은 바로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에 관한 것이었다. 이 조례안이 통과돼야 성남시 재개발 사업을 민관합동으로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당시 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들은 민간이 주도하는 방식으로 대장동을 재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성남도공이 설립되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과 그 측근들이 재개발사업을 좌지우지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고 말했다. 당시 전체 성남시의원 34명 중 19명이 새누리당 소속이었고,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소속은 15명에 그쳤다. 의석 분포로만 보면 성남도공 설립은 불가능했다.
불가능을 가능케 만든 신의 한수는 투표 방식을 무기명으로 바꾼 것이었다. 당시 성남시의원이던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조례안을 무기명 투표에 부치자’고 주장했고, 성남시의회 의장이던 최윤길 전 화천대유 부회장이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장 직권으로 무기명 투표를 진행한 것. 결국 새누리당 시의원 다수는 회의장을 빠져나와 표결에 불참했다. 민주당 시의원들과 새누리당 시의원 2명만이 무기명 투표에 참여했고 성남도공 설립 조례안은 결국 통과됐다.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은 7월 6일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내린 지상 과제 중 하나가 성남도공 설립이었다”며 “(내가) 최 전 부회장 포섭 등 물밑 작업을 담당했고, 이를 당시 성남시장 비서실에 있던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정진상 전 실장을 통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성남시의회가 기명 표결 원칙을 무기명으로 전환해 성남도공 설립 조례안을 통과시킨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2013년 2월 성남도공 조례안 표결 당시 기명에서 무기명 표결로 바꾸는 것에 반대했다는 이덕수 성남시의원은 “이 대표는 성남시장일 때도 그때그때 자신이 유리한 대로 원칙을 꺾으려 들었다”며 “이번에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표결 방식을 기명으로 바꾸자는 것은 이 대표 자신의 정치적 생명 연장을 위한 것일 뿐, 정당성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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