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국민의당 공동대표는 7월 13일 ‘신동아’ 인터뷰에서 자신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민투표 제안 논란에 대해 “사드를 이념논리로 봐선 안 된다. 국회에서 도입에 관한 실익을 따져보자, 대통령은 국민투표까지 포함해 모든 것을 검토해봐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국민의당 홍보 리베이트 사건에 대해선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각오였지만 의원들의 의견을 받아들였고, 대신 나는 책임을 졌다”고 부연했다. 2가지 이슈가 잇달아 불거지면서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 휩싸인 그가 처음 입을 연 것이다.
사드로 얻는 것, 잃는 것
▼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정신없이 바쁘다. 정신이 없다 보니 어젯밤에 배 기자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도 리턴콜을 못했다. 깜빡했다. 지금도 무척 바쁘다(웃음).”
▼ 국가적 현안에 대해 신속하게 입장 표명을 한 것은 좋은데,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 찬반 국민투표 제안을 한 것은 조금 성급한 것 아닌가. ‘국론 분열 조장’ ‘안보 문제를 국민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쏟아졌는데.
“그러한 정치적 공격은 예상했다.”
▼ 예상을 했다?
“사드 문제는 어제(12일) 의원총회에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나의 기본적인 생각은 사드 배치 문제가 이념논쟁으로 흐르면 절대 안 된다는 거다. 철저히 국익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 사드 배치는 전적으로 옳다거나 틀리다거나 하는 문제가 아니다. 사드를 도입하면 얻는 것과 잃는 것이 있는데, 그게 각각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서 (도입 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을 것 같나.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요격 기회를 한 번 더 가질 수 있다는 것, 미사일 방어 능력은 ‘얻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제재 협력에 동참하지 않거나, 우리의 제1 교역국(중국)과 경제마찰이 심화하면? 외교·경제적으로는 잃는 게 더 많지 않겠나, 나는 그렇게 판단하는데, 국회에서 이걸 공론화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토론하면서 바람직한 결론을 내자는 거다. 국민도 다 알게 하고….”
사드는 적의 미사일을 종말단계(포물선으로 날아오다 목표물을 향해 낙하하는 단계)에서 요격하는 미사일 방어체계다. 기존 방어체계는 고도 20km 이내에서 요격하지만 사드는 고도 40~150km 상공에서 목표물을 맞혀 파괴한다. 안 전 대표는 사드 배치로 추가 요격 기회를 가지는 걸 ‘얻는 것’으로 봤다.
“무조건 반대 아니다”
“사드 배치는 단순히 무기 하나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다. 경제와 외교, 더 나아가 우리의 미래에 그 파급효과가 굉장히 크고 중요한 문제다.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도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국민투표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투표는 국회가 아니라 대통령이 부칠 수 있다(헌법 72조는 ‘대통령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외교·국방·통일 기타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 정책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다’고 규정한다-편집자). 대통령이 이 국면을 해결하는 수단 중 하나로, 그것(국민투표)까지 포함해서 생각해보라는 것이었는데, (국민투표 부의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을) 국회 출입기자들도 잘 모르더라(웃음).”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투표 제안을 비판하는 기자들을 에둘러 비판한 것처럼 들렸다. 안 전 대표는 앞서 7월 10일 ‘사드 배치에 대한 입장’이란 성명을 통해 “사드 배치는 경제, 외교, 국민의 삶과 대한민국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모든 걸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 나는 사드 배치로 잃는 것이 더 많고, 종합적으로 국익에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사드 성능 미검증 △비용부담 문제 △대(對)중국 관계 악화 △전자파로 인한 국민 건강 염려를 그 이유로 들었다. 그러면서 “국방위와 외통위를 함께 열고, 필요하다면 국회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위원회를 열어 사드 배치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기술 개발을 앞당기는 등의 대안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말미에 ”국민투표에 부치는 것도 심각하게 검토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사드 도입 찬반 논란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데, 국민의당은 ‘배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평소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고 하지 않았나.
“사드를 도입하면 안보를 보수적으로 보는 건가? 그건 굉장히 단순한 논리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드 도입을 이념논리로 보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사드 배치가 전적으로 옳은 것도, 옳지 않은 것도 아니고. 내가 주장하는 건, 한번 따져보자는 거다. 안보도 안보 나름 아닌가. 국방안보, 외교안보, 경제안보 등 여러 안보가 있는데, 국방안보만 놓고 보자면 얻는 게 있다. 그러나 다른 안보는 약화된다.”
‘양극단’ 빼고 모두 모여!
“그렇다. 우리는 무조건적으로 (사드 도입을) 반대하지 않았다. 무조건 반대한다면 내가 왜 국회를 열자고 제안했겠나. 우리 입장은 이런데(도입 반대), 우선 공론화해 결정하자는 거다.”
▼ 국민의당이 4·13 총선에서 ‘녹색 돌풍’을 일으켰는데, 최근 안 전 대표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10% 아래로 떨어졌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총선에서 나타났고, 그 열망을 실제로 (현실화)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드려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생각이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7월 3~5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18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설문한 결과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21.3% △문재인 전 더민주당 대표 20.0% △안 전 대표 9.3% △박원순 서울시장 7.6% 순으로 나왔다(95% 신뢰수준 ±3.1%포인트)
▼ 박선숙·김수민 의원의 총선 리베이트 의혹 사건이 터졌을 때 초기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것도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나는 당시 읍참마속할 각오였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조직은 조직 나름의 원칙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하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검찰이 기소도 하기 전에 모든 의원을 출당시킬 것이냐’는 의원들의 물음이 있었다. 합리적이라면 받아들이는 게 순리 아닌가. 상황에 따라 결정하기보다는 큰 원칙을 만들고 지키는 게 낫다고 봤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누군가는 책임져야 했고, 그래서 내가 책임(대표직 사퇴)을 진 것이다.”
▼ 최근 국민의당 의원들이 손학규 전 더민주당 고문에게 잇달아 ‘입당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손 전 고문과 차기 대선후보 경쟁을 하게 된다면….
“양극단을 제외하고, 합리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이 모여서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게 우리의 존재 이유다. 양극단은 전체 국민을 통합해나가는 ‘개혁 에너지’가 작기 때문에 변화시키기 힘들다. 지금 우리는 변화해야 할 상황이고,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있다.”
▼ 최근 김동철 의원의 대전시민 비하 발언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새정치’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김 의원은 7월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신의 발언에 항의하는 대전 출신의 새누리당 이장우 의원을 향해 “어떻게 대전시민은 이런 사람을 뽑아놨나”라고 소리를 질렀다가 나중에 사과했다-편집자).
“아…그건…거참, 허허허, 허허허.”
‘기득권 대항론’
▼ 오늘(7월 13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기득권에 대항해 반드시 변화를 이뤄내겠다”고 했다. 당 소속 의원이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건가.“외부 상황과 상관없이 내가 지금껏 생각한 것과 각오를 짧게 얘기한 거다. 나는 지금까지 항상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고 포기하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냈다. 정치권에 와서도 여러 일이 있었지만 몇 십 년 만의 ‘3당 체제’를 만들었다. 앞으로도 더 큰 변화를 만들어내겠다는 생각을 쓴 것이다.”
▼ 과거 ‘신동아’ 인터뷰에서 여러 차례 국회 미래일자리특위 설치를 주장했는데, 결국 만들어졌다. 그런데 위원장에 정동영 의원이 내정됐다.
“반드시 필요한 특위다. 내가 주장했고 관철했지만, 당 대표 그만두자마자 또 다른 감투를 쓴다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내가 주장했으니 위원으로 열심히 활동할 것이다.”
▼ 사드 배치 논란, 영남권 신공항 갈등, 북핵·미사일 위협,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국내외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금이야말로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6월 2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때 미래 비전만 얘기해 국회에서 ‘거의 처음’ 여야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다. 그런 기조로 가야 한다고 본다. 눈앞의 이익에 매몰된 정치가 아니고 미래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방향을 제시하는 것만으로도 국민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 지금 우리 정치가 미래의 방향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니 불행한 것이다. 당은 다르지만 서로 박수 쳐줄 수 있는,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게 문제 해결의 시작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