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호

정신과전문의 최명기의 남녀 본색

불안정한 ‘작업男’ 과시욕에 무너진다

유명인 섹스 스캔들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입력2016-08-02 11: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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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을 버는 목적, 정치를 하는 이유, 명성을 추구하는 까닭이 ‘과시’인 사람은 여성편력이 심하다. 돈을 많이 벌고, 인기가 있어서 여자가 따르는 게 아니라, 더 예쁜 여자와 더 많은 성관계를 가지려 돈, 권력, 명성을 추구한다. 섹스를 통해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다. 그만큼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
    연예계 섹스 스캔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개그맨 유상무는 여자친구와의 ‘술자리 해프닝’이라고 밝혔다가 진짜 여자친구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등장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수사가 진행 중이라 뭐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과거에도 일부 유명인은 자신의 유명세를 이용해 여성을 유혹하다 종종 문제가 됐다. 이들에겐 여성을 유혹해 그녀의 환심을 사면 자신에게 매력이 있다고 여기는 자아도취 경향이 있다.

    사귀는 여성이 있는데도 새로운 여성을 유혹하는 건 그래서다. 여자친구가 아무리 아름답고 매력적이라도 다른 여성에게 눈이 간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고 조심하려 노력하지만 참을 수가 없다. 새로운 여성을 유혹할 때면 마음이 설레고, 그 여성이 유혹에 넘어올 때 남성으로서 자신에게 매력이 있음을 확인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만 자기 존중감을 유지하고, 그런 행동을 멈추면 세상이 지루하고 자신감이 없어진다. 결국 ‘사건’이 발생하고 대중에게 드러나면서 타의로 멈추게 된다.

    배우 박유천의 ‘화장실 성폭행’ 논란이 불거지자 대중은 그가 유흥업소를 들락거렸다는 것 자체를 잘 납득하지 못했다. 잘생기고 돈도 많고 인기도 많으니 그가 원하면 어떤 여성이든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뭐가 아쉬워 유흥업소 화장실에서 성관계를 가졌다가 저런 추문에 휘말린단 말인가.



    박유천, 홍상수, 김민희

    그 와중에 그가 과거에 그린 화장실 그림이 화제가 됐다. 그가 도화지에 그린 그림을 보면 맨 위에 남녀가 대화하는 모습이 있고, 그 밑에는 변기 위에 무릎을 굽힌 여성을 그렸는데, 이는 남성이 뒤에서 성관계를 하는 체위와 흡사하다. 그 옆에는 여성이 “아아아” 하고 비명을 지르는 모습과 남녀 한 쌍을 연상시키는 변기 한 쌍이 있다.



    그가 종이컵에 그린 그림엔 남자가 변기 앞에 서 있다. 변기 위에는 거울이 걸려 있고, 거울에는 앞에 선 남자의 얼굴이 비친다. 남자의 두 눈 사이엔 슬픈 표정을 한 여성의 얼굴이 숨어 있다. 여성의 입엔 ‘X’ 표시가 돼 있다. 말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이다. 얼굴 속의 또 다른 얼굴은 내면의 갈등을 의미하곤 한다. 의미심장한 것은 ‘내 얼굴이다’라는 문구다. 이 문구는 박씨가 자신의 문제에 대해 일정 부분 지각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홍상수 감독이 ‘딸뻘’인 배우 김민희와 사랑의 도피 행각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도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다. 홍 감독의 부인이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를 수년간 지극정성으로 수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는 지탄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홍 감독의 어머니 전옥숙(1929~2015) 여사는 영화제작자로 문화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부친은 육군 대령으로 예편했다. 두 사람 다 적극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에 반해 홍 감독은 자신이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과 만나고 작업하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불특정 다수 사람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여기는 성격 때문에 성장 과정에서 부모의 성격과 충돌하는 면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걸출한 영화제작자인 어머니와는 반대로 홍 감독은 줄곧 소자본 영화를 만들었다.

    그는 2000년 개봉작 ‘오! 수정’까지는 대본에 의한 정통적인 영화 작업을 했지만, 이후에는 영화 촬영 당일에 대본이 나오는 비정통적 방식으로 영화를 찍었다. 소수 인원으로, 가능하면 짧은 기간에 촬영을 마쳤다. 어머니가 생각하는 정상적인 영화 작업과는 거리가 있다. 그의 영화 속 남자주인공 중에는 영화감독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그들은 늘 뭔가를 갈망하지만 결국 얻어내지 못한다.

    홍 감독으로선 어머니가 생존했을 때는 어머니가 그의 ‘심리적 바리케이드’ 구실을 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이것이 무너진 듯하다. 그 틈으로 여배우 김민희가 들어왔다. 김민희는 ‘인간 홍상수’를 만나기 이전에 ‘감독 홍상수’에 대해 들어왔고, 감독 홍상수와 사랑한다는 것은 홍상수로 상징되는 영화정신과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따라서 김민희는 자신이 홍 감독을 해방시켰다고 합리화할지도 모른다. 홍 감독도 자신을 제약하던 상식이라는 굴레를 김민희를 통해 벗어던질 수 있었다고 합리화할 수 있다. 그런데 아쉬움이 남는다. 유상무, 박유천, 홍상수 모두 인생의 정점에 이른 이들이다. 그들이 이런 식으로 무너져 내리는 건 서글프다. 


    더 예쁜 여자와 더 많이…

    정치인이건 기업인이건 연예인이건, 나이가 많든 적든 간에 섹스 스캔들로 구설에 올라 몰락하는 남자가 허다하다. 코스닥 상장사 대표인 기업인은 후배와 함께 유부녀 스튜어디스와 ‘스리섬’ 성관계를 하다가  유부녀의 남편에게 발각됐다. 어느 국회의원은 호텔에서 여성 보험설계사를 성폭행했다고 고소를 당했고, 전직 국회의장은 골프장에서 여성 캐디의 몸을 더듬어 성추행 시비를 불렀다.

    나라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가 ‘세기의 섹스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고,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도널드 트럼프는 첫 아내와 12년간의 결혼생활 끝에 1992년 이혼한 후 마리아 메이플과 재혼했다. 지금은 슬로베니아 출신 전직 모델 멜라니아 크나우스와 결혼해 살고 있다.  

    흔히 “남자가 돈을 벌면 딴생각을 한다”고들 한다.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남자들은 권력을 가지면, 유명해지면, 돈을 벌면 예쁜 여자들과 바람이 나는 것 같다. 그런데 돈을 버는 목적이 재산을 축적하는 게 아니라 ‘과시’에 있다면, 정치를 하려는 이유가 권력을 획득하는 게 아니라 과시에 있다면, 명성을 얻으려는 이유가 사회적 영향력 행사가 아니라 과시에 있다면 대개 여성편력이 심하다. 돈을 많이 벌어서, 권력을 얻어서, 인기가 있어서 여자가 따르는 게 아니라 돈을 버는 목적, 권력을 추구하는 목적, 인기를 얻는 목적 자체가 더 예쁜 여자와 더 많은 성관계를 갖기 위해서인 것이다.

    진화심리학에서는 남자가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건 결국 여성에게 매력적으로 보여 종족을 번식하려는 목적에서 비롯한다고 본다. 우리는 21세기를 살아가지만 진화심리학에서는 우리가 아직도 원시시대 습성에서 못 벗어났다고 본다. 가령 남자들은 머리숱에 신경을 많이 쓰는데, 주민등록증이 없던 석기시대에는 서로의 나이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여성들은 젊고 건강한 사람을 고를 때 머리숱을 중요시했다. 머리털이 없으면 나이가 많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 습성이 지금도 남아서, 나이가 젊어도 머리털이 없으면 여자들이 자신을 매력 없게 생각할까 두려워 발모제를 바르는 등 신경을 쓴다.



    新일부다처제

    남자들이 피부가 뽀얀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슷하다. 주거 환경이 나쁜 옛날에는 면역력이 강해야 얼굴이 뽀얄 수 있었다고 한다. 얼굴이 뽀야면 건강하다는 신호였다. 남자들이 여자들의 긴 생머리를 좋아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으면 긴 머리를 유지할 수 없고 머리가 빠진다. 머리카락도 피부도 이성에게 호감을 갖게 하는 중요한 표지였던 셈이다.

    남자들이 가슴이 큰 여자를 좋아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산부인과적으로 볼 때 모유가 잘 나오는 것과 가슴 크기는 상관이 없다. 남자의 나이를 알 수 없어 머리카락을 중요하게 여겼듯, 여자의 나이를 알 수 없을 땐 가슴이 중요했다. 가슴이 처지면 나이가 많다고 생각했다. 가슴이 작으면 나이가 적으나 많으나 가슴의 형태가 비슷하다. 그런데 가슴이 큰 여성은 나이에 따라 형태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석기시대에는 가슴을 보고 나이를 확실히 짐작할 수 있는, 가슴이 큰 여성을 선호했다고 한다.  

    성공하고자 하는 주된 목적이 과시에 있다면, 성공한 남자들이 연예인처럼 유명인과 스캔들을 일으키는 것도 그러한 과시욕의 일부로 볼 수 있다. ‘이 정도로 유명하고 괜찮은 여자를 취할 수 있다’고 과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은 자신이 성공할지를 확신할 수 없다. 평범할 때는 그 당시 자신을 가장 위해주는 여성과 결혼하지만, 성공한 뒤에는 다른 매력적인 여성들에게 자꾸 눈이 간다.

    미국의 부자들에겐 일부일처제가 통용되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남자가 돈도 많고 지위도 높으면 아이가 다 클 때쯤 이혼하고 젊은 여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고, 또 그 아이가 다 크면 이혼을 하고 또 다른 젊은 여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다.

    부자들은 결혼할 때 혼전계약서를 써 위자료 액수도 정해놓는다.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가 이혼하면서 케이티 홈즈가 딸 양육비 외에는 위자료를 거의 챙기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이런 식으로 혼전계약서만 완벽하게 작성하면 남자들은 피해를 거의 입지 않기 때문에 여성운동가들은 “미국의 높은 이혼율을 고려하면 이미 미국은 일부일처제 국가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과거 일부다처제에서는 나이가 들고 매력이 떨어져도 남자들이 끝까지 경제적인 책임을 져야 했다. 첫째 아내부터 순서에 따라 나름대로 보장받는 지위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남자들이 매력이 떨어진 아내는 버리고 젊고 매력적인 여성을 선택해 재혼을 한다. 그러니 무늬만 일부일처제이지 사실은 가장 잔인한 형태의 일부다처제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혼에 따르는 부담이 작지 않다. 그렇다 보니 성공한 남자들은 앞에서는 점잖은 척하면서 뒤에서는 수단과 방법을 안 가리고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곤 한다.



    섹스로 ‘탈출’하고 싶다면…

    어떻게 생각하면 유명인의 섹스 스캔들은 터질 때가 되어서 터지는 것이다. 별 볼일 없는 존재일 때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여자들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러다 돈도 생기고, 유명해지고, 영향력도 생기면 따르는 여자들이 생긴다. 지위가 보잘 것없고, 인지도가 미미할 때는 누가 알아봐도 별문제가 없다. 그 단계에서는 수습하기도 쉽다.

    하지만 제 버릇 남 못 주게 마련이다. 애초 목적이 과시에 있는 경우 여성편력을 할 수 없다면 권력도, 돈도, 인기도 의미가 없다. 갈 데까지 간다. 그런데 인지도가 높을수록 타격도 크다. 잃을 것이 많다 보면 협박도 당한다. 고소해서 압박하면 명성과 인기는 곤두박질친다.

    그렇게 돈이 줄어들고, 권력이 사라지고, 인기가 시들해져도 정신 못 차리는 이들이 있다. 과거의 명성을 미끼로 여자를 유혹해 팔자 고치려다가 감옥에 가기도 하고, 지긋한 나이에 골프장, 갤러리 카페 같은 애매한 곳에서 여자 몸을 만지려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한다.  

    섹스 스캔들로 곤란을 겪는 이들이 흔히 내세우는 이유는 스트레스다. 성공을 위해서 자신을 쥐어짜다 보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외롭고, 위로받고 싶다. 인간이 인간으로부터 받는 가장 확실한 위로는 스킨십이다. 누군가 손을 잡아주고 안아줄 때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성인에게 그것은 섹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섹스를 하면서 현실을 잊을 수 있다.

    술에 취하면 남자들끼리, 여자들끼리 술기운에 서로 껴안고 위로하기도 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을 때도 위로받고 싶고 누군가의 체온이 그립다. 섹스를 하면서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다. 그러다 바람도 피우고 성매매도 한다. 섹스 스캔들에 휩싸이거나 매일 룸살롱에 가서 여자를 찾는다는 것은 그만큼 정신적으로 불안정함을 의미한다. 다른 여자에게 정신이 팔리면 팔릴수록 무너지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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