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호

학술

‘신동아’ 허만섭 기자 SSCI급 저널에 논문 게재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입력2016-07-20 14: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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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아’에서 정치 분야를 담당해온 허만섭 기자가 SSCI(Social  Science Citation Index)급 국제 저널에 대통령의 말에 관한 논문을 게재했다. 허 기자는 ‘아시안 저널 오브 커뮤니케이션(Asian Journal of Communication)’ 최신호에 ‘한미 대통령의 레토릭 : 이명박과 오바마의 경우(Presidential rhetoric of Sou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 The case of Lee and Obama)’라는 논문을 제1저자로 실었다. 교신저자는 박재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다.



    한미 대통령 연설 비교

    대통령의 레토릭은 주로 미국에서 연구돼왔는데, 이 논문은 이에 관한 담론을 미국 이외 지역으로 확장시킨 데에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음은 이 논문 내용의 일부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의 빈도, 주제, 논증 방식, 논거라는 4가지 차원에서 차이를 보였다. 이명박은 월평균 연설 횟수가 오바마의 3분의 1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명박은 오바마보다 덜 논쟁적인 주제 혹은 더 절충적인 주제를 택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오바마는 논증 방식에서 주제를 지지하는 사실적 근거들을 이명박보다 더 많이 제시했다. 오바마는 비유, 유머, 도덕성에 호소하는 논거를 즐겨 사용한 데 비해 이명박은 자신의 대통령 직위나 재임 중 치적을 훨씬 자주 강조했다.



    두 대통령의 말에서 나타난 현저한 차이는 두 대통령의 성격상 차이나 두 나라의 정치제도상 차이에 기인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한국 대통령들은 미국에선 잘 발견되지 않는 수사학적 특성을 공유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한국과 미국 대통령 모두 국가를 대표하는 지위라 말을 신중하게 하는 편이지만, 한국 대통령은 여기에다 말보다는 실천을 중시하는 전통의 영향까지 받아서 자국민을 상대로 훨씬 적게 말한다. 한국에선 달변가로 알려진 진보 성향의 노무현 대통령조차 보수 성향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8분의 1밖에 기자회견을 열지 않았다.  

    한미 대통령은 자국민 전체를 통합해야 하므로 논쟁에 끼어드는 것을 기본적으로 싫어한다. 이 특성은 한국 대통령에게 훨씬 두드러진다. 미국 대통령은 자유롭게 여당을 옹호하고 야당을 비판하지만, 한국 대통령이 이랬다가는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는 비판에 직면한다. 자연히 한국 대통령들은 덜 논쟁적인 쪽으로 말의 주제를 제한받을 때가 많다.  

    미국 대통령은 주제의 타당성을 실증하는 일에 꽤 신경을 쓰지만, 한국 대통령은 특정 정치·사회·경제 상황에 대한 자신의 주관적 입장을 통찰력 있게 개진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둔다. 이러한 양상은 김영삼·김대중·노무현·박근혜에게도 함께 나타난다.

    한국 대통령들은 미국 대통령만큼이나 빈번하게 논리와 감성에 호소해 국민을 설득하려하지만, 적어도 유머와 비유의 사용에 있어선 능수능란하지 않다. 대신, 유교의 영향인지 몰라도 자신의 지위와 치적을 자주 강조한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민주주의가 성숙된 나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2012년 EIU 조사), 민주주의의 성숙도와 대통령의 소통능력은 정비례하지 않는다. 오히려 거의 모든 한국 대통령들은 보수 성향이든 진보 성향이든 ‘대국민 설득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평가돼 왔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대통령 개인의 잘못인가, 아니면 정치권과 미디어에서 통용되는 ‘말 문화’와 대통령제도 간의 어떤 불일치 때문인가. 풀리지 않는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 예컨대 많은 한국인은 ‘신중한, 조화를 추구하는, 결단력 있는 대통령의 목소리’에서 위안을 느낀다. 한국 대통령도 이것을 안다. 그런데 정작 한국 대통령의 말은 ‘신중’을 넘어 ‘과묵’이나 ‘불통’으로, ‘조화’가 아닌 ‘이도저도 아닌 한가한 이야기’나 ‘국민 실상과 동떨어짐’으로, ‘결단’이 아닌 ‘제왕적 권위’로 종종 비쳐지고 만다. 우리는 이러한 ‘화자와 수용자 사이의 미스매치’를 더 관심 있게 봐야 한다. 한 가지 사실은, ‘국민은 대통령의 말에서 자기 삶과의 연관성을 발견할 때에만 대통령과 소통되는 느낌을 갖는다’는 점이다.”



    허 기자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박사(언론학) 출신으로 한국연구재단 등재 학술지에 2편의 논문을 실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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