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호

‘외환차익 거래’ 내걸고 ‘돌려막기’로 이자 지급?

IDS홀딩스 유사수신업 논란

  • 김건희 | 객원기자 kkh4792@hanmail.net

    입력2016-07-27 15: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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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 이자 2% 이상, 1년 후 원금 상환” 약속
    • 외환법상 투자 못해…1, 2심은 ‘사기죄’ 판결
    • “실형 선고 안 받았다”며 계속 영업…당국 뒷짐
    • 투자자 1만 명, 투자액 1조 원 추정
    10억 원대 자산가 이모(77) 씨는 2014년 부동산 경매 모임에서 알게 된 투자업체 IDS홀딩스 관계자로부터 투자를 권유받았다. 당시 IDS홀딩스는 홍콩에 KIS투자거래회사(KIS Investment Trading Ltd, 이하 KIS)를 설립해 FX 마진 거래(Foreign Exchange margine trading, 외환차익 거래) 사업 자금을 모으고 있었다. 이씨는 2007년 다단계 투자를 했다가 10억 원가량을 잃었고, 이로 인해 아내가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 터라 쉽게 투자를 결심하지 못했다.

    그러나 월 이자 2%에, 원금은 1년 계약기간이 끝나면 찾아갈 수 있다는 ‘파격 조건’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2014년 12월 IDS홀딩스 ○○○지점 모집책 김모 씨를 통해 3개 계좌 3000만 원을 투자했다. 이자는 꼬박꼬박 통장에 들어왔다. 그 무렵 IDS홀딩스 ○○지점 모집책 박모(여·55) 씨는 자신을 통해 투자하라고 권했고,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투자액을 늘려갔다. 이씨는 이미 ○○○지점 투자자로 등록돼 있어, ○○지점에는 둘째아들 명의로 투자했다.



    대출받아 투자

    이씨의 투자 장부에 따르면, 그는 한 번 계약할 때 최소 1000만 원, 최대 1억5000만 원을 송금했다. 지난해 7월 29일 박씨는 “계약한 2000만 원에 대한 프로모션 20만 원을 보냈다”는 계약 확인 메시지를 전송했다.

    현금이 부족해진 이씨는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아 마련한 3억여 원으로 또다시 계약을 했다. 이후 계약금이 모자랄 때마다 보험 대출, 카드론 대출, 현금서비스 등을 동원해 계약했다. 이씨가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1년간 송금한 돈은 약 7억 원에 달한다.

    이씨의 큰아들은 5월 13일 서울중앙지검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IDS홀딩스 대표 김모 씨와 모집책 박씨를 고발했다.

    “대표 김씨는 2012년 1월 2일부터 2014년 8월 27일까지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로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지만, 2014년 9월 이후에도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를 멈추지 않았다. 더 이상 부모와 자식 간 오해와 반목으로 가정이 파탄 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어 고발장을 제출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월 시민단체 약탈경제반대행동은 IDS홀딩스의 ‘사기행동 중지’를 위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투자업체 IDS홀딩스는 2008년 금융선물 파생상품을 교육하는 ‘IDS 아카데미’로 출발했다. 2009년 NH선물을 통해 FX 마진 거래를 시작했고, 2010년 홍콩에 KIS를 설립해 수수료 사업을 개시했다. 사업방식은 투자자의 차용금을 KIS의 외환거래 계좌에 송금해 FX 마진 거래의 증거금으로 사용하고, 그로부터 나오는 리베이트(loan, 수수료) 등의 수입으로 월 2~4%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 1000만 원(1개 계좌) 이상이면 투자 가능하고, 매월 1회씩 총 12회 이자를 지급한다. 투자 기간은 1년.

    FX 마진 거래는 두 나라의 통화를 동시에 교환하는 거래인데, 한 나라의 통화를 팔면서 다른 나라의 통화를 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미국 달러(USD)와 일본 엔(JPY) 거래에서 미국 달러를 사면서 동시에 일본 엔화를 파는 식이다. 일반인에겐 생소한 투자상품이다. 금융권에서도 전문 딜러만 맡을 만큼 방법이 까다롭다. 한 투자은행 소속 딜러는 “FX 마진 거래는 전형적인 ‘고수익 고위험’ 상품이다. 높은 수익을 올릴 가능성도 있지만, 큰 손실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편취 의사 있다”

    그런데 투자자 중 상당수가 정보가 제한적인 노인과 주부들이다. 투자자 A씨는 “모집책들은 FX 마진 거래에 대해 잘 몰라 모집책의 말을 쉽게 믿는 노인과 주부들을 우선적으로 공략한다”고 전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IDS홀딩스 대표 김씨가 2010년 9월 24일부터 2014년 3월 12일까지 KIS 명의의 홍콩 계좌에 입금한 돈은 약 285만 달러(약 33억 원). 이 가운데 약 181만 달러(약 21억 원)는 홍콩 현지인 마모 씨로부터 빌린 돈이다. 이 돈을 활용해 FX 마진 거래 수수료에서취득한 이익은 총 24만 달러(약 2억8000만 원, 2011년 5월 13일~2014년 12월 27일). 수수료 이익이 10%도 채 안 된다. 이 돈은 김 대표 개인이 마련한 돈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투자금(차용금)은 홍콩 계좌에 입금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2012년 1월 2일부터 2014년 8월 27일까지 투자자로부터 672억 원(검찰은 1심 때 공소사실 중 피해금액, 즉 차용금을 733억 원으로 밝혔다가 2심에서는 중복된 부분을 빼고 672억 원으로 변경)을 확보했지만, KIS의 홍콩 계좌에 입금된 돈은 없었다. 투자자들의 돈 672억 원은 어디로 흘러갔을까. 설사 차용금이 FX 마진 거래에 투자된다 해도 10%도 채 안 되는 수수료 이익으로 투자자들에게 월 2% 이상의 이자와 원금을 지급할 수 있을까.

    2심 재판부는 “김씨가 2012년 초부터 차용금의 이자를 다른 차용금으로 변제했다. 672억 원 중 133억 원은 투자자 이자 지급으로, 150억 원은 원금 반환에 쓰였다”고 판시했다. 이른바 ‘돌려막기’로 투자자에게 이자와 원금을 지급했다는 얘기다.

    특히 재판부는 “김씨에게 편취(騙取, 남을 속여 재물이나 이익을 빼앗음) 범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행 외환거래법상 FX 마진 거래를 위해 자금을 홍콩에 송금할 수 없고,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알면서도 피해자들에게 사정을 ‘묵비(비밀로 해 말하지 않음)’한 채 FX 마진 거래 사업자금 명목으로 돈을 차용한 것은 편취 의사가 있다고 본 것이다.

    김 대표는 법정에서 “금융당국의 규제로 송금하지 못했고, 투자 모델이 확정되면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을 한꺼번에 송금하려고 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투자자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알려주지 않았다”며 사기죄를 인정했다.

    결국 김 대표는 2014년 9월 기소(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돼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도 유죄(징역 2년, 집행유예 3년)를 선고받아 현재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014년 8월 22일 ‘733억 유사수신과 용도사기’ 건으로 서초경찰서에 김 대표가 불려가 조사받았으나 ①구속 ②해외출국금지 ③자금동결 ④영업정지 어느 것 하나 행해지지 않고 풀려났다.” (3월 IDS홀딩스 ○○지점이 투자자들에게 배포한 교육자료)



    “김 대표가 배임, 횡령사실, 개인적 편취가 없었다는 점은 우리가 이 일을 하면서 가질 수 있는 신뢰를 대변하는 판결 내용이 아닐까 싶다.” (2015년 11월 12일 모바일 커뮤니티)



    “유사수신 행위로 733억 원 사기로 고발을 당했는데 집행유예로 구속이 안 됐다. 그동안 700억 원 이상 큰돈을 사기죄로 고발당하고 집행유예를 받은 건 역사상 유례가 없었다고 한다.” (IDS홀딩스 ○○○지점 모집책 K씨가 투자자에게 보낸 SNS)

     

    IDS홀딩스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이민석 변호사는 “김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고도 ‘실형’ 선고를 받지 않은 점을 내세워 마치 면죄부를 받은 것처럼 홍보하는데, 금융 및 법 상식이 부족한 투자자들은 현혹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약탈경제반대행동이 지난 4월 “김 대표와 모집책들이 재판 진행 중에도 유사한 방식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생각된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며 진정서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불안감을 느낀 일부 투자자들은 원금을 회수하고 있다. 지난해 투자를 시작한 A씨는 IDS홀딩스가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자 1년 만기가 끝난 계좌부터 차례대로 원금을 회수했다. 이자 수익금을 반환하고 만기 이전에 원금을 회수한 투자자도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6개월간 약 2000만 원을 투자한 B씨는 6개월 동안 받은 월 2%의 이익 배당금과 추가 배당금을 물어내고 원금을 회수했다. 그는 “투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에서 1500만 원가량 대출을 받아 손해가 컸지만, 원금을 하루빨리 빼는 게 안전하다고 판단했다”고 털어놨다.



    ‘돌려막기’의 끝은?

    반면 투자자 C씨는 2015년 6월부터 지금까지 약 4000만 원을 투자했는데 지난 5월까지 매달 2%의 이자가 꼬박꼬박 지급되자 매우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C씨의 아들 임모 씨는 “어머니가 1년간 매달 이자를 받자 회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됐다. ‘FX 마진 거래가 위험하다’ ‘회사 대표가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아무리 주의를 줘도 듣지 않는다”고 답답해했다.

    법원의 판단대로 IDS홀딩스가 ‘돌려막기’를 통해 투자자의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고 있다면 그 돈이 바닥나는 순간 투자자는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그런 투자자들이 나중에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자산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김 대표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돌려막기’ 이외에 “투자자들에게 차용원금 및 고율의 이자를 변제할 수단이나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민석 변호사는 “국내 최대 유사수신 사기사건인 ‘조희팔 사건’도 4년 동안 투자자들에게 투자 이익금을 주다가 ‘돌려막기’가 한계에 다다르자 투자자 수만 명이 피해를 입었다”며 “현재 IDS홀딩스 투자자는 약 1만 명, 투자금은 수천억 원에서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유사수신이나 불법 다단계를 처벌할 때 대표나 핵심 경영진 등 윗선만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처벌을 피한 모집책이나 조직원은 대표가 구속된 상태에서도 영업을 계속하거나 다른 조직으로 옮겨 활동하기 때문. 보험설계사 A씨는 “보험설계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모집책은 대표나 경영진과 관련없이 계속 돈이 되는 쪽으로 움직인다”며 “노하우와 성공 경험을 가진 모집책이 이런 식으로 활동하는 한 불법 유사수신 행위는 근절될 수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수사당국과 금융당국이 대안을 마련할 기회를 놓친 것이 상황을 악화시킨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김재율 약탈경제반대행동 운영위원장은 “수사·금융당국이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하며 시간만 보내는 사이에 조희팔 다단계 사기사건, 이숨투자자문 사기사건 같은 대형 사건이 터졌다. 서민경제뿐만 아니라 시장 생태계를 정화하기 위해서라도 선제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주의할 수밖에…”

    그러나 수사·금융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는 듯하다. 모집책이 조직 가담원이면서 투자자인 경우가 많다 보니 모집책을 구분해내기가 쉽지 않고, 따라서 이들을 처벌 대상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게 수사당국의 설명이다. 또한 금융감독원의 감독 대상은 제도권에 등록된 금융회사로 한정하고 있어 감시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유사수신 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을 개정해 모집책 등을 처벌하고 유사수신에 해당할 경우 영업을 정지시키는 방안을 찾고 있지만, 법령 해석에 대한 이견과 인력 부족 문제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투자자 스스로 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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