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호

[르포] “서울시장 선거, 잘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르고 싶다”

[6·3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 “청년은 외면, 경쟁만 난무”…‘정책 소외’ 호소하는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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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6-05-23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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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업·내 집 마련 걱정 2030, 정치보다 정책 관심

    • “부동산 공약 경쟁? 평생 서울에 집 한 채 살 수 있겠나”

    • “내 집 마련 막는 대출 규제, 해결한다면 누구라도 뽑겠다”

    • “LH 겪고도 공공 재개발하겠다는 정원오, 누가 믿겠나”

    • “4번이나 오세훈 기회 줬는데, 시민 삶 어디가 나아졌나”

    • “여야에 힘 실어줘야 한다? 양당에 굳이 표 줘야 할까”

    4월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행사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4월 28일 서울 서초구 양재 aT센터에서 열린 ‘2026 대한민국 상생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행사장 입장을 위해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20~30대 젊은 사람들이 정치에 무관심하고 잘 모른다고들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누굴 뽑아도 당장의 취업, 내 집 마련을 해결해 줄 실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청년 표를 얻고 싶다면 청년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을 내세워야 하지 않나. 그런데 정작 신문이나 뉴스를 보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나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나 서로 과거를 문제 삼거나 말꼬리를 잡아가며 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굴 뽑고 싶겠나. 그러니 다들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것 같다.” 

    5월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만난 직장인 이모(33) 씨는 6·3전국동시지방선거에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지 묻자 “주변 친구들 모두 선거에서 누가 당선되는지는 큰 관심이 없다”며 그 이유를 위와 같이 설명했다. 

    내 삶 나아지게 만들 후보 보이지 않아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지만 아직 서울의 20~30대 유권자 표심은 오리무중이다. CBS 의뢰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5월 12~13일 서울에 사는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무선전화 ARS 방식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대(17.8%)와 30대(14.9%)에서 지지하는 후보를 정하지 않은 응답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응답률 5.3%, 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치에 무관심하다지만 선거일이 다가오면 20~30대 청년도 그들 나름의 선택을 하게 된다. 그 선택의 일면을 엿보기 위해 ‘신동아’는 5월 13~14일 서울시내 대학가, 사무 지구, 신림 고시촌과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 등을 찾으며 20~30대의 이야기를 들었다. 

    20대 유권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정치’보다는 ‘생존’이었다. 5월 7일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에서 만난 학생들은 대부분 어두운 표정이었다. 발끝이나 휴대폰을 보며 걷는 그들을 붙잡아 세워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 후보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이번 서울시장 후보로 누가 나오나”라며 되묻기 일쑤였다. 서울지하철 2호선 신촌역 인근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23·여) 씨는 “성인이 되면 고심해서 투표에 임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대학에 와보니 1학년 때부터 학점 관리에 취업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 관심을 못 가졌다”며 “투표장에는 가겠지만 아직도 어떤 후보에게 표를 던질지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20대의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다. 국가데이터처가 5월 13일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4월 취업자 수는 2896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7만4000명 늘었으나 15~29세 청년층 취업자는 같은 기간 19만4000명 줄었다. 2022년 11월부터 42개월 연속 감소세다.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월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6 서울시민체육대축전에 참석했다. 뉴스1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5월 16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6 서울시민체육대축전에 참석했다. 뉴스1

    취업이 어려우니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주가 상승도 대학생들에게는 먼 세상 이야기다. 서울 성동구에서 만난 대학생 이모(25) 씨는 “주식시장이 좋다지만 나 같은 대학생에게는 거의 와닿지 않는다. 코스피가 8000까지 가도 기업이 채용을 늘리는 것도 아니고, 당장 아르바이트 급여가 오르는 것도 아니다”라며 “서울시장이라도 잘 뽑으면 사는 게 조금은 나아질까 싶어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공약을 찾아봤는데 내 삶에 닿을 만한 공약이 없더라”고 말했다. 

    LH 사건 겪고도 공공 믿겠나 vs 오세훈은 그간 뭐 했나

    서울시 청년의 경제 상황은 심각하다. 서울시와 서울연구원이 19∼36세 서울 거주 청년 508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년 서울청년패널 기초분석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의 자산 빈곤율은 55.6%에 달했다. 자산 빈곤이란 자산 규모가 중위소득 50%(서울의 경우 123만 원)의 3개월치 미만, 즉 자산이 369만 원에도 못 미치는 경우를 말한다. 서울에 사는 청년의 과반이 자산 빈곤에 빠진 상태인 셈이다.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기는 20대 청년에게는 오르지 못할 산처럼 높아 보인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역 공무원 학원가 인근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최모(26·여) 씨는 “오 후보와 정 후보가 부동산 공약을 두고 경쟁한다는 기사를 보고 허탈해졌다”며 “두 후보 모두 방향만 다를 뿐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골자인데, 공급을 늘린다고 해서 내가 당장 올해 취업해 20~30년간 열심히 일해도 서울에 집을 살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한탄했다. 

    부동산정책에 관해서는 20대 대학생·취업준비생과 30대 직장인의 온도가 달랐다. 20대가 서울시내 부동산을 대하는 자세가 포기와 한탄이라면, 30대는 좌절과 분노였다. 서울 강남구에서 10년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남모(36) 씨는 “올해 말 집을 사겠다는 일념 하나로 지난해 열심히 돈을 모았지만 6월에 갑자기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생겨 내 집 마련의 꿈이 깨졌다”며 “서울시내 주택담보대출 규제만 풀어준다면 어떤 후보라도 지지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각 후보 공약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짚는 사람도 있었다. 5월 8일 저녁 서울 마포구 치킨집에서 만난 직장인 한모(37) 씨는 “정 후보는 공공부문의 지원을 통해 재개발 속도를 높이겠다고 공약하는데 그 공약을 듣자마자 바로 2021년 LH(한국토지주택공사)사태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LH사태는 2021년 3월 일부 LH 직원들이 LH가 관여하는 재개발 예정 지역에 부동산투기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이다. “그 일이 있었는데 어떻게 공공지원 재개발을 믿겠나”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있던 친구 김모(37) 씨는 “그렇다고 오 후보가 시장을 하던 동안 서울 부동산 공급이 크게 늘지도 않았다”며 오 후보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 후보는 이번에 당선되면 벌써 시장을 5번째 한다. 서울시민이 4번이나 믿어줬는데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면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한 씨의 말에 반박했다. 

    정 후보는 4월 29일 서울 성북구 장위14구역 일대를 돌아본 후, 성북구 신장위아파트 옥상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후보)과 윤석열 정부 시기 서울의 아파트·빌라 공급 물량이 급격히 줄어 2022∼2024년 기준 인허가 건수가 직전 10년 대비 62%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 후보는 5월 5일 페이스북에서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 원인은 누가 뭐래도 박원순 전 시장의 정비구역 취소”라며 “박 전 시장이 재임 기간 중 389곳의 정비구역을 해제하지 않았다면 제 임기 중에 재개발·재건축 착공 및 준공 물량이 충분했을 것”이라고 맞받았다.

    청년 외면한 양대 정당보단 다른 후보에 표 주겠다

    정 후보와 오 후보의 충돌은 이날이 처음이 아니었다. 시작은 3월 31일 오 후보 캠프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재섭 의원의 폭로였다. 김 의원은 정 후보가 2023년 성동구청장 시절 국제참여민주주의포럼 참석 등을 위해 떠난 멕시코 출장 중 칸쿤 방문 일정에 여성 공무원 1명과 동행했는데, 김 의원이 입수한 구청 공문서에는 해당 공무원이 ‘남성’으로 기재돼 있었다고 밝혔다. 정 후보 측은 “정상적 공무 수행이었으며 문서상 성별 표기는 단순 행정 실수”라고 즉각 반박했다. 

    정 후보도 공격에 나섰다. 4월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오 시장의 시정에 대해 “처음에는 그럴듯하게 여러 일들을 진행했고 좋은 뜻으로 많은 일을 하려 했으나 결국 성과를 낸 게 없다”고 지적하며 오 후보를 비판했다. 

    5월 4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김모(30) 씨는 “서울시장 후보라고 나선 분들이면 하나같이 대단한 분들일 텐데 기사를 보면 하루가 멀다 하고 서로 헐뜯으니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상대의 약점을 때리며 서로 공격하는 모습을 통해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전략이 고연령층에는 먹힐지 몰라도 젊은 층에겐 정치에 대한 환멸만 심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도 두 사람의 대립은 이어지고 있다. 김재섭 의원은 5월 11일과 13일 정 후보가 서울 양천구청장 비서 시절이던 1995년 10월 20일 연루된 폭행 사건 관련 속기록과 판결문을 공개했다. 정 후보가 술자리에서 카페 주인에게 여종업원과의 외박을 강요하고 거절하는 주인을 협박, 이를 만류하는 다른 손님 2명과 경찰관 2명을 폭행했다는 내용이었다.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4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가 4월 20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열린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정 후보 측은 “김 의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정 후보 측 설명에 따르면 “당시 사건 판결문에는 ‘민주자유당 소속 국회의원 비서관인 피해자 이모 씨와 합석해 정치 관계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정파가 다른 관계로 언성이 높아지며 다툼이 됐다”고 판시하고 있다. 여종업원 외박 강요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일방적 주장”이라고 해명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5월 14일 만난 대학생 박모(26·여) 씨는 “가족 식사 자리에 간혹 정치 이야기를 하는데 부모님은 여당이 일을 잘하고 있으니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도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생각이 다르다”며 “각종 의혹에 확실하게 해명하지 못하는 정 후보에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오 후보도 딱히 젊은 층에 어필하는 공약이 없어 권영국 정의당 후보에게 표를 던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정철 개혁신당 서울시장 후보가 5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내란 저지를 위한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자 긴급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정철 개혁신당 서울시장 후보가 5월 4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내란 저지를 위한 수도권 광역단체장 후보자 긴급 연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대학생은 물론 직장인 중에서도 양대 정당 후보보다는 김정철 개혁신당 후보나 권 후보 등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김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직장인 이모(34·여) 씨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까지 양대 정당이 다양한 청년정책을 내놓았지만 당장 젊은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바뀌었나. 10년 전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과 직장인인 지금을 비교하면 취업은 더 어려워졌고, 내 집 마련도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양대 정당을 지지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오히려 다른 정당에 표를 줘 (양대 정당에) 경각심을 주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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