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실 고통이 이익 기쁨보다 2배 큰 ‘손실회피 편향’
어떤 전쟁도 포트폴리오 바꿀 이유 되지 않아
IRP는 단기 수익용 아냐, 수십 년 자산 축적에 최적화
“자기 나이, 은퇴 시점, 리스크 감내 수준에 맞게”
세상 시끄러울수록 분산 잘된 포트폴리오는 변동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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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6년 동안 한결같이 같은 조언을 지겹도록 반복해 왔다. 마켓 타이밍을 맞추려 하지 말 것, 덜 소비하고 오랜 기간 모을 것, 묵묵하게 투자 활동을 이어갈 것 등인데 이는 화제성 있는 종목 추천이나 단기 수익 전략과는 거리가 먼 메시지다. 그렇다 보니 머니코믹스 같은 채널에 필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손님이었을지도 모른다. 마치 ‘창과 방패’처럼 말이다.
이런 필자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이 쇄도하고 있다. “중동전쟁으로 시장이 출렁이는데,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 지금 무엇을 사야 합니까?” “자산 배분의 방식으로 적립식 투자를 하고 있었는데 당분간 비중을 변경해서 투자해야 하나요?” 요즘 주식시장의 화두이기도 하고, 실제로 매우 중요한 질문일 수도 있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이 질문에 새로운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내가 지향하는 투자의 핵심이다.
사람 마음은 언제나 거꾸로 움직인다
2월 말 코스피지수는 역사상 처음으로 6000pt를 돌파했다. 지난 칼럼에서도 다뤘듯 2025년 한 해에 75.6% 상승, 주요 20개국(G20)·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글로벌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이었다. 2026년 들어서도 그 흥분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4000pt에서 5000pt를 넘기기까지 3개월이 걸렸고, 6000pt를 돌파하는 데는 한 달이 걸렸다.
미국과 이란의 2주간 휴전 소식에 4월 8일 오후 코스피가 전날보다 377.56포인트(6.87%) 상승 마감한 종가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나오고 있다. 뉴스1
필자는 다양한 소통 채널을 가지고 있는데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도 팔아야 할까요? 아니면 IRP를 모두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갈아타야 할까요?” 6000pt를 넘어설 때는 5000pt를 기회의 매수 타이밍이라고 말하던 이들이 막상 5000pt가 되자 공포에 휩싸였다. 추가 매수는커녕 지금 보유한 자산마저 다 팔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것이 보통 사람들의 심리다. 필자를 포함한 모든 투자자가 본능적으로 갖는 마음이기도 하다.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다만 이 본능대로 움직이는 것이 장기투자에서 가장 큰 실수라는 점도 사실이다.

기회가 왔을 때 왜 우리는 움직이지 못하는가
이 현상을 일컫는 이름이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손실회피 편향’이라 한다. 사람은 이익을 얻는 기쁨보다 같은 크기의 손실을 보는 고통을 약 2배 더 크게 느낀다. 그래서 가격이 내려간 자산을 보면 ‘더 내려갈까 봐’ 두렵고, 가격이 올라간 자산을 보면 ‘이미 다 올랐다’고 느낀다. 결과적으로 쌀 때 사지 못하고, 비쌀 때 산다. 시장과 정반대로 움직이는 이 아이러니가 과거에도 현재에도 반복되고 있고,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중동전쟁도 마찬가지다. 기억을 조금만 더듬어보자.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도,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불거졌을 때도 시장은 일시적으로 흔들렸다. “이번에는 다르다”는 말도 매번 나온다. 그러나 장기투자자에게 그 이벤트가 포트폴리오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이유가 된 적은 없었다. 전쟁이 터질 때마다 포트폴리오를 바꿨다면, 그 투자자는 지금쯤 어디에 있을까. 필자는 중동전쟁이 언제 끝날지, 유가가 어디까지 오르고 다시 언제 내릴지,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를지 다시 내릴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리고 그것을 맞혀서 투자하려는 시도 자체가 장기투자의 대원칙과 충돌한다고 믿는다. 단기 트레이더도 마켓 타이밍을 일관되게 맞추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 수십 년을 바라보는 장기투자자에게는 더더욱 맞지 않는 전략이다.
IRP, 원래 하던 대로 하면 된다
그렇다면 IRP에서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 IRP뿐만 아니라 연금저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일반 계좌도 마찬가지인데 필자의 대답은 한결같다. ‘원래 하던 대로’ 하면 된다. IRP는 본질적으로 노후를 위해 적립하는 초장기 계좌다. 납입 시점에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고, 운용 기간 동안 과세가 이연되며, 인출 시 연금소득세로 과세된다. 이 구조는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최적화된 계좌가 아니라는 말이다. 수십 년에 걸쳐 꾸준히 자산을 축적하는 데 최적화된 계좌다. 그런 계좌에서 중동전쟁이라는 단기 이벤트를 이유로 포트폴리오를 흔드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맞지 않는 일이다.퇴직연금 운용의 문제는 늘 두 가지 극단에서 발생한다. 한쪽은 ‘무조건 원리금 보장’이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적립금의 80% 이상이 여전히 예적금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에 쏠려 있다. 연 2% 후반에 불과한 수익률이니 지난 몇 년간 가파르게 상승한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수익을 내고 있지만 실제 자산의 가치는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중동전쟁이 두렵다며 원리금 보장 상품으로 피신하고 싶은 마음은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수십 년의 복리 효과를 포기하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반대편 극단은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주식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는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6000pt를 찍을 때 IRP 계좌의 주식 비중을 90% 가까이 올린 이도 있다. IRP 계좌에서는 위험자산(주식 등)의 비중을 70%로 제한하지만 생애주기펀드(TDF)나 채권혼합형펀드를 활용하면 실제 위험자산의 비중을 제한치 이상으로 높일 수 있다. 퇴직연금은 30~40년을 바라보는 장기 자금이지만,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회복할 시간이 줄어든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지수는 1년 새 60% 가까이 하락했고, 2020년 코로나 충격에는 한 달 만에 30% 이상이 빠졌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 이런 하락을 마주한다면, 버틸 시간이 없다. 매우 다른 이 두 극단의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지금 시장이 어떻다’는 단기 판단에 의해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것이 문제다.
자산 배분은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빛난다
필자가 수년째 강조해 온 IRP 운용 원칙은 ‘자신의 나이와 은퇴 시점, 리스크 감내 수준에 맞게 주식과 채권, 대체 자산의 비중을 설정하고, 그것을 유지하라’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주식 비중이 늘어나고, 주가가 내리면 주식 비중은 줄어들게 된다. 그때 리밸런싱(시간이 지나 목표 비율에서 벗어난 포트폴리오를 원래의 자산 배분 비율로 되돌리는 작업)을 통해 원래 비중으로 되돌리면 된다. 이 단순한 원칙이 강력한 이유가 있다. 주식 비중이 늘었을 때 일부를 팔고 채권을 사는 행위, 즉 리밸런싱은 자연스럽게 ‘오를 때 팔고, 내릴 때 사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심리적 판단이 아니라 기계적 규칙이 이 일을 대신 해주기 때문에, 공포와 탐욕이 뒤섞인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생일이나 기념일, 혹은 연말처럼 기억하기 쉬운 시점에 계좌를 열어 점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중동전쟁이 터졌다고, 코스피가 5000pt로 내려왔다고, IRP 포트폴리오를 갈아엎을 필요가 없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자산 배분 원칙은 빛난다. 분산이 잘된 포트폴리오는 변동성이 낮고, 변동성이 낮으면 하락장에서 심리적으로 버틸 수 있다. 버티는 것이 결국 이기는 것이다.
머니코믹스 출연 이후 “박곰희는 왜 당연한 말만 하냐, 재미없는 이야기만 하냐”고 한다. 맞다. 필자의 투자 철학은 재미없고 지루하다. 6년째 같은 말을 하고 있고, 앞으로도 쭉 그럴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투자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기야말로 가장 조심해야 하는 시기였다. 2000년 IT버블, 2007년 부동산 광풍, 2021년 코인 열풍이 일 때 재미있는 이야기가 넘쳤고, 그 이야기에 올라탄 많은 사람이 결국 소중한 자산을 잃었다. 반대로 필자가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이야기, 즉 꾸준한 적립과 자산 배분, 리밸런싱은 화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실천한 사람들의 자산은 그사이에도 쌓여갔다.
투자는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다. 매일 새로운 반전이 등장하고, 흥분이 가득한 종목 이야기가 넘쳐나는 채널과 커뮤니티에 익숙해지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꾸준히 적립하는 것’이 오히려 불안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잘하고 있는 건지, 기회를 놓치고 있는 건지 조바심도 생긴다. 필자가 머니코믹스에 출연해서 가장 하고 싶었던 말도 결국 이것이다. 시끄러운 시장에서도 조용히 자기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 결국 노후를 지킨다. IRP 계좌를 열어 잔고를 확인할 때, 지수가 내려 파란 숫자가 가득하다고 해서 당황할 필요가 없다. 그 계좌가 열리는 날은 지금으로부터 20년, 30년 뒤다. 지금의 5000pt가 그때의 관점에서 어떤 숫자로 기억될지, 한 번쯤 생각해 보길 바란다.

● 1986년 경남 마산 출생
● 세종대 경영학과 졸업
● 전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 프라이빗 뱅커(PB)
● 전 골든트리투자자문 파이낸셜 어드바이저(FA) 총괄이사
● 유튜브 채널 ‘박곰희TV’ 운영(구독자 수 86만 명)
● 저서: ‘박곰희 투자법’ ‘박곰희의 연금부자수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