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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진술 여론몰이 졸속수사가 빚은 희생양

인천공항 유휴지개발 특혜사건의 진실

거짓진술 여론몰이 졸속수사가 빚은 희생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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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본인의 허위진술이 수사에 혼선을 드리게 됐음을 가슴 깊이 반성하고 본인의 과오에 대해 어떠한 처벌도 달게 받겠습니다. 8월19일 새벽 국중호와 대질시 ‘내 눈을 똑똑히 보고 이야기하라’는 피맺힌 절규를 모른 체한 인간쓰레기가 다름아닌 본인이었습니다.”
2001년 8월13일 월요일 오후 7시. 인천지방법원은 국중호 전 청와대 행정관(3급·민정수석비서관실 소속)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국씨는 인천공항 유휴지개발 특혜시비사건(이하 인천공항사건)에 연루돼 청와대에 사직서를 낸 후 인천지검 특수부에서 3일 동안 조사를 받아온 상태였다.



대통령의 탄식


그가 구속된 직후 신광옥 당시 민정수석비서관은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국중호 행정관은 구속당할 만한 위법행위를 하지 않았습니다. 인천지검의 무리한 구속영장 청구로 인해 국중호가 억울하게 당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김대통령은 “왜 인천지검에만 가면 그런 일이 생기나. 임창열 경기지사도 인천지검에서 구속됐으나 얼마 전 무죄판결을 받지 않았느냐”며 탄식했다.

인천공항사건은 현재 1심이 진행중이다. 발생한 지 반년이 지난 이 사건이 새삼 관심을 끄는 것은 검찰이 당시 여론무마용으로, 또는 말못할 사정에 의해 국중호씨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재판과정에서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의문은 특히 국씨의 인천공항사건 개입혐의를 굳히는 데 중요한 구실을 했던 뇌물수수혐의가 법정에서 흔들린 데서 비롯됐다. 국씨의 뇌물수수혐의에 관련된 증인은 모두 3명. 그 중 한 명이 법정에서 이를 부인했고, 나머지 증인들도 곧 법정에 나와 검찰 수사내용을 부인할 것으로 알려져 적어도 이 부분에 관한 한 국씨는 무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이들이 이미 검찰수사 단계에서 같은 내용의 진술을 했음에도 검찰이 국씨에게 뇌물수수혐의를 적용했다는 사실이다.

이 사건이 발생한 것은 언론사 세무조사로 정부와 주요 언론사들이 날카롭게 맞서던 지난해 8월초였다. 구속 당시 국씨의 혐의는 업무방해, 직무상비밀누설 두 가지였으나 그 달 말 기소될 때는 뇌물수수혐의가 덧붙여졌다. 인천공항 유휴지개발사업에 뛰어든 (주)에어포트72 컨소시엄의 참여업체인 (주)에이스회원권거래소 측으로부터 해외여행경비로 2000달러를 받은 혐의였다.

사건의 발단은 당시 인천공항 개발사업단장이던 이상호씨의 한겨레신문 단독인터뷰 및 기자회견이었다. 이씨는 이를 통해 유휴지개발 사업체 선정과정에 외압이 작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언론은 국씨가 구속될 때까지 약 일주일간 이 사건을 쉬지 않고 다루었다. 이씨 주장의 핵심은 후보사업체 중 하나였던 (주)에어포트72에 대한 권력층의 특혜지원 의혹이었다.

그 한 달쯤 전인 7월10일 이씨가 주도한 평가단은 인천공항 유휴지개발 우선협상대상 사업체로 (주)원익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그런데 이씨에 따르면 사업자 선정이 끝난 후 인천공항 강동석 사장이 우선협상대상업체를 (주)에어포트72 컨소시엄으로 바꾸기 위해 재심사를 요구하는 등 부당한 지시를 내렸으며, 청와대 국중호 행정관도 전화를 걸어와 (주)에어포트72를 잘 봐달라고 청탁했다는 것이다. 이씨의 ‘폭로’가 특히 주목을 끈 것은 (주)에어포트72 컨소시엄에 김홍일 의원의 처남 윤흥렬씨가 대표이사인 (주)스포츠서울21이 상당한 지분을 갖고 참여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씨의 기자회견은 언론보도의 흐름을 바꾸어놓았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만 해도 중앙일보를 제외한 모든 언론은 오히려 (주)원익 컨소시엄에 대한 특혜의혹을 제기하고 있었다. 주된 이유는 (주)원익이 (주)에어포트72보다 훨씬 낮은 토지사용료를 제시하고도 우선협상대상업체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일부 언론은 (주)원익 컨소시엄에 삼성물산이 포함된 점을 예사롭지 않게 보고 삼성의 로비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국씨는 억울함을 호소했으나 이 사건을 권력형비리사건으로 규정한 언론은 그의 항변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 청와대는 언론에 이 사건이 불거진 후 자체조사결과 국씨에게 특별한 문제점이 없는 것으로 결론짓고 대변인을 통해 이를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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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식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mairso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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