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사회에서 문사철은 인기가 없는 학문으로 전락했습니다. 대학교수로서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보십니까.
“나라가 망하는 거지. 지금 교육부장관이나 정치지도자는 이게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거야. 아무것도 모르고 교육부장관을 하는 거야. 그래서 나는 차라리 교육부를 폐지해야 된다고 생각해. 교육부를 없애고 모든 것을 대학에 맡겨야 돼. 지금 교육현장에 있는 사람들이 교육부 사람들보다 훨씬 똑똑한 데도 지식이 낮은 자가 높은 자를 지배하려 들고 있잖아. 지적 수준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국가가 왜 간섭하냐고? 어째서 낮은 자가 높은 자를 지배하냐 이 말이야.”
―지금 대학들은 실용학문을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더욱 경쟁력이 높은 사람들을 길러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실용학문에 비해 문사철이 경쟁과 효율 면에서 뒤떨어진다고 보지는 않습니까.
“나는 모든 대학이 문사철을 강조할 필요는 없다고 봐. 적어도 160개 대학 중에서 중심이 되는 20여 개 대학만 문사철을 철저히 교육하면 되는 거야. 문사철 중심대학과 직업학교는 구분할 필요가 있어. 문사철은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기본은 누구나 가능하지만, 높은 수준까지는 아무나 오를 수 없어.”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말이 있다. 송교수는 수업시간에 ‘어느 사회든 그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은 1%, 크게 잡아도 5% 미만’이라는 말을 자주 했다. 말하자면 엘리트는 별도로 존재한다는 얘기다. 대학의 특성화를 설명하면서도 송교수는 ‘문사철 교육이 가능한 학교와 학생’을 구별했다. 기자의 대학노트에 별표가 그려진 채 남아있는 질문을 던져보았다.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여러분들, 신분상승의 마지막 열차를 놓치지 말라’고 말씀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신분평등이었어. 높은 신분과 낮은 신분은 적어도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없었어. 제도적 지위에서 어떤 사람은 높고, 어떤 사람은 낮을 뿐이지. 그런데 앞으로 20년쯤 지나면 제도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었던 사람이 신분적으로도 높아지는 사회로 들어간다고. 20년 내에 신분적으로 상류사회가 생긴다 이거야. 모든 사회가 다 그렇게 가고 있으니까 우리도 예외일 수 없어.
그러니까 그 속에 들어가서 자손들한테 ‘우리 할아버지가 높은 지위에 있었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능력을 최대한 키워서 일류가 되라는 이야기였지. 물론 운이 좋거나 기회를 잘 포착해서 성공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확률은 아주 낮아. 그런데도 낮은 쪽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거든. 그건 가능성이 별로 없으니까 일찍 포기하고 능력으로 신분상승하라는 얘기였지.”
이제 본격적으로 학벌(學閥) 문제로 넘어가보자. 송교수는 수업시간에 고졸과 대졸의 차이를 다각도로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다수는 이중잣대를 갖고 있다. 겉으로는 ‘사람의 능력과 학력(學歷)은 무관하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고졸과 대졸, 명문대와 비명문대의 차이를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다. 반면 송교수는 오래 전부터 학력(學歷)이 능력과 무관하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사회에서 고졸과 대졸이 어떻게 다르다고 보세요.
“일단 대학에 들어갔다는 사실 자체가 능력의 차이라고 볼 수 있어. 공부라는 건 아무리 환경이 나빠도 의지만 있으면 해나가는 거라고.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는 부모나 환경 때문이 아니거든.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그만큼 의지력이 강한 거니까 대졸이 고졸보다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거지. 물론 의지력이 강하지만 환경 때문에 좌절하는 고졸도 있어. 그러나 그건 미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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