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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 못하는 휴대전화는 없다”

도청방지 전문가가 털어놓은 ‘도청공화국’ 실태

“도청 못하는 휴대전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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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CDMA방식 휴대전화가 도청된다고 해서 무슨 천인공노할 일도 아니고, 오히려 국익을 위해서라도 CDMA방식이든 다른 그 어떤 방식이든 합법적 감청이 가능하도록 통로를 열어놓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국내 안보여건의 특수성과 조직폭력·마약·인질·유괴 등 강력범죄 수사의 경우 통신제한조치는 반드시 행해져야 하며, 이를 통해 더욱 능동적인 수사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북한당국이 대남 간첩에게 난수표 송신을 폐지했다고 하는데, 혹시 ‘휴대전화를 이용하면 간첩활동에 최상의 보안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라면 조금은 다행스런 일일까.

조금 다른 얘기지만, 최근 대북 이동통신사업 지원에 있어 북측 무선통신망에 CDMA방식 기술을 이전하고 그 설비를 우리측 주도로 구축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우리 이동통신기술은 누가 뭐라 해도 세계적 수준이다. 그러나 현대전(戰)에서 정보통신기술의 노하우를 적성 국가와 공유한다는 게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이고 바람직한 것일까.

지금도 휴전선 인근엔 우리측 이동전화의 북향(北向) 전파 월경을 방지하기 위한 특정 설비가 구축돼 있다. 벌거벗은 뒤 적을 알면 무엇 하는가. 북측이 우리 통신망을 도청할 수 없도록 해야 하고, 우리는 그들의 통신망을 도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다. 손자병법을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이 중대한 문제에 대해 정말로 진지하고 깊이 있는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국내 어디서도 확인되지 못한 CDMA방식 휴대전화의 도청 가능 여부 논란에 대해 관련정보와 자료를 토대로 필자 나름의 견해를 정리하고자 한다. 그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이 문제에 대해 어느 한쪽에선 ‘무조건 가능하다’, 다른 한쪽에선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로 갈라지더니 수년째 논란을 거듭하면서 이젠 당사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못 믿겠다는 상황으로까지 발전했다.

2000년 여름, 국내 보안장비 세일즈와 관련해 교류하고 있던 미국 뉴욕 소재 보안회사인 CCS사로부터 ‘CDMA 셀룰러 인터셉트 시스템(CDMA cellular intercept system) 모델 ****’란 자료와 가격(대당 33만5000달러)을 제시받은 후 고객들에게 먼저 이 사실을 정리해 발송했는데, 그 자료에 나타난 개요는 이렇다.



도청장비 세일즈 제의한 외국업체

이 시스템은 휴대용 CDMA전화기의 통화내용을 공중파에서 직접 가로챌 수 있는 것으로서, 특정 또는 불특정 디지털전화기의 채널별 대화내용을 제3자가 외부에서 모니터링(도·감청)할 수 있는 장비다.

이 시스템은 특정 채널에 대한 모니터링시에도 네트워크에 간섭을 주지 않아 전화통화 당사자는 감도 저하 등 이상징후를 전혀 느낄 수 없다.

이 시스템은 휴대형, 차량탑재형 두 가지 모델이 있다. 그리고 운영자 요구에 따라 채널수가 달라질 수 있고, 어디서 사용하는지에 따라 100∼1000가입자의 지정 및 2∼64채널의 동시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동시에 얼마나 많은 음성채널을 청취(모니터링)하고 녹음할 수 있는지는 옵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 시스템은 소프트웨어 windows 95, windows 98, windows NT에서 작동된다.

특기할 만한 내용으로, 이 시스템은 이동통신사업자 등 외부인의 협조가 불필요하며 도청시스템의 독립적 운용으로 이동추적이 가능하여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자료엔 이런 내용을 포함하여 ‘아무쪼록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산업스파이의 정보획득을 위한 휴대전화 도청 공격에 대응하십시오’란 친절한 문구가 곁들여져 있었다. ‘세계적 타깃은 서울에 있습니다’라는 우리 회사의 슬로건처럼, 국내 첨단기술의 해외유출에 대비해 특정 정보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주지시키는 것은 당해 기업의 보안업무를 맡은 필자로선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후 2001년 말에는 유럽에 소재한 모 보안회사가 CDMA방식 휴대전화 도청장비에 관한 방대한 자료와 함께 서울 방문을 희망한다고 전해왔다. CDMA방식 휴대전화 도청장비가 엄연히 존재함을 알려주는 그 회사의 용건은 그 장비를 서울로 가져와 시연회를 하려는데 세일즈와 관련한 제반사항에 협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기술적 어려움을 말하는 여러 주장에도 불구하고 CDMA방식 휴대전화 도청장비의 존재 유무를 둘러싼 논란은 무의미하다고 본다. 지명도 있는 외국의 보안회사들이 있지도 않은 도청장비를 해외로 판매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겠는가.

실세 장관, 3부 요인, 검사장급 검찰간부, 경찰 고위층, 국회의원, 언론사 사장, 대기업 회장…. 이상은 모두 필자의 고객들이다. 아마도 한국사회의 VIP 가운데 도청 앞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국민의 정부 들어 휴대전화로 상담전화를 한 통 받았는데, 무조건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것이었다. 보안업무에 종사하는 관계로 휴대전화 번호를 노출시키지 않던 터여서 필자의 고객이나 지인(知人)을 경로로 해서 전화를 한 듯했다. 약속장소로 갔더니 장소를 옮기자는 전화가 다시 걸려왔다. 이윽고 그를 만나서는 곧바로 조그만 벤치가 있는 인근 야외로 옮겼고, 거기서 인사를 나누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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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안교승 도청방지 전문가·한국통신보안(주) 대표 r5000@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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