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주지검의 수사에 항의하는 시민광고들과 대검찰청에서 1인시위를 벌이는시민단체 회원
1974년 유신정권의 탄압에 맞섰던 ‘동아일보 백지광고 사태’를 연상케 하는 이런 광고들이 발행부수 8000부 남짓, 기자 수 일곱 명, 창간 9년째인 48면짜리 소규모 지방신문을 장식하게 된 것은 어떤 까닭일까. ‘검찰이 무서워 말을 못한다’는 시민광고는 또 무슨 이야기인가. 검찰과 리뷰 사이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애초부터 심상치 않았다”
리뷰 측은 사건의 발단이 지난 9월14일자와 21일자 신문에 게재한 ‘법화(法禍)…그 깊은 상처’라는 시리즈 기사라고 보고 있다. 지방검찰 문제를 다룬 이 기사는 “불구속 수사와 재판이 기본 원칙인데도 수사기관이 인신구속을 관행처럼 남발하는 경향은 계속되고 있으며, 특히 이런 경향은 청주지역에서 두드러지고 있어 지역주민들의 피해의식이 높다”는 내용을 통계와 함께 제시하고 있다. 또한 ‘지방검찰 알아모시기’라는 상자기사에서는 “신임 검사들이 부임한 후 검찰 고위 관계자들에게 줄을 대려는 지역 인사들의 발걸음이 바쁘다”는 내용을 해당 인사들의 이니셜과 함께 다루고 있다.
리뷰 측은 보도가 나가자마자 청주지검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지역 정보기관원으로부터 “부부장급 이상 검사들이 소집돼 대책회의를 열었다. 대주주에 대한 내사를 벌일 것 같다. 조심하라”는 연락을 수 차례 받았다는 것. 청주지검 관계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 취재경위와 의도를 묻기도 했다는 게 리뷰 측 주장이다.
10월2일 청주지검은 리뷰 발행인인 윤석위 대표이사(50)의 개인회사인 ㈜이건종합건설, ㈜백상토건의 공사실적, 계약서류, 세무조사 결과 등을 요청하는 공문을 관계기관에 발송했다. 10월11일부터는 충북도청, 청주시청 등 지자체 공보담당자를 소환해 지난 5년간 리뷰에 게재한 광고 내역과 게재 경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일련의 움직임을 ‘검찰의 보복성 수사가 시작된 징후’라고 판단한 리뷰는 10월12일자 신문에 ‘검찰의 언론 길들이기’라는 기사를 작성해 게재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청주지검과 충청리뷰의 ‘대립’은 신경전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10월13일 밤 청주지검이 윤석위대표와 윤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이건의 박모 전무(46)를 공갈혐의로 구속해 청주교도소에 수감하면서부터 사태는 심각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박전무는 지난해 서원대학교에서 발주한 충북여중 철거공사 수주과정에서 지역의 또 다른 건설업체인 G건설 이사로부터 3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고, 검찰은 윤대표가 이를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리뷰 광고주들에 대한 검찰의 조사는 계속되었다. 10월14일에 건설회사 임직원들이 소환되는 등 기업 광고주들이 24일까지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리뷰 측은 “특수부 등 3개 검사실과 수사과까지 총동원되어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 지자체 일곱 곳, 기업체 50여 곳, 음식점 등 10만~20만원짜리 생활영업광고주 등 총 100여명이 특별한 근거도 없이 검찰의 유도성 질문과 강압성 조사에 시달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1998년 도민주 공모를 통해 리뷰 주식을 갖게 된 소액주주들에게도 검찰측이 전화를 걸어 “어떤 경위로 출자를 했느냐. 강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물었다는 것.
광고 급감과 백지광고
윤대표가 구속된 다음날인 10월14일 리뷰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갖고 “리뷰가 ‘법화(法禍)…그 깊은 상처’라는 기사를 낸 직후 윤대표를 구속하고 광고주들에 대한 무차별 조사가 이루어진 것은 비판기사에 대한 명백한 보복성 언론탄압”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리뷰 측은 10월21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검찰의 직권남용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10월15일 중앙일간지들을 통해 사건 내막이 알려지자 사태는 급속히 확산되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지역 시민단체들은 10월18일 “검찰의 수사가 윤대표 개인 비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비판기사에 대한 보복·표적수사 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10월22일 충북민예총, 청주경실련 등 39개 지역시민사회단체들은 공동으로 ‘리뷰지키기 충북도민 대책위원회’를 발족했다. 김승환 충북대 교수 등 지역인사들은 청주지검과 서울 대검찰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리뷰 측은 광고주들에 대한 검찰의 ‘저인망식 수사’ 때문에 광고가 급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득이 백지광고가 나갔던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 리뷰 민경명 기획취재부장은 “청주는 작은 도시다. 광고주들이 조사를 받았다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져나가면서 말썽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많은 업체가 게재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리뷰 측은 11월8일 청주지방법원에 제출한 청주지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장에서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10월19일자 광고수입이 예전 평균(1000만원 내외)에 비해 700만원 가량 감소한 것을 비롯, 4개 호를 통틀어 2670만원의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청주지검 수뇌부의 정기 인사이동이 있을 때까지 여파가 계속될 것을 감안하면 총 8400만원 가량의 손해가 예상된다는 주장이다.
리뷰 권혁상 사회부장은 “광고주 조사가 이런 결과를 불러오리라는 것은 누구보다 검찰이 가장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들에 대한 비판기사가 실리자 아예 리뷰의 재정에 타격을 입혀 비판언론을 고사시키려는 의도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초 청주지검장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목표로 1인 시위와 농성을 벌였지만, 검찰의 대응을 지켜보니 민형사상 법적 대응으로 방향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