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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와 예산 독립이 관건”

국가인권위원회 김창국 위원장

“인사와 예산 독립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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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청 옆 금세기빌딩에 위치한 인권위는 항상 사람들로 북적인다. 인권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일까.

작년 11월26일부터 올해 9월30일까지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서는 인권침해 2252건, 소수자 차별 128건, 기타 396건 등 2786건에 이른다.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인권위는 출범하기까지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김대중 정부는 출범 초부터 인권위 설립을 시도했으나 기구 성격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적지 않아 2001년 4월에야 설치 법안이 통과되었다. 인권위 탄생에는 시민운동단체들의 오랜 ‘투쟁’도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의 시민운동 역사는 10년 안팎이지만 그 토대는 대단히 튼튼합니다. 일본의 시민운동가들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느냐고 부러워하지요. 인권위가 행정·사법·입법에 구애받지 않는 독립기구로 출범할 수 있었던 것은 시민운동단체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지원 덕분입니다.”

-외국에서 인권위에 대한 평이 좋은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국가보안법 때문에 외국 언론 등으로부터 인권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들었지만 인권위 설립 이후 시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각종 국제 인권관련 회의에서 저희를 초청하고 있어요. 일본에는 국가인권위와 관련해 새로운 용어가 생겨 널리 사용된다고 합니다. ‘한국형 인권위’가 바로 그것입니다. 일본에도 수많은 시민단체가 있지만 우리나라의 참여연대만한 단체가 없습니다. 가장 큰 NGO가 일본변호사연합회인데 그곳에서 인권법을 다루는 변호사들이 저희를 찾아와 노하우를 배워갔습니다. 일본의 검사와 중의원들도 다녀갔습니다. 한국의 인권위가 어떻게 활동하는지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뉴질랜드와 호주의 인권위가 더 유명한데 한국을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보통 인권위원회의 모델로 호주를 꼽지만 그들은 서구 선진국과 비슷해 소수자 차별 이외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시아 국가에서는 아직도 국가가 자행하는 인권침해, 즉 공권력 횡포가 남아 있어 인권위 같은 독립기구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선진국이 장애인, 노인, 동성애자 등의 소수자 차별문제에 집중하는 데 반해 우리는 권력의 횡포에 맞서야 하기 때문에 아시아 각국의 관심 대상이 되는 것같습니다.”

-인권위를 만들면서 애로사항이 많았을텐데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는지요.

“인권위가 독립기구라고는 하지만 일할 때 핵심적인 문제는 인사·예산권입니다. 인권위는 말이 독립기구지 한계가 명확해요. 직원을 채용하는 데 일일이 행자부와 중앙인사위의 간섭을 받아야 하고 예산 제약도 매우 심했습니다. 인권위가 명실상부한 독립기구로 활동하게 하려면 인사와 예산을 독립시켜주어야 합니다.”

-인력이 부족한 편인가요.

“출범 초기 행자부와 싸워 확보한 인력이 정규직 180명, 파견 20명, 전문계약직 15명 등 모두 215명입니다. 행자부에서는 인권위였기 때문에 그 정도로 양보했다고 합니다만 실제로 일해 보니 200여 명으로는 턱 없이 부족합니다. “

-구체적으로 어떤 부문의 인력이 부족한지요.

“최근 벌어진 피의자 폭행 사망사건같은 것만 인권위 소관사항은 아닙니다. 진정사건 외에 조례를 포함하는 법령 전체를 대상으로 인권침해 여부를 검토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그러나 엄두도 못 내고 있어요. 단지 새로 개정되는 법령이 입법 예고되면 그것을 검토하는 정도예요. 조례는 들춰볼 생각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법률에는 차별 조항이 적지 않아요. 그걸 다 손대야 하는 것이죠. 이번 피의자 폭행 사망사건만 해도 형사소송법과 관련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법을 고쳐야 하는데 형사소송법 개정 하나만 해도 전문가 10명이 달라붙어 몇 달 고생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인권위에 진보적인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집회도 자주 열리다보니 ‘21세기 명동성당’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그건 좀 잘못된 표현인 것같습니다. 인권위는 차별받고 억압받는 소수자를 위한 기구입니다만 엄연한 국가기구예요. 따라서 농성하고 시위하는 장소로 사용되어서는 곤란합니다. 정부 내 다른 부처와 조정을 하고 권익을 위해서 싸우기도 해야 하는데 여기에 모여 시위한다면 문제가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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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호재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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