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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시아 호령한 고구려는 중국도 인정한 흉노의 왕”

사료를 통해 본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주장의 오류

“동북아시아 호령한 고구려는 중국도 인정한 흉노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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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이 고구려를 자국 변방의 소수정권이라 주장하며 ‘고구려 훔치기’에 나섰다.
  • 그러나 고구려는 중국을 위협하며 동북아시아를 호령한 북방 기마민족의 후예다. 중국의 황제가 고구려의 왕을 중국이 그토록 경계했던 타자(他者)인 흉노의 왕으로 여긴다는 중국 문헌이 발견됐다. 이로써 중국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할 근거가 마련된 셈이다.
“동북아시아 호령한 고구려는 중국도 인정한 흉노의 왕”
중국이 심상찮다. 중국은 고구려가 중국의 변방사에 포함되어야 한다면서 고구려사(高句麗史)가 자신들의 역사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국 옌볜대 류쯔민(劉子敏) 교수는 ‘중화천하질서(中華天下秩序)의 고구려’라는 논문에서 고구려는 중국의 군현 중에서 갈라져나간 할거정권이며, 북방 소수민족(흉노와 그 후예를 뜻함)의 궐기로 형성된 분열국면의 틈을 타서 중원의 광대한 관할지구를 탈취하였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고구려가 평양으로 천도한 후 한반도 지배권을 둘러싸고 백제, 신라와 각축전을 벌였다고 했다. 중국이 남북조 시대에 들어선 후 고구려가 중국과는 독립된 국가로 나아갔지만, 남북조와 신속(臣屬) 관계를 유지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고구려는 중국의 변방사에 포함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설명이다.

중국은 왜 고구려사를 노리는 것일까? 그 계기는 1997년 북한이 ‘조선전사’를 발간하면서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특별히 강조했던 데서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한 반발로 우선 중국 동북지방(요령성·길림성·흑룡강성) 역사학자들을 중심으로 고구려사를 상세하게 연구하기 시작, 지금까지 무려 1000편이 넘는 논문을 발표했다.

고구려 벽화 유네스코 등재로 이슈화

집착이라 할 만큼 활발한 연구에도 고구려사는 큰 이슈가 되지 못했다. 그러다 2001년 북한이 고구려 벽화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하면서 고구려사는 다시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고분벽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면 ‘고구려=중국사’라는 중국의 시각에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은 북한에 유적을 공동으로 등재하자고 권유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제안을 일거에 거절했고, 이에 중국도 독자적으로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했다.

지난해 봄까지만 해도 북한 단독 등재가 확실한 것으로 예측됐지만 막판에 심의가 보류되었다. 이때부터 고구려 문제는 중국의 국가적 과제로 급부상했다.



중국은 중국사회과학원을 중심으로 하여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 5년간 약 200억위안(약 3조원)을 투입할 이 프로젝트의 주요 목표는 고구려가 중국 변방의 소수정권임을 공고히 하는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고구려의 영토였던 중국 동북방을 중시하게 된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중국이 개혁·개방정책을 실시하면서 동북지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건 분명하다. 따라서 중국은 조선족이 살고 있는 동북지역에 대한 연고권을 재확인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 지역에까지 개입할 수 있는 역사적 명분을 축적하겠다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의 이러한 역사 왜곡은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고구려 영토 대부분이 현재 중국 땅에 속한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때문에 중국의 고구려사 ‘탈취’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시도가 얼마나 모순에 차 있는지를 적극적인 대처 논리를 가지고 밝혀야 한다.

과거사를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는 시대의 사건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최선이다. 그러나 타임머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지금까지 남아 있는 사료와 유물을 참조해 우리 역사를 재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한민족에 대한 자료가 국내에 미흡해 다분히 인근 국가들의 사료들을 인용하는 것이 현실인데, 이 역시 단편적인 데다가 나라마다 편찬자의 이해득실이 엇갈려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거나 가필되었을 가능성 또한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볼 수 있다. 한민족이 한민족사를 기록하지 않았다는 것은, 적어도 한민족이 스스로를 곡필하지는 않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중국이 왜곡하고 있는 역사에 대해 중국측이 작성한 사료를 통해 적절하게 대응한다면, 중국측에서 더 이상 시시비비를 따질 수 없도록 만들 수 있다. 중국과의 과거사 논쟁에서 첫 단추를 잘 끼느냐 잘못 끼느냐는 중국보다 한국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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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종호 과학국가박사 mystery123@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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