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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연구 해운대

한국의 골드코스트? 어정쩡한 여름 휴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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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륙 사람들에게는 바다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런 바다를 보려면 마음먹고 떠나야 하고, 그것도 기껏해야 한 해 한두 번. 힘들게 찾은 바다도 마음을 탁 트이게 하기에는 ‘2%’ 부족할 때가 많다. 그런데 껴안고 껴안아도 넘칠 만큼 드넓은 바다를 365일 50m 앞에 두고 산다면? ‘최고의 여름 휴양지’를 자부하는 부산 해운대가 최근 놀라운 변신을 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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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는 ‘해운대 특별구’라는 말이 있다. 해운대가 갖는 복잡미묘한 정체성이 투영된 단어다. 부산 시민이라면 해운대에 산다는 의미, 해운대 구민이 느끼는 뿌듯함이 어떤 것인지 안다. 이런 인식이 형성된 건 해운대가 주거지로 ‘뜨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즈음부터다.

한국 8경(景)의 하나인 해운대는 1970년대까지만 해도 ‘조용하고 운치 있는 해안가’의 이미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주거지구가 확대되면서 ‘특별구’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그저 자연경관을 활용한 관광지이던 해운대에 1989년 대우마리나 1차 아파트가 들어서고, 1992년 대규모 아파트촌인 신시가지가 조성되면서 본격 주거지로 변신한 것이다.

해운대 신시가지는 부산 최초의 계획도시. 장산 바로 아랫자락 해운대구 좌동 305만7000㎡ 부지에 주택 3만3300여 가구가 들어섰다. 16년 전 신도시 설립 초기, 신도시는 부산 주택난을 해소할 유일한 해결책으로 각광받았다. 부산 출신인 기자가 중학생이던 1994~1996년, 한 반에서 대략 5, 6명의 급우가 신시가지로 옮겨갔다. 대규모 아파트촌이 드문 것은 물론 아파트 거주자와 주택 거주자가 각각 절반쯤 되던 당시, 중산층 이상이 모여 사는 새롭고 깔끔한 신시가지로 이사 가는 것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신시가지 주민들이 오히려 박탈감을 갖는다고 한다. 해운대구의 놀라운 성장속도에 기가 죽는다는 것이다. 매년 한두 번은 해운대를 찾는 기자도 실제로 갈 때마다 그 변화에 놀란다. 수년에 한 번씩 부산을 찾는 외지인들이 요즘의 해운대를 보고 “꼭 외국 해안도시 같다”고 감탄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해운대 상전벽해’에는 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개입됐지만, 그 핵심은 ‘마린시티’와 ‘센텀시티’다.

“마린시티를 보면 비현실적인 느낌이 들어요. 층수도 상상외로 높고 건물 모양도 세련되고 분양가도 높고…. 신시가지 아파트 분양가는 기껏해야 평당 500만~600만원인데 그쪽은 1200만원을 훌쩍 넘으니, 사람 사는 데가 아닌 것 같은 느낌이랄까….”



신시가지에 10년째 살고 있다는 정영삼씨는 마린시티와 센텀시티를 ‘해운대의 섬’이라고 표현했다. 해운대는 수영만에서 진입하는 길을 기준으로 왼쪽은 좌동, 가운데는 중동, 오른쪽은 우동으로 나뉜다. 마린시티와 센텀시티는 해운대로 들어가는 초입에 있다. 마린시티는 수영만 매립지의 수영만 요트경기장과 이어져 있고, 거기서 차로 3분 남짓 달리면 센텀시티가 나온다. 요트경기장을 사이에 두고 얼굴을 맞댄 형상이다.

두 ‘시티’는 보다 새롭고 미래지향적인 지구로 거듭나기 위해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여왔다. 마린시티엔 2000년 초부터 고층 주상복합 건물이 하나둘 들어서기 시작했고, 산업지구로 특화된 센텀시티 역시 비슷한 시기에 얼개를 갖춰나갔다. 마린시티는 최근 전국적으로 관심을 모았다. 72층 높이의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와 80층 높이의 두산 위브더제니스가 차례로 분양됐기 때문이다.

위브더제니스는 70~80층 3개동(1788가구)으로 구성되며, 아이파크는 72·66·46층짜리 주상복합건물 3개동으로 지어진다. 해안에 인접한 주거빌딩으로는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높이다. 위브더제니스의 최고층(80층) 건물은 높이가 295.6m로, 호주 골드코스트 Q1타워(322.5m)와 호주 멜버른의 유리케 타워(297.2m)에 이어 세계 3위. 아이파크엔 250여 실 규모의 호텔이 들어서 복합 레저 단지로 꾸며질 계획이다.

분양가는 위치와 조망에 따라 900만원대에서 4500만원까지 다양하지만, 두 곳 모두 3.3㎡(1평)당 1654만원 선. 부산시를 통틀어서는 물론 마린시티 내 다른 고층아파트 분양가도 훌쩍 뛰어넘지만, 두 곳 모두 과열 현상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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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설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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