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특별법’ 통과시켜 여론수렴 없이 강행
[실탄] “민자사에 운하변 목적형 소도시 개발권 ”

한나라당 내부의 기류도 심상치 않다. 당내 과격파 운하론자로 불리며 운하 조기착공을 주창했던 이재오 의원도 1월 중순을 지나면서 운하에 대한 언급 자체를 회피하는 상황이다. ‘한반도대운하TF 상임 고문’이라는 직함이 무색할 정도. 최근 그는 “두고 봅시다, 말만 하면 파란이 이니…”라며 선문답만 되풀이했다. 당내 운하 신중론자인 김형오 의원(인수위 부위원장)과 이한구 정책위 의장은 “그게 급한 게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심지어 ‘MB 운하’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 유우익 대통령비서실장마저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며 극도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무대응 뒤의 무서운 계산
연초 운하 반대론자의 맹공격 속에서 인수위가 약속한 2월초 ‘국민 대토론회’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없는 일이 됐다. 당시 인수위는 “세계적 석학뿐 아니라 운하 반대론자도 모셔서 많은 이야기를 듣겠다. 민의를 수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2월 초가 되자 인수위는 “정권이 들어선 3월쯤 하는 게 더 좋겠다”며 연기론을 흘렸다. 그나마 공식 발표도 아니었다. 대선이 끝나고 ‘운하 강행’이라는 애드벌룬을 슬쩍 띄웠는데 반발이 생각보다 거세자 꼬리를 완전히 내린 형국이다.
4월 총선에 출마할 운하 주변 지역 한나라당 예비후보자들은 저마다 인수위를 찾아 운하관련 정책홍보거리를 달라고 아우성이지만 한반도대운하TF팀의 반응은 차갑다. “대선 때 내놓은 자료에 다 들어 있다”는 답만 돌아온다. 부산, 대구, 문경, 충주, 여주 등 각 지방자치단체도 운하관련 자체 TF팀을 꾸리고 지역발전 연계 계획을 세우려 하지만 인수위는 “조금 더 지켜보자”며 발을 뺀다. 모든 상황이 연초와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각 지자체와 운하 주변 선거구 한나라당 총선 예비후보자들은 이런 흐름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경기도 지역에 출마 예정인 한나라당 인사는 “이 좋은 정책 호재를 왜 썩히는지 복장이 터질 지경”이라고 토로한다. 그는 “뭔가 이상하다. 운하와 관련해 정책에 큰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예측했다. 이런 분위기가 한 달 이상 계속되자 한나라당 안팎에선 ‘MB 운하 포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런 행태는 정치적 제스처일 뿐이다. 한나라당과 한반도대운하TF팀은 결코 운하를 포기하지 않았다. 한반도대운하 건설은 이미 이명박 정권의 국정 핵심과제에 포함됐고, 운하 이론가인 유우익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운하의 경제적 타당성을 계산한 곽승준 고려대 교수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 발탁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핵심 인사를 통해 ‘운하는 무조건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