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진과 MBC 간 갈등은 지난해 8월 뉴라이트 계열 시민단체인 공정언론시민연대 공동대표 출신의 김우룡(67) 한양대학교 석좌교수가 신임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임되면서 시작됐다. 취임 직후부터 김 이사장과 다수의 여당 추천 방문진 이사는 MBC에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면서 엄 전 사장 체제의 MBC 경영진과 심한 갈등을 겪었다.
김 이사장과 엄 전 사장 간 갈등은 이후 6개월간 이어졌다. 엄 전 사장은 지난 2월8일 방문진에 사표를 제출했다. 자신이 추천하지 않은 인사를 방문진이 보도본부장, 제작본부장에 임명하자 더는 견디지 못했다. 사표를 내면서 엄 전 사장은 “오늘 방문진의 존재와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겠다”고 말했다.
MBC=‘좌파정권’의 하부구조
‘신동아’는 지난해 8월 김 이사장의 취임부터 시작된 방문진과 MBC 간 갈등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김 이사장과 두 번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첫 번째 인터뷰는 엄 전 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다음날인 2월9일 서울시내의 한 호텔에서, 두 번째 인터뷰는 3월9일 방문진 이사장실에서 있었다. 3월9일은 김재철 사장이 MBC 관계사 사장단·임원 인사를 단행한 다음날이다. 당시 방문진은 김 사장의 인사안(案)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3월9일의 인터뷰는 전날의 임원 인사에 대한 얘기로 시작됐다.
▼ 엄기영 전 사장이 사표를 낸 뒤 MBC 문제가 정리될 줄 알았는데 김재철 사장이 임명된 이후 갈등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럭비공이 하나 들어와서….”
두 번의 인터뷰에서 김 이사장은 본인의 생각을 거침없이 털어놨다. 이사장에 오른 이후 벌어진 각종 사건사고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직설적으로 쏟아냈다. 기자가 느끼기에 일부 발언은 위험수위를 넘나들었다. MBC의 현실에 대한 김 이사장의 인식은 다음과 같은 발언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 10년은 극단적인 표현으로는 좌파정권이라고 할 수 있고, MBC가 언론자유라는 이름으로 좌편향되는 10년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MBC가) 정권의 하부구조 역할을 한 시간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이념적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MBC가 있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이 정권 등과 연합해서 MBC를 무슨 기지로 삼았다고 봅니다. 탄핵방송이 그랬고, 하이라이트가 PD수첩이었죠. 노무현 탄핵방송 때도 국민을 오도했잖아요. 반정부 투쟁의 본산이 되어 전횡을 일삼았죠.”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 중에는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는 내용도 많았다. 김 이사장과 대척점에 있었던 엄 전 사장 등의 확인이 불가피했다. ‘신동아’는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가 끝난 뒤인 3월9~11일 여러 차례에 걸쳐 엄 전 사장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엄 전 사장은 정식 인터뷰가 아니라는 전제하에 김 이사장의 주장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신동아’는 이외에도 MBC 사장을 지낸 민주당 최문순 의원과 3월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인터뷰를 했다. ‘신동아’는 이들의 설명과 주장을 바탕으로 지난해 8월 이후 방문진과 MBC 간 갈등에 접근했다.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이들의 발언은 대부분 가감 없이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