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런 면에서 박승환(54)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은 적어도 인터뷰 자리에서만큼은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했다. 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엄지와 약지 검지 세 손가락을 이마에 가져다 대면서 인터뷰어(interviewer)가 다른 질문을 할 때까지 기다렸다. 이런 행동은, 정해진 인터뷰 시간을 고려하면 인터뷰어에게는 분명 난처한 일이다.
처음 그가 이마에 세 손가락을 가져다 댔을 때 기자는 “피곤하세요”라고 물었다. 그러나 1년에 기제사만 8회가 넘는 유교 집안의 종손, ‘정직’을 가훈 삼았던 아버지의 엄격한 가정교육, 시비(是非)를 가리는 변호사 출신이라는 그의 백그라운드를 알게 된 뒤에는 그의 ‘세 손가락 표시’가 “배 기자, 주제 좀 바꿔줘요” “거짓말은 못해요”라는 일종의 의태어임을 알았다.
박 이사장은 2010년 1월1일 한국환경자원공사와 환경관리공단이 통합한 한국환경공단(KECO) 이사장에 취임해 두 조직의 융합과 대한민국 환경정책의 실무 역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래도 전직 국회의원(17대·부산 금정구)과 이명박 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 한반도대운하특별위원장이라는 이미지는 여전하다.
▼ 대운하와 환경의 연관성 때문인가요?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에….
“대운하요? 현재는 4대강 사업으로 바뀌었죠. 4대강 수질사업도 공단의 주요 임무이긴 해요. 그전에 공모를 거쳐 취임했어요.”
▼ 미군기지 ‘캠프 캐럴’ 기사를 보면 환경공단이 종종 나왔는데요, 환경공단은 어떤 곳인가요?
“그럴 겁니다. 환경공단은 폐기물을 관리하는 환경자원공사와 대기와 물, 토양 등에 대한 환경오염방지 사업을 전담하던 환경관리공단이 통합되면서 새롭게 출범한 환경부 산하 기관입니다. 환경 관련 종합서비스기관이라고 보시면 돼요. 온실가스 배출부터 폐기물 활용, 미세 먼지 농도 측정까지 다 합니다. 환경부의 주요 임무를 맡은 실행기관이라고 보면 됩니다.”
▼ 최근 ‘캠프 캐럴’ 내부에 고엽제가 매립됐다는 증언이 나와 전국적으로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조사가 이슈가 됐는데요.
“맞습니다. 환경부는 6월 초 답사를 마치고 한·미공동조사단을 구성했어요. 조사 기관별 업무를 분담했는데, 환경공단에서는 기지 주변지역 토양·지하수 시료를 분석했어요. 외곽 지하수와 하천수 16 곳을 조사했는데, 한 지하수에서 전체 154개 항목 중 테트라클로로에틸린(PCE·사염화에틸렌)이 기준치를 초과했죠. 고엽제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지만 추가 정밀조사를 실시하고 있어요. 2004년부터는 반환되는 미군기지에 대해 환경오염조사를 실시하고 있어요. 2008년부터는 미군기지 주변지역의 환경기초조사를 실시해 미군기지에서 발생하는 오염을 조사, 평가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환경오염문제로 불안해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겁니다.”
여기서 조사결과에 대한 부연설명이 필요할 듯하다. PCE는 기름 성분을 세척하는 용제 등에 포함돼 있는데 신경·생식계에 문제를 일으키는 독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에서는 PCE가 물 1L당 0.236mg이 검출돼 먹는 물 수질 기준(0.01mg)을 초과했다. 고엽제 불순물로 섞여 있는 다이옥신은 조사 대상 하천수 6곳 중 3곳에서 물 1L당 0.001~ 0.01pg(피코그램·1조분의 1g)이 검출됐지만, 일본의 먹는 물 수질 기준(1pg)과 미국 기준(30pg)을 밑도는 수치다. 공동조사단은 캠프 캐럴 기지 내에서 지구물리탐사를 하고 있다.
▼ 미군기지 오염 문제도 그렇지만, 집중호우로 4대강사업 현장에서 제방이 유실되는 등 걱정이 많은데요.
“저도 그래요. 4대강 공사 마무리가 걱정입니다. 수질 문제는 우리가 맡아 하니까 그렇다고 쳐도 우기에 공사 현장은…. 현재는 기도하는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