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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기가 찾아오면 분쟁을 일으켜라

② 연인관계 속 정치

권태기가 찾아오면 분쟁을 일으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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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이별하는 법

연애정치 강자는 권태라는 위기를 더 친근해지는 계기로 활용한다. 관계 성숙의 한 방법으로 일부러 위기를 고조시킨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느냐는 사람이 적지 않을 텐데, 그래야 한다. ‘요물’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에스컬레이션(escalation·팽창)이냐, 디스컬레이션(descalation·위축)이냐?’ ‘긴장 완화 국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특히 연애는 결혼보다 견고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에스컬레이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야만 오래간다.

연애의 마지막은 이별 단계다. 이별까지 연애 과정으로 본다? 의아할지 모르지만 중요한 과정이다. ‘잘’ 이별하는 것, 무엇보다 여러분을 위해 꼭 필요하다. 이별은 끝이 아니다. 기회다. 새로운 모습으로 그 사람을 다시 만날 기회이자 더 나은 상대를 만날 기회다.

이별은, 속된 말로, ‘차인’ 경우와 ‘찬’ 경우로 구분된다. 이에 따른 이별 양상이 다르므로 당연히 대처 방법도 달라야 한다. 차였을 때 어땠는가. 차이면 일단 당황스럽다. 내가 덜 좋아했더라도 불쾌하다. ‘잡아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나 일단은 담담하게 “알았다”고 말하기 바란다. 그래야 상대방이 혼돈에 빠진다.

구원(舊怨) 남기지 말라



그다음이 중요한데, ‘진상’은 절대 금물이다. 스토킹에, 방화에, 자살 소동까지 벌이는 사람이 없지 않은데, 연애든 정치든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일단 기다려보자, 마음속에서 하나, 둘, 셋을 셀 때까지. 잊을 만한가. 그러면 다른 상대를 찾으면 된다. 잊기 어려운가? 매달리는 것, 말려도 소용없겠지만, 그래도 말리고 싶다. 절대 안 돌아온다. 더욱이 다시 돌아와봐야 그때부턴 짐이 될 뿐이다. 평생 그 짐, 안고 살고 싶은가.

떠난 사람, 잡지 말고 나중에 다시 만나더라도 그냥 친구로 지내는 게 좋다. 과거에는 연애하다가 헤어질 때 설전 벌이고 정신적 낭비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엔 이혼한 부부도 친구로 지내는 시대다.

단, 합의 이별 과정은 거치기를 권한다. 이별 회동을 갖자고 제안하고, 왜 나를 계속 만날 수 없는지 차근차근 듣는 시간을 가지는 게 좋다. 가혹한 시간이겠지만 아주 유용할 것이다. 다 듣고 나서 ‘혹시 나중에라도 생각이 바뀌면 연락하라’는 말 정도로 자리를 접는 게 좋다. 차인 사람의 야멸찬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 매우 좋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아자!’를 외쳐라. 버려야 얻는다.

이별을 주도할 때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그냥 ‘나쁜 사람’으로 남을 각오로 매몰차게? 진짜 나쁜 사람은, 연애정치의 달인은 절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자책’을 남기는 방식을 택한다. 잔인하다고?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상대방의 자존심을 지켜주면서 정리하는 방법이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연착륙을 시도해야 한다. 왜 헤어져야 하는지 납득을 시켜야 한다. 이어 상대방이 저지른 실수를 언급하는 순서로 가는 것이다. 이때 결정적인 한 가지만 짚는 것이 좋다.

정치 세계에선 이합집산이 빈번하다. 새로 만나는 것만큼 헤어지는 것도 중요하다. 헤어질 때 불필요한 구원(舊怨)을 남기지 않는 정치인이 오래간다. 이 원리는 연애정치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신동아 2013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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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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