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한국에서 날고 기는데…
반면 새누리당은 국정원의 수사권이 없었다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도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야권의 국정원 국내파트 폐지와 수사권 분리 주장은 국가보안법 폐지 의도를 담고 있기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국정원의 국내파트 폐지와 관련한 논란이 뜨겁다.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은 국가정보원의 정치 개입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국내보안 정보 수집권을 폐지하고 정보수집 범위를 대북 및 국외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문제는 국내보안 정보와 대북 및 국외 정보가 명백히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안보 개념이 군사안보뿐 아니라 경제안보, 생태안보, 사회안보로 확대되는 현실을 볼 때 국내 정보, 대북 정보, 해외 정보를 분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새로운 안보 위협 요소로 등장하는 테러, 마약범죄, 국제범죄는 국경을 넘나든다. 글로벌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국내 문제와 국제 문제가 밀접하게 얽혀 있고, 국경조차 존재하지 않는 사이버 공간과 현실 공간이 뒤섞이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해외정보와 국내정보를 구분해 정보기관을 분리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해외정보 파트와 국내정보 파트를 구분해 정보기관을 운영할 경우 업무 효율성과 조직 관리의 측면에서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이들 조직 간의 유기적 협조가 어려워진다.
반면 양 파트를 분리하면 조직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고 조직 간 경쟁 유발로 양질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으며 정보 독점과 오용(誤用)으로 인한 폐해를 막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로 의존성’과 고정관념이 더 문제
국정원 개혁은 불가피한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개혁의 방법과 범위는 여야의 주장을 넘어 사회구성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은 국정원 개혁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우선 국정원 개혁이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쟁(政爭) 수단으로 다뤄지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는다. 국민의 정치혐오증만 키우면서 여야 모두 패배하는 게임으로 끝날 것이다. 여론은 국정원 개혁 문제가 민주주의 발전이라는 순수한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본다.
모든 제도는 ‘경로 의존성’을 갖고 있다. 경로 의존성은 ‘개혁을 해도 과거의 습성, 행태, 인식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힘들다’는 뜻이다. 정보기관의 폐해는 수십 년간 이어져왔다. 국민의 고정관념 속에 국정원은 안보의 보루라기보다는 감시와 고문의 대명사로 자리 잡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과거 정권하에서 자행된 것이긴 하다. 문제는 민주화 이후에도 이러한 고정관념이 별로 바뀌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비단 국정원 댓글 사건뿐 아니라 불법사찰, 불법도청 등 국정원의 정치 개입 문제는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꾸준히 계속돼왔다.
‘경로 의존성’을 고려할 때 국정원 개혁은 보다 철저하게, 전면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다. 현행 ‘국가정보원법’에도 국정원의 국내파트는 ‘간첩 및 기타 반국가활동 세력과 그 추종 분자의 국가에 대한 위해 행위로부터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취급되는 정보’만을 수집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국정원은 사회각계 전반을 감시하고 사찰해왔다. 이러한 업무 습성이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해외정보 파트와 국내정보 파트를 제도적으로 분리하는 것과 관련해 현실적 어려움과 논리적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경로 의존성의 극복과 고정관념의 개선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