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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린 “대자보보다 학생·교사 토론을” 김상곤 “인권·자유 역행하는 서울교육”

<쟁점 인터뷰> 문용린 서울교육감 對 김상곤 경기교육감

문용린 “대자보보다 학생·교사 토론을” 김상곤 “인권·자유 역행하는 서울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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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보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진보라고 평가받는다.
  • 하지만 두 사람은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프레임을 거부한다.
  • 두 사람의 교육철학은 확연히 다르다. 문 교육감은 ‘교권’을, 김 교육감은 ‘자율’을 중시한다. 두 교육감은 이 시대의 교육 현안을 두고 날 선 논쟁을 벌였다.
문용린 “대자보보다 학생·교사 토론을” 김상곤 “인권·자유 역행하는 서울교육”

문용린 서울교육감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디라 했다. 교육감에게는 ‘교육대통령’이라는 별칭이 붙는다. 교육감은 시·도지역 교육청과 관할 학교에 대한 예산편성권, 인사권, 정책결정권을 갖는다. 학교 운영에 대한 주요 사항을 결정하고 사교육기관을 점검·단속하는 권한까지 있다. 한마디로 유아부터 초중등, 평생교육까지 전반을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리다.

왕관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던 탓일까. 2007년 직선제 도입 후 총 8명의 교육감이 선거법 위반, 인사비리 등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거나 처벌됐다. 특히 수도 서울의 교육을 책임져야 할 공정택·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이 차례로 유죄를 선고받아 교육감직을 상실했다.

올해 6·4 지방선거와 함께 교육감선거가 치러진다. 부모 세대는 투표권이 없는 자녀를 위해 신중하게 한 표를 던져야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보수’와 ‘진보’의 대립 아래 정작 ‘교육’은 없는 선거가 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번 6월 선거에서 선출되는 교육감은 박근혜 정부와 임기를 함께하므로 이번 정부의 교육 성패를 좌우한다.

‘신동아’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과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만나 교육 현안에 대한 의견,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는 1월 6일과 10일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에서 각각 진행됐다. 문 교육감은 2012년 12월 취임해 갓 1년을 넘겼지만, 김 교육감은 2009년 첫 직선제 선거에 당선된 후 6년째 경기도 교육을 이끌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지역 교육계의 지지와 ‘현직 프리미엄’에 힘입어 유력한 차기 교육감으로 거론된다.

두 사람은 각각 대표적인 ‘보수 교육감’ ‘진보 교육감’으로 불린다. 선거 과정에서 문 교육감은 ‘보수단일후보’를 전면에 내세우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후보와 플래카드 색깔, 디자인까지 같게 했다. 김 교육감 역시 당시 곽 서울시교육감 후보와 같은 ‘진보 교육감’임을 내세우면서 시너지 효과를 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을 거부했다. 문 교육감은 “정치 만능국인 한국에서 선거하면서 전략상 ‘보수’를 앞세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고, 김 교육감도 “사회 발전, 학문에 관해서는 진보적인 생각을 가진 것이 사실이지만 교육감으로선 정치적 소신이 아니라 초중등교육 정상화 방법을 고민하며 정책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실제 그들이 선보인 정책도 무조건 ‘보수’와 ‘진보’의 관점에서 설명하기는 어렵다. 굳이 두 사람을 구분하자면 문 교육감은 ‘교권’을, 김 교육감은 ‘자율’을 중시한다는 정도.

“교학사 교과서는 불량식품”

문용린 “대자보보다 학생·교사 토론을” 김상곤 “인권·자유 역행하는 서울교육”

김상곤 경기교육감

2013년에는 유난히 교육 관련 사회적 이슈가 많았다. 영훈국제중학교 입시비리부터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 자유학기제 도입, 누리교육 확대, 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 필수 지정 및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오류, 마지막으로 학내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확산까지. 각 사안에 대해 두 교육감은 그 나름의 견해를 밝혔다.

▼ 지난해 교학사 교과서의 편향성 문제가 제기됐고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도 연일 공세가 이어졌다. 교학사 교과서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김상곤 정부가 4대악 척결을 얘기하는데 그중 하나가 ‘불량식품’이다. 나는 교학사 교과서가 ‘불량식품’이라고 본다. 잘못된 책을 만든 것이 첫 번째 문제다. 이념 이전에 국민의 상식에 맞지 않게 만들어진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

교학사 교과서 문제가 처음 불거진 계기는 학생과 학부모의 문제 제기였다. 학교는 교육 수요자의 의견을 수렴해 교과서를 선택하면 된다. 일부 언론에서 사회적 외압에 초점을 맞추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문제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일이다.

문용린 교과서를 쓰는 사람, 검인정위원회, 그리고 학교에는 자율권이 있다. 교과서를 채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외부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가 항의하는 것은 참 무섭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검인정교과서는 8종이 있고, 교학사 교과서는 그중 하나일 뿐인데 왜 선택과 관련 없는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나? 8종의 검인정교과서를 인정한 것은 그만큼 한국사를 넓은 스펙트럼으로 공부하자는 의미다.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만약 잘못된 교과서라면 자연히 소멸할 텐데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후진적이라고 본다.

▼ 고려대에서 시작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고등학교까지 확산됐다. 이에 서울 강남의 한 고등학교는 학생을 징계하고 대자보를 떼어내는 등 교내 대자보 부착을 금지했다. 특히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벽보를 부착함으로써 면학 분위기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면서, 실질적으로 대자보 부착을 차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김상곤 건강한 학생의 의사표현은 교육의 일종이다. 그동안 학생을 통제의 대상으로 보면서 표현의 자유를 규제했지만, 비판적 사고능력과 표현능력은 사회 인재로 키우는 데 필수적인 요건이다. 그런 면에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와 같은 의사표현을 존중해야 한다. 1960~ 70년대에는 고등학생의 의사표현과 집단행동이 지금보다 활발했으나 학교 차원의 제재나 처벌은 없었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게 발전하는 데 학생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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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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