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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딕셔너리 프로젝트’를 아십니까?

무상 급식보다 무상 사전(辭典)을…

한국판 ‘딕셔너리 프로젝트’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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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초등 3년 이상에게 국어사전 기부운동
  • ● “학습·독해능력 향상 지름길”
  • ● 서울·함평·원주에서 교육청·동문·독지가 동참
  • ● 미국은 1995년 장학단체 탄생…연 240만 명 혜택
한국판 ‘딕셔너리 프로젝트’를 아십니까?
지난해 11월 8일 오전 11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초등학교인 서울 종로구 재동초등학교(1885년 개교)에서 작지만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제1회 동문 및 지역어른 국어사전 기증식’이 그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59명, 4학년 56명, 5학년 43명, 6학년 38명 등 모두 196명에게 아담한 국어사전(‘초중교과 속뜻학습 국어사전’, 전광진 편저, LBH교육출판사 발간) 한 권씩을 선물한 것. 기증에 동참한 동문 16명 중에는 53회 강지원 변호사와 예비역 소장도 있었고, 어머니 권유로 동참했다는 115회 중학생도 있었다.

이 학교 박인화 교장은 “어휘력 증강을 통한 학력 향상과 인성교육의 지름길을 국어사전에서 찾았다. 무슨 과목이든 사전을 옆에 두고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바로바로 사전을 펴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도록 지도하겠다”며 “학부모운영회와 원로 동문 만남의 자리에서 이런 취지를 말씀드리니 반응이 좋았다. 특히 지역 어른들의 동참이 고마웠다. 앞으로도 쭉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1인 1사전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 23일 강원도 원주 단구초등학교에서도 같은 행사가 있었다. 고향이 원주인 재미과학자 신승일 박사(74·서울대 국제백신연구소 대표를 지낸 생명의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 미 알버트아인슈타인대 교수로 북한 어린이들에게 뇌염백신을 무상공급하는 데 앞장섰다)가 3~6학년생 351명에게 국어사전을 기증한 것.

여기에는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한국사전프로젝트’를 펼치는 사무국장 윤재웅(52) 씨의 숨은 공로가 있다. 윤 씨는 20년여 전 화가 오지호(1905∼1982)의 저서 ‘국어에 대한 중대한 오해’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아 한자교육과 사전 활용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윤 씨가 우연히 알게 된 신 박사에게 국어사전 기증운동 취지를 설명하는 편지를 보냈는데, 이에 동감한 신 박사가 기꺼이 동참한 것. 한국로타리 강원지구 최준영 총재도 올해부터 사전 기부운동 후원을 약속했다.



사전 기부운동의 역사는 이보다 몇 년 더 거슬러 올라간다. 서울 성동구 행현초등학교 원정환(59) 교장은 2008년 중랑구 신묵초교에 재직할 때 지역구청의 교육지원 예산을 받아 국어사전 700여 권을 구입해 3학년 이상 전 교실에 비치하고 학생들이 모든 교과과목 시간에 사전을 활용토록 했다.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이 매우 좋아 3분의 1이 집에서도 같은 사전을 구입해 공부하는 습관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유별난 사전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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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사전 기부운동으로 한 해 240만 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행현초등학교로 옮긴 2011년에도 성동구청의 지원을 받아 국어사전 1000권을 구입, 3학년 이상 전 학생에게 한 권씩 배부해 공부하게 하고, 학년이 올라가면 후배들에게 손때 묻은 사전을 물려주게 했다. 또한 ‘행현 단어장’을 만들어 3학년생 600단어, 4학년 900단어, 5학년 1200단어, 6학년은 1500단어를 적도록 하고, 이를 잘 지킨 학생에게는 ‘단어공부 인증서’를 주었는데 효과가 만점이라고 한다.

국어사전 활용교육의 ‘원조’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전라남도 함평교육지원청 김승호(58) 교육장의 유별난 ‘사전 사랑’과 ‘사전 활용 교육’은 함평군 내 초등학교를 넘어 인근 군 지역으로도 확산되어 ‘꽃’을 피우고 있다. 그는 1987년 번스타인의 ‘언어사회이론’을 읽고 나라별 학력격차의 이유를 알게 되면서 사전 교육을 강화하는 것만이 ‘강한 나라를 만드는 길’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학생들의 학력 수준은 국어사전을 얼마나 가지고 있고, 교과서의 용어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에 달렸다고 본 것이다. 일선 학교 교사와 교장, 도교육청 정책기획담당관 등을 역임하면서 ‘국어사전 상시 보기’ 정책을 추진했다.

2012년 3월 함평교육장으로 부임한 이래, 가장 정열을 쏟은 일도 자기주도 학습력 신장을 위한 초등학교 사전보급운동이었다. 함평군 내 손불초교 등 초등학교 11곳과 중학교 8곳 학생 2000명에게 사전 한 권씩을 배부했다. 손불초교는 동문인 건설사 대표가 3학년 이상 후배 58명과 교사 10명에게 사전을 기증했다. 김 교육장은 “올해에는 로타리클럽 광주지구(총재 김보곤)에서 적극적으로 이 운동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며 “3학년 때부터 사전을 끼고 사는 교육은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보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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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록 | 성균관대 홍보전문위원, ‘나는 휴머니스트다’ 저자, yrchoi@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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