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스트라이커, 김종서의 불굴의 개척 정신
거란과 담판, 강동 6주 얻은 서희의 ‘간 큰’ 외교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 설계사, 김유신의 정신 전력
신기전 등 획기적 무기 개발한 군통수권자, 세종대왕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한 장면. 넷플릭스
우리는 지금 한반도에 적을 둔 새로운 영웅들의 등장과 퇴장을 보고 있다. K-조선이 세계 조선을 선도하고, K-반도체가 글로벌 공급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K-자동차가 세계를 제패하려 질주하고 있다. 그 기세로 이들은 한반도의 경제영토를 넓히고, 문화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들의 영웅이다.
우리 앞에 새로 등장하는 영웅들이 발 딛고, 숨 쉬는 대지는 한반도 영토다. 새로운 영웅의 등장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이들이 딛고 있는 한반도 영토를 확보한 과거의 영웅들을 떠올렸다. 그들의 활약상을 되짚어 보면 우리 역사의 과거, 현재, 미래가 보인다. 한반도 영토 확보 역사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위인은 김종서, 서희, 김유신, 세종대왕이 대표적이다.
최고의 스트라이커, 김종서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 있는 김종서 장군 흉상. 전쟁기념관
만리변성(萬里邊城)에 일장검(一長劍) 짚고 서서
긴파람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조선시대 문신이기도 했던 김종서 장군이 남긴 시(詩)다. 김종서 장군은 세종의 명을 받아 당시 여진족이 거주하던 함경도 지역을 우리 영토로 만들었다. 지금은 북측이 통치하고 있지만 종성·온성·회령·경원·경흥·부령 등 6진을 개척했다. 먼 훗날 우리 국경이 중국과의 변경을 넘어 러시아와 변경을 맞닿게 한 장군이다. 1453년 수양대군(세조)과 벌인 처절한 권력투쟁에서 비극적 최후를 맞는다. 세조가 일으킨 정변에 의해 김종서는 절대 권력을 탐한 권신 반역으로 역사적 낙인이 찍힌다. 300년이 지난 영조 22년(1746)년에 그는 복권된다.
세조의 후예인 조선 왕들은 300년 동안 그를 영웅으로 인정할 수 없었다. 권력투쟁의 냉혹한 결과가 한반도 영토 확장에 대한 그의 영웅적 업적을 철저하게 지웠다. 300년이 지난 뒤에 영조가 그의 충성심을 재평가해 영의정 관직을 추서하고 영웅으로 복권했다. 삭풍이 불고, 차디찬 눈보라 속에서 4년여에 걸쳐 정벌을 통해 영토를 개척한 그는 우리 역사상 최고의 스트라이크형 영웅이다.
외교 담판으로 강동 6주 얻은 서희

고려 시대의 탁월한 외교관 서희 초상화. 서희역사관 홈페이지
60만 대군(거란 스스로 주장)을 이끌고 고려를 침략한 소손녕은 고려의 항복을 요구했고, 고려의 영토는 통일신라의 영토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희는 고려 조정의 항복 분위기와 거란의 거친 협박 기세에 굴하지 않고 외교 담판에 나섰다. 고려의 국호가 통일신라의 계승이 아니라 고구려의 후예임을 강조해 거란의 신라 계승 국가 논리를 큰 주먹을 불끈 쥐고 흔들어 뭉개버렸다. 그러한 논리를 앞세워, 당시 거란에 안보·군사적으로 필요했던, 압록강 유역의 여진족 방어선을 공동으로 구축하는 윈윈전략을 제한했다.
소손녕은 서희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항복의 위기 국면에서 고려는 영토를 압록강 유역까지 확장하는 역사적 외교 승리를 거뒀다. 일부 자료에 따르면 서희는 거란으로부터 얻은 강동 6주에 만족하지 않고 압록강을 넘어 고구려의 고토 만주를 요구했다는 주장도 있다.
서희는 외교술의 ‘끝판왕’이다. 치열한 냉전 구도와 두 개의 국가론, 북핵 위협이 우리 외교를 위축시키는 현실 속에서 서희의 간 큰 외교를 참고할 만하다.
한반도 최초의 통일국가 설계사, 김유신

삼국통일 주역인 김유신 장군 초상화. 우리역사넷
그는 한반도를 통일국가로 만든 설계사다. 일부 후세 사가들이 상대적으로 강성했던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킨 부분을 아쉬워한다. 그가 당나라와 힘을 합쳐 백제, 고구려를 멸한 것을 오늘의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안 된다. 김유신의 위대한 결심은 백제, 고구려와 전쟁에서 이겼을 때보다 당나라라는 제국을 상대로 통일전쟁을 마음먹은 부분에서 빛을 발한다.
당나라는 신라와 함께 백제, 고구려를 멸망시킨 이후 당초 약속과 달리 신라를 속국으로 만들려 했다. 신라에 계림대도독부를 설치하고 신라 문무왕을 당나라 관직인 계림대도독으로 임명해 모든 전리품을 독점하려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70세에 이른 고령의 김유신은 제국 당나라와 전쟁을 벌이기로 결심했을 뿐만 아니라, 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정신전력(精神戰力)을 만들어냈다. 그는 집념과 의지의 화신이었다.
위대한 군통수권자, 세종대왕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동아DB
국방 분야, 한반도 영토 확보 측면에서도 불멸의 업적을 역사에 남겼다. 최윤덕을 보내어 압록강 유역 4군을 확보했고, 김종서를 내세워 두만강 유역 6진을 개척했다. 1419년에는 선대 태종의 유지와 준비를 토대로 이종무 장군을 보내 대마도를 토벌하고 충성을 약속받았다. 세계 최초의 다연장로켓이라 불리는 신기전 등 획기적인 무기를 개발했고, 수많은 군사 전략서 및 전법을 정비했다. 그는 우리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통수권자였다.
영웅을 쉽게 잊는 민족엔 미래가 없다
박정희 대통령은 “우리 민족이 흥하려면, 민족의 사표(師表)가 있어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순신, 윤봉길 등 수많은 애국지사를 선양하는 사업을 통해 애국애족심을 생성, 확산하는 사업을 펼쳤다. 몇 해 전 역사적 논쟁과 정쟁의 빌미를 제공한, 항일무장투쟁의 상징적 인물인 홍범도 장군에게까지 박 대통령은 건국훈장을 수여했다. 사표를 선정하는 데 이념보다는 시대정신을 택했다. 박 대통령의 사표 선양사업은 우리 국민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참으로 의미 있는 사업이었다. 참으로 잘한 사업이고 그 정신을 계승할 필요가 있다.지금 우리에게는 ‘케더헌’, 반도체산업, 자동차산업, 조선업 등이 새로운 영웅이 됐다. 이들 영웅은 한반도 영토를 확장하고 지켜낸 과거 영웅들의 귀한 헌신과 용기, 통찰력이 있었기에 등장할 수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전쟁기념사업회 어린이박물관 앞에 4명의 영토 영웅 김종서, 서희, 김유신, 세종대왕의 부조물을 설치했다. 어린이들이 그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지금은 세종특별시에 영면하고 있는 김종서 장군 묘역을 찾아 술 한잔 올리고 싶다. 세조와의 정치투쟁은 그의 목숨을 잃게 했지만 업적은 영원히 남아있다. 영웅을 쉽게 잊는 민족, 역사를 모르는 민족에는 미래가 없다.

● 1961년 출생
● 부산대 정외과 졸업, 경북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장
● 국방부 차관, 20대 국회의원
● 現 전쟁기념사업회 회장, 국민대 석좌교수, 한중안보평화포럼 회장
● 저서 : ‘백승주 박사의 외교이야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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