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이런 유명 골프장은 골퍼들에게 감동과 함께 흥겨움을 더해주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2% 부족함이 있다. 지구촌에는 바로 그 2%의 재미를 채워주는 이색적인 골프장이 있다. 그중 하나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있는 하비스트 클럽(The Harvest Culb)이다.
필자는 지난 7월 캐나다 관광청의 초청으로 그곳에서 라운드하는 행운을 얻었다. 골프장 이름을 직역하면 ‘수확하는 모임’이다.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했다. 잔뜩 부푼 기대감을 안고 클럽하우스에서 코스 전경을 내려다보는 순간 기대감은 곧장 흥분으로 바뀌었다. 골프장 전체가 과수원으로 갖가지 유실수에 탐스러운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코스 안에 사과나 감, 탱자, 귤, 살구, 복숭아 같은 과일나무가 몇십 그루 심어진 것은 더러 봤지만 코스 전체가 과일나무로 가득한 곳은 처음이었다.
골프장이 자리잡은 오카나간 밸리(Okanagan Valley) 지역은 온화한 기후와 풍부한 일조량, 그리고 주위에 호수가 있어 각종 과일과 채소가 자라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곳을 포함해 약 1만ha에 이르는 땅에 수십개의 대형 과수원이 산재해 있다. 따라서 주변 경치와 자연스레 어우러지기 위해서는 골프장에 갖가지 과일나무를 심는 것이 당연했다.
체리나무 무대, 포도밭 사열

청포도나무가 골프장 페어웨이 한쪽 능선을 따라 사열하듯 가지런하게 다듬어져 있다.
이어 4번에서 5번 홀까지는 자두나무가, 6번에서 8번 홀까지는 미국산 배나무가 탐스러운 열매를 잔뜩 매달고 있었다. 녹색 필드를 스치는 바람을 타고 흐르는 향긋한 과일향에 기분이 상쾌해졌다.
후반 9번 홀로 들어서니 이번엔 엄지손가락만한 체리를 주렁주렁 매단 검붉은 체리나무들의 무대가 펼쳐졌다. 마냥 힘겹게 매달린 체리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덜어주고자 체면을 무릅쓰고 달려가 두어 개 따서 입에 넣었다. 한국에서는 비싸기도 하고 맛보기가 쉽지 않아 그 맛을 잘 모르던 차에 입 안 가득히 번지는 달콤한 체리 과즙이 여간 매혹적인 게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