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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학벌이냐, 실력이냐

선발투수 강준만, 중간계투 한완상, 마무리는 시민운동

안티학벌을 외치는 사람들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선발투수 강준만, 중간계투 한완상, 마무리는 시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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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모는 “학벌문화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획일화된 대학서열을 깨는 것이 필수조건”이라고 본다. 이를 위해 학사모가 제시한 방안은 세 가지다.

첫째, 국립대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는 것이다. 국립대에 엄청난 예산을 배정하고 사립대를 외면하는 것은, ‘모든 납세자는 동등한 대접을 받아야 한다’는 국민평등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지방국립대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는 전제에서, 국립대도 사립대와 똑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학사모는 서울대 물리학과 장회익 교수가 제안한 “10년 동안 서울대 신입생을 뽑지 말자”는 주장에도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둘째, 공직자 쿼터제의 도입이다. 학사모는 사법·행정·외무고시의 경우 단기적으로 10%, 장기적으로는 5% 이상 한 대학이 독점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생각하기에 따라 개인의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며, ‘역차별’ 논쟁까지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학사모 관계자는 “여성할당제를 실시한 이유는 여성을 채용하는 것이 차별하는 것보다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학벌문제도 그런 차원에서 검토하자는 얘기”라고 말했다.

김상봉 교장은 “대학교수의 쿼터제를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교수사회에는 진정한 경쟁이 없다. 일류대학 출신들은 문중화한 학벌을 이용해 독점권을 행사하며 인재들의 학계 진출을 봉쇄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대학 졸업자를 10% 이상 채용할 수 없게 만들면, 어쩔 수 없이 능력에 따라 교수를 선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곧 서울대 출신의 교수사회 진출을 제도적으로 제한하자는 얘기다. 실제로 대학교수 시장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는 학교는 서울대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학입시는 추첨으로 치르자


셋째, 수능시험을 변별력이 없을 정도로 쉽게 출제하는 것이다. 김교장은 수능 만점자를 5만명 이상으로 늘리고 대학간 학점교환제를 도입하면, 대학의 문턱이 지금보다 훨씬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교장은 한발 더 나아가 “서열이 무의미해지면 독일처럼 모든 대학을 평준화해서 대학입시를 추첨으로 치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 하는 문제는 더 이상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지금 고등학교 수업이 어디 교육입니까? 좋은 대학에 많이 넣으려고 학생들을 기계식 교육의 희생양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잖아요. 철학에 관심 있는 학생은 칸트를 읽고, 국어가 좋은 학생은 시와 소설을 열심히 읽어야 진짜 교육이잖아요. 학생들이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을 떨쳐야만 그게 가능하단 말이에요.”

김교장은 ‘학교공부 잘하는 아이가 능력있다’는 사회적 인식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공부 잘하는 사람이 사회현상을 잘 판단한다는 점에 공감하지만, 우리나라 학생들의 입시공부는 그것과 무관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의미에서 요즘 학생들은 일제시대 때보다도 수준이 떨어진다”면서, 사색이나 창의력보다 입시경쟁 자체가 강조되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문맹을 퇴치하던 시절에는 외우기 공부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었다고 봐요. 그러나 이제 그런 공부로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지금 우리는 전국민이 대학입시에 뛰어들어서 열심히 ‘바보’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잠시만 방심해도 따라갈 수가 없으니 사색의 여유는 아예 꿈도 못꾸는 거죠. 아니, 4지선다형 문제를 잘 찍어서 그 아이의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차라리 그 시간에 집안일을 경험하고 돈을 벌어보는 게 낫지.”

김교장은 한완상 전부총리의 ‘학력란’ 폐지 발언을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면접과정에서 대학이름을 쓰면 어쩔 수 없이 편견을 갖게 되고, 그것은 불공정한 심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교장은 “학벌문제는 학력란을 안 쓰는 수준에서 해결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대학서열을 깰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교장은 처음 자신이 학사모를 만들던 3년 전과 비교해볼 때 국민들의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강준만 교수가 처음 책을 썼을 때는 ‘이상한 사람’으로 보았지만, TV토론과 인터넷 홍보로 동조자들이 많아졌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교장은 학벌타파 운동의 성공조건으로 두 가지를 들었다. 하나는 진보적 관점에서 이론적 틀을 다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벌문제를 과거 학생운동 수준으로 이슈화하는 것이다. 학사모는 이를 위해 조만간 다양한 시각에서 학벌문제를 분석한 책을 출간하는 한편,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한 ‘사이버 모임’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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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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