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호

氣와 運 살리는 포옹의 기술, 포용의 기술

  • 윤은기│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경영학 박사 yoonek18@chol.com│

    입력2009-07-02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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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좋은 기운이 성공을 불러온다. 성공한 기업인이나 골퍼들이 좋은 기운을 유지하는 비결은 자기와 잘 맞는 사람은 물론 잘 맞지 않는 사람과도 유연하게 어울리는 것이다. 직장에나 필드에나 독불장군과 카멜레온이 있게 마련, 이들과 즐겁게 일하고 운동하는 지혜를 모았다.
    氣와 運 살리는 포옹의 기술, 포용의 기술

    과감한 골프 스타일을 가진 한국제너시스 윤홍근 회장.

    골프나 경영이나 좋은 성과가 나오려면 좋은 기(氣)가 있어야 한다. 긍정적인 기가 있어야 좋은 운(運)도 따른다. 기와 운이 만나면 기운(氣運)이 된다. 좋은 기운이 좋은 성과를 가져오는 건 당연하다.

    한국제너시스 윤홍근 회장이 얼마 전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1995년 BBQ 브랜드로 닭고기 체인점을 창업해 15년 만에 전국 점포 3000개에 1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액을 달성했다. 그래서 얻은 별명이 ‘프랜차이즈 업계의 칭기즈 칸’이다. 윤 회장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프랜차이즈협회 회장을 지냈다.

    “이 분야 세계 최강의 브랜드인 KFC를 한국 브랜드로 이기겠다고 하니까 모두 웃더군요. 그러나 지금은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중국시장에서도 선전하고 있습니다.” “미국계 외식산업은 대부분 고객이 점포를 찾아가거나 차를 타고 서비스받는 드라이브 인 테이크 아웃방식이지만 우리는 오토바이 타고 아파트건 잔디밭이건 즉각 출동합니다.”

    얼마 전 수훈기념으로 윤 회장과 필드에 나섰다. 경영 스타일과 골프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말이 있는데, 윤 회장 역시 독특한 골프 스타일을 지니고 있었다. 윤 회장에게 골프관을 직접 들어보았다. ‘첫째, 연습 스윙은 한 번만 한다. 둘째, OB(out of bounds)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셋째, 퍼팅은 반드시 지나가게 한다. 넷째, 점수내기에 연연하지 않는다. 다섯째, 지나간 홀에는 미련을 두지 않는다.’ 한마디로 과감한 공격형 골프다. 특히 내리막 퍼팅을 강하게 해서 컵에 떨어뜨리는 것을 몇 차례 보고는 동반자들이 크게 감탄했다.

    과감하게, 바르게, 창의적으로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았다. “아, 골프는 후퇴가 없잖아요, 한 홀 한 홀 계속 앞으로 쳐야 하니까 중단 없는 전진이 매력이죠.” 무엇보다 동반자가 좋아했다. 연습스윙 적고 이동속도 빠르고 퍼팅 과감하고 성격 호탕하고 칭찬 화끈해 캐디 역시 윤 회장의 골프 스타일을 높게 평가했다. 게다가 윤 회장의 골프웨어는 늘 밝고 화려해서 녹색의 잔디밭과 강한 대비를 이룬다.

    “구력 14년에 몇 년 전 이스트밸리CC에서 1언더 친 게 베스트 스코어입니다.” 워낙 공격적으로 치다보니 잘 친 날과 못 친 날의 점수 차가 10타는 된다고 했다. OB도 겁내지 않고 해저드도 피하지 않고 과감한 샷을 하는 것은 자신의 의지력을 테스트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실전경영에서는 테스트가 어렵지만 골프장에서야 과감하고 용감해도 손해날 일이 없잖아요.” 그래도 점수가 나쁘거나 내기에서 지면 기분이 언짢지 않을까? “늘 가장 잘한 샷만 기억합니다. 내기해서 잃으면 동반자들이 좋아하고 간혹 내가 따면 도로 나눠줍니다.”

    이날 스코어는 82타, 버디에서 트리플 보기까지 왔다갔다하며 기록한 점수다. “수년 안에 외식산업 최고 브랜드인 맥도날드를 뛰어넘는 것이 나의 꿈입니다. 이미 미국시장에 진출해서 성공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이날 우리 동반자들은 윤 회장의 골프 스타일에 ‘칭기즈 칸 골프’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과감하게, 바르게, 창의적으로’를 외치면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업계를 이끌어 온 윤 회장은 닭고기를 파는 것이 아니라 경영기술을 판다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성공한 기업인이다. 지난해 스페인 국왕으로부터 훈장을 받은 데 이어 올해 정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그는 요즘 사업현장에서도, 필드에서도 뜨거운 열정을 발휘하고 있다. 그의 성공비결은 바로 기와 운을 잘 관리하는 것이다.

    동반자는 왕? 동반자는 봉?

    어느 기업의 기와 운이 좋은지 나쁜지를 알 수 있는 지표의 하나가 바로 그 기업이 내건 슬로건이다. 슬로건이 매력적인가, 시대의 트렌드를 담고 있는가, 인류의 가치를 담고 있는가, 다수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가?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성공적인 슬로건을 몇 가지 예시할 수 있다. ‘인류를 아름답게!’ 한 화장품 회사의 슬로건인데, 기업의 정체성을 깔끔하고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기쁨주고 사랑받는 sbs’ 이 슬로건은 먼저 고객에게 기쁨을 주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어서 좋다. 그리고 사랑받고 싶다는 의지가 뒤따르기 때문에 매력도가 더욱 높아진다. ‘사랑해요 LG!’도 빼놓을 수 없다. 인간은 ‘사랑한다’는 말에 마음이 녹아내리게 마련이다.

    이번에 웅진그룹에서 아주 매력적인 슬로건을 내놓았다. ‘사랑은 뜨겁게, 지구는 차갑게!’ 웅진그룹의 기존 슬로건은 ‘또또사랑’이다.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는 의미다. 일에 대한 사랑, 도전에 대한 사랑, 변화에 대한 사랑, 사회에 대한 사랑, 조직에 대한 사랑, 고객에 대한 사랑이다. 그런데 요즘 지구촌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지구온난화 대응, 기후변화 대응, 환경경영, 그린산업이다. ‘사랑은 뜨겁게, 지구는 차갑게’는 기존의 ‘또또사랑’에 환경경영의 가치를 추가한 것이다. ‘사랑’과 ‘지구’라는 핵심단어에 ‘뜨겁게’ ‘차갑게’라는 어휘 대비가 매력적으로 어우러진 슬로건이다.

    내가 좋아하는 슬로건 중 하나는 서울시가 내건 ‘맑고 매력 있는 세계도시 서울’이다. ‘맑고’는 ‘친환경적이며 부패가 없는’을 뜻하고, ‘매력 있는’ 속에는 ‘디자인 서울, 문화의 서울’ 개념이 담겨 있다.

    가끔 SK그룹 CEO와 함께 골프를 해보면 기업문화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고객이 행복해질 때까지!’ 이런 슬로건처럼 동반자들이 행복해질 때까지 기분 좋게 대한다. 경기 시흥에서 사업을 하는 L회장은 골프장에서 “동반자는 왕이다”라고 말한다. ‘고객은 왕이다’라는 표현을 살짝 바꾼 것인데, 골프도 잘하고 매너도 좋아서 인기가 있다. 평소 성격이 괄괄한 P회장은 L회장과 라운드할 때마다 심리전을 펼친다. L회장이 “동반자는 왕이다”라고 할 때마다 “동반자는 봉이다”고 맞받아치는 것이다. 이 광경에 주위 사람들이 배꼽을 잡는다. 내기에선 대부분 L회장이 이긴다. 18홀을 다 돌고 나서 우리는 P회장에게 딴 돈을 돌려주는 대신 가수 최희준씨가 노래하듯이 “나는 봉이다”를 세 번 외치라고 시킨다. P회장, 사업이고 골프고 사랑받을 짓을 해야 축복이 따르는 법이야!

    만지면 커지고, 안으면 풀린다

    ‘아침 키스가 연봉을 올려준다.’ 남편이 출근할 때 아내가 기분 좋게 키스를 하면 남편의 사기가 올라서 하루 종일 일이 잘 풀리고 대인관계도 좋아지니 성공의 길로 간다는 얘기다. 대학 선배인 두상달 한국가정연구소 소장이 요즘 강조하는 말이다. 이분은 부부가 함께 전국을 누비며 행복한 가정 만드는 방법을 강의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부간에도 애정표현을 잘 하지 않고 무뚝뚝하다. 이는 건강만 해치는 게 아니라 사회성까지 약화시키는 고질병이다.”

    대학 후배인 명지대 김정운 교수의 강의도 같은 맥락이다. 몇 년 전 스킨십을 강조한 책을 냈다. 부부간에 수시로 포옹하고 손을 잡아주면 심리적 안정감이 생기고, 사기가 높아져 건강지수가 높아지며 행복감이 커진다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독일에서 여가경영학을 공부한 사람이다. 유럽인 중에 무뚝뚝한 편인 독일인보다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부부간에 애정표현을 더 안 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본래 이 책의 제목은 ‘만지면 커진다’였는데, 출판사에서 너무 야하다는 이유로 점잖게 바꿔놓았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이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부부간에 포옹을 하고 반가운 사람끼리 만나 껴안는 행위가 사회성과 건강을 높인다는 것은 심리학적으로나 의학적으로 검증된 이야기인데 이에 대한 많은 논문이 나와 있다. 기와 운을 좋게 해주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려면 ‘포옹의 기술’ 못지않게 ‘포용의 기술’이 필요하다. 포옹은 좋아하는 사람끼리 끌어안는 것이고 포용은 나와 다른 사람을 끌어안는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 나와 다른 문화, 나와 다른 인종, 나와 다른 종교를 끌어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다양성의 사회, 다문화 사회에 살고 있다. 사회가 민주화, 글로벌화하면 다양성은 필연적이다. 이런 다양성의 사회를 살아가는 데 최고의 지혜와 덕목은 ‘포용의 기술’이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금까지 가장 잘한 일은 라이벌인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임명한 것이라는 평도 있다.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함께 존재하던 미국 사회를 순식간에 통합시킨 것이 바로 오바마의 포용의 기술이다. ‘미셸 오바마와는 포옹하고 힐러리 클린턴은 포용한다.’ 이것이 미국 대통령이 성공하는 비결이다.

    지난주 P회장과 골프를 함께했다. 이분은 골프장에 다녀오면 “사인회에 다녀왔다”고 표현한다. 처음 듣는 사람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무슨 좋은 일 있었어요?” “글쎄 젊은 여자들이 사인을 해달라고 매달리는데 어떡합니까? 사인을 안 해주면 안 보내주겠다는 겁니다. 제가 요즘 이렇게 삽니다!” 골프 끝나고 캐디가 확인 사인을 해달라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그날 내가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포옹의 기술과 포용의 기술이다”라고 주장했더니 P회장이 또 엉뚱한 얘기로 받아쳤다. “정말 일리가 있는 말이군. 오늘부터 라운드 후에 캐디에게 사인만 하지 말고 포옹을 하면 안될까?”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캐디가 한마디했다. “손님들끼리 포옹하시고, 저는 그냥 포용이나 해주세요!”

    독불장군 한 명에 카멜레온 서넛

    소신이 뚜렷하고 자신의 능력을 확신하며 할 말은 반드시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대개 ‘독불장군’ ‘뚝심형’ ‘옹고집’ ‘소신파’ 같은 별명을 갖고 있다. 반면에 자기주장을 밀어붙이기보다 주위 분위기를 살리고 다른 사람들의 기분에 맞춰 언행을 하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예스맨’ ‘카멜레온’ 소리를 듣기 쉽다. 골프를 하다보면 독불장군형도 만나고, 카멜레온형도 만난다. 어떤 유형과 라운드하는 것이 더 행복할까?

    독불장군형은 다른 사람의 말은 잘 듣지 않고 눈치를 살피는 법도 별로 없다. 대개 골프 실력이 좋다. 누군가 그날의 내기 룰을 얘기하면, 자기주장을 펴서 끝내 그 룰을 뜯어고친다. 각종 골프 룰을 외우고 있으면서 상대방의 의견을 무력화하고, 레스토랑에서는 자기 입맛에 맞게 음식을 주문하자고 주장한다. 이런 사람을 만나면 동반자들이 피곤해진다. “어이, 자네는 왜 그렇게 사소한 일에 목숨을 거는 거야?” “무슨 소리야, 이건 철학과 원칙에 관한 문제라고.” “너 학교 다닐 때 철학과목 펑크 난 거 내가 다 안다.” “어쨌든 지금 이 문제는 원칙대로 하자고.”

    카멜레온형 인간은 이와 반대로 행동하는데, 대체로 이런 경향을 보인다. 다른 환경에서는 다른 사람처럼 행동한다. 즉흥연기에 강하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잘 흉내 낸다. 싫은 사람에게도 친절하게 대한다. 상대방이 좋아할 만한 말만 골라 한다. 환경과 상황변화에 따라 자신의 행동을 쉽게 바꾼다. 이런 사람들은 변덕스럽고 소신이 없다는 비난을 받기도 하지만 환경적응력이 뛰어나고 전체 분위기를 북돋우는 장점이 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경영대학 연구팀이 조사한 결과, 직장에서 독불장군형보다 카멜레온형이 더 빨리 승진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독불장군형은 능력이 뛰어나지만 다른 사람과 마찰을 빚기 쉽고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는 약점 때문에 승진이나 출세에 지장이 있다는 것이다. 크라이슬러의 리 아이아코카, 휴렛패커드의 피오리나 등은 뛰어난 역량을 지녔지만 독불장군형 태도 때문에 모두 조직을 떠나야 했다.

    재미있는 것은 연구자들의 결론이다. 카멜레온형 인간만 모여 있으면 분위기는 좋을지 모르나 너무 분위기를 타는 나머지 성과가 안 난다는 것이다. 반면 독불장군들만 모여 있으면 화끈하게 싸우다가 곧바로 무너져 내린다고 했다. 그러니까 가장 바람직한 조직은 카멜레온형 인재와 독불장군형 인재가 적절히 섞여 있는 조직이다.

    지난주에 라운드를 하다 두 명의 독불장군이 논쟁을 화끈하게 벌였다. 처음엔 내기 룰을 갖고 입씨름하더니, 벙커 안에서 신발자국에 놓인 공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놓고 격론을 벌이고, 레스토랑에서는 맥주냐 포도주냐를 놓고 또 한바탕 소란을 일으켰다. “야, 이거 고래 두 마리 때문에 새우 두 마리 죽잖아. 제발 그만 좀 해라.” “윤형, 이거 해결하는 컨설팅 좀 해봐.” 어쨌든 그날의 결론은 이랬다. 가장 좋은 동반자 조합은 독불장군 한 명에 카멜레온 세 명이고, 그 다음은 카멜레온 네 명. 그러니까 어떤 경우든 독불장군형은 두 명이상 모이면 안 된다는 얘기다.

    氣와 運 살리는 포옹의 기술, 포용의 기술

    절대 무리하지 않고 즐기는 골프를 추구하는 김종필 전 총재.

    “나 홀인원 안 할 겁니다”

    “무엇이든 과하다 싶으면 사고가 납니다. 골프도 무리하면 사고가 나게 돼 있어요. 균형을 잘 잡고 거리보다는 방향을 잘 잡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2년 전 제주도 라온 골프장에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골프를 하면서 이분의 독특한 골프철학을 들을 수 있었다. 라운드하면서 느낀 첫 번째 놀라움은 김 전 총재의 체력이다. 80세를 넘어선 나이에도 드라이버 비거리가 180~200야드 나갔다. 그동안 10년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선배들과 라운드를 많이 해 봤지만 김 전 총재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스윙 자세는 전형적인 8자 스윙에 가까웠는데 임팩트 때 상당한 파워가 실리기 때문에 비거리가 나온다. 김 전 총재는 이것을 ‘검도타법’이라고 했다. 검도 유단자 실력을 살려 목표물을 칼로 베듯이 기를 실어서 친다. 방향도 좀처럼 페어웨이를 벗어나지 않는다. 특기할 점은 세컨드 샷을 페어웨이에 티를 꽂고 드라이버로 치는 것이다. 이렇게 두 번을 치고 나서 아이언으로 그린에 공을 올리고 정교한 퍼팅으로 파를 잡아낸다. 파4홀에서는 ‘스리 온 원 퍼팅’이 도전목표라고 했다. “나이 들어서 무리하면 사고 납니다. 우리 나이에는 스리 온 원 퍼팅 하면 좋은 성적을 내면서 골프를 즐길 수 있어요.” 팔순을 넘긴 나이에 무리해서 파온을 시도하거나 아이언으로 땅을 찍어 샷을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40년 이상 구력의 지혜가 느껴진다.

    “골프는 누구를 이기려고 하는 운동이 아닙니다. 자기 몸과 마음을 스스로 관리하면서 자연과 인생을 배우는 운동입니다. 그러니까 골프를 해보면 그 사람의 인생관이나 성격이 드러나게 돼 있어요.” 골프방송 촬영을 겸해 이뤄진 이날 라운드는 시간 제약 때문에 9홀(라온CC 스톤코스)만 진행됐다.

    국무총리 재임 당시 미국에서 당시 로저스 국무장관과 라운드하면서 5달러를 잃고, 그가 방한했을 때 재대결해서 5달러를 되찾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홀당 5000원짜리 내기를 제안했다. “나는 내기는 잘 안 합니다. 그러나 윤 교수가 도전하니까 파3에서만 합시다.” 파3에서만 내기를 하겠다는 건, 페어웨이에 티를 꽂고 치는 건 공정한 방식이 아니라는 엄정한 자기기준 때문이다. 나중에 비서에게 들어보니 김 전 총재는 꼭 파3홀에서만 내기를 하는데, 돈을 따면 캐디에게 팁으로 준다고 한다.

    이날 첫 홀은 둘 다 보기로 시작해 마지막 홀은 파로 끝났다. 김 전 총재는 보기, 보기, 파, 파를 치더니 다섯 번째 홀에서 내리막 퍼팅이 지나쳐 더블보기를 하고, 다시 보기, 보기를 하다 파, 파로 마무리했다. 파 네 개에 총 42타를 쳤다. 나는 파 6개에 보기 3개로 39타를 쳤다. 5000원이 걸린 파3홀-네 번째 홀(152m)-은 파 대 파로 비겼고, 일곱 번째 홀(141m)은 보기 대 파로 내가 이겨서 5000원을 땄다.

    氣와 運 살리는 포옹의 기술, 포용의 기술
    윤은기

    약력 : 서울과학종합대학원 총장, 경영학 박사, 한국골프칼럼 니스트협회 회장

    저서: ‘時테크’ ‘스마트 경영’ ‘윤은기의 골프마인드, 경영마인드’ 외


    “총재님, 저는 50대인데 오늘 시합에서 제가 지면 젊은 사람이 졌다고 비난받을 것이고, 제가 이기면 예의를 모른다는 비난이 나올 것 같아서 처음부터 고민이 많았습니다.” “골프는 이기거나 지는 게 목표가 아니잖아요. 그냥 다른 사람들에게는 즐겁게 쳤다고 해주세요.” 앞으로 홀인원 하시라는 덕담을 하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온다. “나 홀인원 안 할 겁니다. 홀인원 세 번 하면 꼭 죽어요. 그동안 내가 본 사람들이 모두 그랬다니까!” 나는 문득 JP의 ‘지속가능성’과 ‘2인자 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요즘 JP의 건강이 예전만 못하다는 보도가 있었다. 빨리 좋은 기운을 되찾아 함께 라운드하며 좋은 말씀을 듣고 싶다.

    골프도 경영도 정치도 강하면 부러지고 무너진다. 좋은 기와 운을 살려야 성과가 좋아진다. 사랑하는 사람은 포옹하고 나와 다른 사람은 포용하는 것이 이 시대의 성공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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