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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삶

다랑어잡이 홍석남의 30년 ‘참치 인생’

“참다랑어 활어 맛요? 안 먹어봤으면 말을 마세요”

  • 송홍근│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carrot@donga.com│

다랑어잡이 홍석남의 30년 ‘참치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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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어잡이 홍석남의 30년 ‘참치 인생’

가두리의 참다랑어는 새우 오징어 전갱이를 먹는다.

▼ 갑판원이라면….

“국제 노가다(막노동)판인 원양어선의 말단 선원이죠. 일이 무척 힘들었습니다. 한국배에서는 25명이 일하는데, 미국배에는 17명이 탔습니다. 고되기로 소문났었죠. 처음엔 배가 1t의 어획고를 기록할 때마다 1달러를 받았습니다. 1000t을 잡으면 1000달러가 되는 거죠. 처음엔 t당 1달러를 받다가 나중엔 t당 6달러를 받았습니다.”

▼ 다랑어잡이 배만 탔나요?

“다랑어 선망선만 탔어요. 뉴기니 근해에서 주로 조업했죠. 솔로몬제도 미크로네시아 뉴질랜드 그리고 날짜 변경선 근처의 키리바시에서 일했어요. 선장이 된 뒤엔 대서양의 가나 토코 나이지리아 해역에서 아프리카 흑인들이랑 참다랑어를 잡기도 했고요. 인도양만 못 가봤습니다.”

▼ 미국배를 타면서 돈은 많이 벌었나요?



“많이 못 벌었어요. 2만달러를 벌어서…. 집이 가난해서 부모 형제가 다 가난했으니까, 큰집에도 좀 주고, 돈이 남을 턱이 없었죠.”

그가 왜소한 몸으로 고단한 바닷일을 견딘 게 신기했다.

“바닷일요? 몸이 아프면 배에서 못 견뎌요. 생선을 얼릴 때 소금물에 담근다고 좀전에 말했죠. 소금 한 포대가 42kg인 거 알죠? 미국 녀석들은 힘이 좋아서 양 팔뚝에 소금포대를 하나씩 얹고 사다리를 올라가요. 갑판원은 일을 잘하면 t당 8달러까지 받을 수 있었어요. 배가 만선을 이루면 1달러, 8달러 차이가 엄청나게 벌어지죠. 그러니 체구가 작더라도 그 녀석들과 똑같이 84kg씩 들고 올라가야죠. 한 번도 아니고 한나절 내내 소금포대를 나르니 골병이 드는 겁니다. 골병 드는 것도 모르고 참으면서 일했죠. 그런데 요즘 똑똑한 친구들은 사나이 기질이 없어요. 동원산업 김재철 회장 같은 엘리트 청년은 배를 안 탑니다. 알죠? 김 회장이 원양어선 탄 거. 그분 참 대단한 사람이에요. 원양어업은 대가 끊기게 생겼습니다. 고급 인력은 이젠 배를 안 타죠. 귀한 아드님 나서 누가 바다로 보내겠어요.”

그는 한국에 돌아온 뒤 다랑어잡이 원양어선의 ‘선장’이 됐다. ‘국제 노가다판’에서 흘린 구슬땀, 비지땀이 결실을 본 것이다.

“꿈을 이뤘죠. 기관사는 체질에 맞지 않았어요. 미국배를 탄 것도 돈도 돈이지만 선장이 되고 싶어서였죠.”

▼ 다랑어잡이의 개척자라고 해도 되겠네요.

“그런 셈이죠. 아니요. 아니요.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개척자는 저보다 위 선배들이죠.”

그는 백세주 1병을 주문한 뒤 다랑어잡이의 특징과 역사를 길게 설명했다.

용감한 도전

한국은 1971년 미국 선망선 3척을 인수해 처음으로 다랑어잡이에 나섰다. 로열스타 서병규 선장(부산수산대 어로과 59학번), 웨스턴스타 주용 선장(부산수산대 어로과 63학번), 이스턴스타 노수길 선장(부산수산대 어로과 66학번)이 다랑어잡이의 개척자다.

그들은 용감했으나 무모했다. 콜롬비아 해역에서 웨스턴스타가 전복했고(1974년) 로얄스타는 대서양을 건너다가 침몰했다(1975년). 이스턴스타만 살아 남았는데, 이 선망선이 우여곡절 끝에 서태평양의 미크로네시아어장에 출어한 때가 1978년.

그는 부산수산대 어업학과 76학번으로 개척자 3명의 새까만 대학 후배다.

“다랑어 선망선에서 제일 많이 쓰는 게 쌍안경입니다. 쌍안경으로 새떼가 보이는 거리가 12마일(약 19.2㎞)이에요. 새떼가 있으면 그 아래 다랑어떼가 있죠. 수평선에 새떼가 나타나고 그쪽으로 4마일쯤 배를 몰면 수평선이 하얗게 일어납니다. 다랑어떼죠. 버드 파인딩(bird finding) 레이더라는 것도 있어요. 이 녀석은 굉장히 센서티브해서 18마일 떨어진 곳에 새가 두 마리 날고 있어도 포착합니다. 망원경보다 다랑어떼를 먼저 찾죠. 우리는 헬리콥터로 다랑어떼를 추적했습니다.”

선망은 유영하는 다랑어떼를 찾아서 아주 큰 어망으로 포위해 잡는 어법이다.

“본선 1척과 투망할 때 어망의 한쪽 끝을 잡는 1척의 스키프, 어군을 모는 스피드보트 3~4척, 워킹보트 1~2척, 헬리콥터 1대를 투입합니다. 초기엔 돌고래를 이용해 다랑어를 몰았다고 합니다. 혹시 ‘추바스코(Chubasco)’라고 1960년대 영화 본 적 있어요? 영화로 제작될 만큼 선망어업은 다이내믹하고 익사이팅해요.”

▼ 어군을 먼저 찾으려는 경쟁이 치열하겠습니다.

“싸움도 일어나죠. 고기가 가라앉았다가 수면 쪽으로 떠오를 때 투망해야 합니다. 그게 선장의 노하우죠. 어군을 조심스럽게 몰아가고 있는데 일본배가 느닷없이 나타나 대각선으로 들어오면서 투망을 해버린 적이 있어요. 비키지 않으면 너희들이 어쩔 거냐는 투였죠. 배짱 대 배짱으로 버텼어요. 투망은 시작하면 정지하지 못 해요. 일본놈들이 고함치고 난리가 났죠. 결국 일본배의 어망이 우리 배를 둘러쌌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배가 밖으로 나가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놈들 그물 다 찢으면서 나가버렸죠. 얼마나 통괘하던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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