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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한반도 전쟁소설

2014

12장 대한민국 연방 (마지막 회)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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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이 한민족의 저력을 이제야 맛보게 될 것이다.”

상황실을 나와 복도 앞쪽 화장실로 들어선 이동일에게 안성욱 하사가 다가와 옆에 나란히 섰다.

“중대장님, 어떻게 될까요?”

무전병으로 이곳까지 따라온 안성욱은 전투 때보다도 기가 죽어 있었다. 이동일이 심호흡을 하고나서 말했다.

“난 죽을 각오를 하고 있어.”



거울 앞에 선 이동일이 손을 씻으면서 저를 향해 웃었다.

“그러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 하지만.”

고급 티슈를 뽑아 손의 물기를 닦으면서 이동일이 말을 잇는다.

“넌 살아 돌아가도록 내가 최선을 다할 테다. 그래야 우리 이야기가 기록에라도 남을 것 아니냐?”

이곳 위치는 알 수 없었지만 평양특별시에서 벗어난 외곽 지역이다. 3면이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인 골짜기 안쪽에서 깊숙이 산을 파고 들어간 동굴은 시멘트 벙커보다 더 견고하게 보였다. 주석궁 벙커보다 규모는 훨씬 작지만 친위대 병력에 의해 3중 방어막과 온갖 시설이 다 갖춰졌다. 왼쪽 복도 끝 계단을 오르면 터널 끝 쪽으로 앞쪽 산이 보인다. 포성이 은근하게 들리는 것이 평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였다. 화장실 안에는 둘뿐이었지만 안성욱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전쟁터에 있는 것이 차라리 낫겠습니다. 이곳은 숨이 막힙니다.”

“그럼 새 공기를 마시러 가자.”

하고 이동일이 안성욱의 어깨를 손바닥으로 툭 쳤다.

“하사, 니 군기 좀 잡아야겠다.”

“죄송합니다, 중대장님.”

화장실을 나온 둘은 붉은색 양탄자가 깔린 복도를 걸어 왼쪽 끝 시멘트 계단을 오른다. 모두 48계단으로 12계단마다 네 발짝 폭의 평지가 나온다. 둘은 단숨에 48계단을 오른 다음 통로 앞쪽을 보았다. 이곳은 둥근 터널이다. 50m쯤 앞에 나무로 가려진 입구가 있다. 이윽고 차가운 새벽 공기가 흡입되었으므로 이동일은 심호흡을 했다. 터널 좌우에 서 있던 친위군 하사관들이 그러는 이동일을 보더니 슬쩍 웃는다.

2014년 8월6일 05시15분.

오산 한미연합사 상황실 벙커에서 갑자기 탄성이 터져 나온다. 상황 스크린을 보고 있던 한미 양국군 지휘관들이다.

“빌어먹을.”

장군 하나는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돌렸고 또 다른 장군은 구둣발을 구른다. 그것은 용성 주위에 포진하고 있던 중국군들이 일제히 움직였기 때문이다. 공격을 한 것이다. 이쪽 참모 대부분도 그렇게 예상은 했다. 후성궈를 포함한 참모 15인을 살리려고 철수하지는 않을 것이었다. 그러나 제한시간인 2시간도 안 되어서, 그리고 협상해보겠다는 시늉도 않고 이렇게 공격해오다니. 전시라도 인간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행위는 경멸받는다. 공격 장면을 본 연합사 장군들의 심정은 다 똑같았다.

“개새끼들.”

폭음과 함께 천장의 시멘트 가루가 떨어져 내렸으므로 차금성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폭음은 더 격렬해졌고 이제는 벙커 전체가 흔들렸다. 1㎞도 안 되는 거리에서 정확한 좌표를 입력해 놓고 발사되는 포탄이다. 지금 떨어지는 포탄은 미사일이다. 배겨날 수 없다. 차금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앞쪽 벽에 나란히 앉은 후성궈와 참모들을 보았다. 이곳은 후성궈가 지휘하던 사령부 상황실 그대로다. 주인이 포로 신분으로 바뀌어 있을 뿐이다. 후성궈와 양훙은 차분했지만 이미 긴장으로 굳어진 표정이다. 후성궈 뒤쪽 벙커의 시멘트벽이 갈라져서 10㎝ 정도의 검은 틈이 벌어져 있다. 양훙의 어깨에 시멘트 가루가 쌓여 있다. 그러나 나머지 참모들의 태도는 각양각색이다. 죽음이 임박한 것을 깨달은 몇 명은 눈물을 흘렸으며 몇 명은 벙커가 무너질 것에 대비해서 몸을 웅크리고 있다. 그때 참모 하병준 중좌가 소리쳤다.

“여단장 동지! 이름을 남기십시오!”

하병준의 손에는 켜진 휴대전화가 들려져서 차금성을 향하고 있다. 마지막 방송을 하라는 뜻이다. 그러자 차금성이 뿌연 시멘트 가루를 뒤집어쓴 채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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