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호

“연 1조원 이상 부대수익…흑자 기틀 만들 터”

한국도로공사 장석효 사장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입력2011-09-21 10: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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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사고 원인 과적차량 고속도로서 완전 퇴출
    • “졸음운전 막기 위해 15㎞마다 간이휴게소 만든다”
    • 정원 조정 등 자구노력 통해 20년간 21조원 감축
    • “2020년까지 해외도로사업 수주 100억달러까지 늘린다”
    • 전광판 광고사업 시작, 휴게소를 레저 쇼핑의 중심지로…
    • “고속도로 중앙분리대, 폐도에 태양광 발전시설 갖춘다”
    “연 1조원 이상 부대수익…흑자 기틀 만들 터”
    도로는 인류의 문명과 같은 궤적을 그리며 명멸해왔다. 로마제국도 세계로 뻗은 제국 도로의 건설과 흥망성쇠를 같이했다. 조선시대에는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여덟 대로(大路)가 전국으로 뻗어 있었다. 영남대로는 지금의 경부고속도로로 영남의 선비들이 한양으로 과거 보러 가던 길이자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호남대로는 고산자 김정호가 제주도로 유배를 떠났던 바로 그 길로 지금으로 치면 호남고속도로다. 조선 왕실은 외침의 통로로 이용되기도 했던 이 길의 각 길목에 역원(驛院)을 두고 직접 관리했다. 역은 말을 갈아타던 곳이고 원은 숙박시설이 있던 곳으로 현재의 조치원, 장호원 같은 지명에서 그 유래를 엿볼 수 있다.

    그래서 도로는 국가의 혈관에 비유된다. ‘민족의 대동맥’이라는 표현도 그 때문에 나왔다. 혈관이 막히고 염증이 생기면 인체에 큰 병이 생기듯, 도로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고 안전하지 않으면 국가의 존망을 위협하게 된다. 헌법상 보장된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고 물류 마비로 국가경제가 큰 타격을 받는다. 그래서 아직도 많은 나라에서는 국가의 대동맥인 고속도로를 나라 예산으로 직접 관리한다. 우리 정부는 국가 고속도로의 건설과 관리 유지 임무를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에 일임하고 있다. 1970년 7월7일 경부고속도로 개통과 동시에 창립한 도로공사는 이제 불혹(不惑)의 나이하고도 한 살을 더 먹었다.

    “빠른 길 안전하고 쾌적하게”

    ‘세상일에 더 이상 미혹하지 않는’ 나이를 넘어선 도로공사호(號)는 6월16일 장석효(張錫孝·64) 전 서울시 제2행정부시장을 새 선장으로 맞았다. 9월26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는 장 사장을 한가위 명절 ‘민족의 대이동’이 막 끝난 9월1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의 도로공사 본사 사장실에서 만났다. 그는 최악의 교통대란이 예상됐던 추석 연휴가 큰 탈 없이 잘 마무리된 것에 안도하며 직원들을 치하했다.

    “추석 연휴가 짧아 차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탓에 임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껏 쌓아온 고속도로 관리유지 노하우가 명절 때마다 빛을 발하는 것 같네요. 우리가 마련한 추석 특송 대책이 큰 힘을 발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한가위 명절 연휴 5일 동안 전국적으로 고속도로를 이용한 차량은 하루 평균 376만대로 전년보다 6.5% 증가했다. 하지만 TV, 라디오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트위터, 휴대전화 문자, 인터넷, 콜센터, 도로전광표지 등을 이용한 도로공사의 실시간 교통정보 덕분에 정체나 안전사고는 과거에 비해 훨씬 줄었다. 도로공사 임직원들은 한가위 기간에 귀성대책을 짜고 정체 관리와 안내방송을 하느라 민족 최대의 명절에도 비상근무를 했다. 장 사장은 이를 “직업적 숙명”이라고 표현했다.

    1974년 기술고시를 통해 공직생활을 시작한 장 사장은 이후 서울시에서 31년을 보내는 동안 도시계획과장, 도로국장, 지하철건설본부장, 건설안전관리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도로 건설 및 유지 관리 관련 업무에 종사해온 ‘도로 전문가’다. 그는 취임식에서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며 “빠른 길 안전하고 쾌적하게”를 기치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고속도로를 튼튼하게 건설하고 관리해 국가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의 편익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책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제2행정부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을 진두지휘하며 거의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한 그는 이후부터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었다. 계획한 건 반드시 이루고 정확하게 일을 마무리하는 성격 때문이었다. ‘빠른 길 안전하고 쾌적하게’라는 슬로건은 이런 이력에서 나온 것이다.

    “원칙적인 이야기죠. 건축에서도 설계와 터파기, 골조 쌓기를 잘해야 건물이 튼튼하지 않나요. 기본부터 충실히 하자는 겁니다. 그래서 그 토대를 밟고 세계로 나가자는 것이지요. 고속도로는 그 단어의 뜻처럼 빠르게 달릴 수 있어야 합니다. 고속도로를 최상의 상태로 유지해 막힘이 없어야 해요. 교통정보는 IT 강국의 기대치에 맞춰야 하고요. 톨게이트, 휴게소와 같이 이용자가 직접 대면하는 곳은 쾌적해야 합니다. 주변 환경도 보기 좋으면 좋죠. 빠르고 쾌적한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게 안전입니다. 보기만 좋으면 뭐합니까. 교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도로를 비롯한 각종 시설물을 자연재해에 대비해 항상 안전하게 건설하고 관리 유지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얘기죠.”

    과적차량에 철퇴 내릴 터

    장 사장은 취임 후 고속도로 안전과 부채경감, 해외도로 건설촉진 등 3가지를 주요 역점사업으로 정하고, 이미 3개의 태스크포스(TF)팀까지 꾸렸다. 취임 후 90여 일이 갓 지났지만 이미 그는 도로공사 업무 전반에 대한 파악을 끝낸 것은 물론, 조직의 재정비도 마무리했다. 역점 사업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자료도 보지 않고 막힘없이 말을 쏟아냈다. 외워도 이만한 달변이 가능할까. ‘불도저’와 함께 ‘워커홀릭(일벌레)’이라는 또 다른 별명이 새삼 떠올랐다.

    ▼ 취임 4개월도 안 됐는데 역점 사업과 관련해 TF팀까지 꾸렸다니 놀랍습니다.

    “취임 전 몇 주 동안 구상을 했지요. 어차피 해야 할 것이라면 자리나 차지하고 갔다는 얘긴 듣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이 그 세 가지입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과제이고요. 아시다시피 여기가 부채가 많아요. 빚을 줄여야 합니다. 빚을 줄이는 큰 방법 중 하나로 해외도로 건설 쪽에 우리 건설업체를 데리고 나가면 누이 좋고 매부 좋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이제 TF팀도 꾸려졌으니 열심히 해야죠. 그렇다고 이 모두를 제가 이 자리에 있는 동안 다 해결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최소한 기반이라도 닦아놓고 가면 뒤에 사람이 와서 완성하겠죠. 다만 안전문제는 제가 있을 때 확실하게 해결할 작정입니다.”

    ▼ 안전점검과 관련해 현장을 직접 나가신다고 들었습니다.

    “현장을 가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야 실질적인 문제점도 알고 개선책을 만들 수 있죠. 어떤 식으로 점검을 하는지, 또 어떤 방법으로 보수를 하는지 직접 가 보면 느낌이 달라지지요. 사장이 간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도 현장을 알아야 실질적인 대책을 짤 수 있습니다.”

    장 사장의 이런 안전 최우선주의는 그의 이력과 무관치 않다. 도로의 건설, 유지 관리와 관련해 요직을 두루 거친 그는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 붕괴 당시 담당 공무원으로 사고 수습과 복구를 총 지휘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사고 현장에 있었죠. 이후 총체적인 구조물 안전에 대한 대책도 세웠고, 관련된 일을 많이 했습니다. 국가적으로도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컸고요. 그런데 20년이 흐르면서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다시 생긴 것 같아요. 그냥 놓아두면 옛날처럼 큰 사건이 터질 수도 있다는 불안함이 큽니다. 도로공사가 관할하는 고속도로는 총 3700㎞에 달합니다. 하루 375만대의 차량이 오가고요. 교량은 7800여 개, 터널이 600여 개가 있습니다. 형식적인 점검과 관리가 아닌 실질적이고 철저한 점검과 관리가 필요합니다. 꼭 그렇게 될 겁니다.”

    장 사장의 지시에 따라 도로공사는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사다리차를 이용해 교량에 대한 구조물 안전진단을 실시하고 노후교량을 개량하는 것과 함께 내진(耐震) 강도를 높이기로 한 것. 터널 내에 자동감지시스템을 도입하는 한편 조명 등 방재시설을 점검하고 보완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키로 했다. 장 사장은 특히 과적차량 단속을 강조했다.

    “성수대교 붕괴사고 때도 과적차량이 문제였죠. 40t의 과적차량 한 대가 지나가면 승용차 5만3000대가 동시에 지나가는 것과 같은 파괴효과가 있습니다. 도로 유지관리비가 그만큼 많이 드는 거죠. 과적차량만 다니지 않으면 고속도로는 유지관리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고속도로에 과적차량이 절대 못 다니게 할 것입니다.”

    졸음운전 막는 특단대책 있다

    ▼ 시설물이 안전하다고 교통사고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고속도로는 물건 하나가 떨어져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죠. 도로 포장이 조금만 패어도 안 됩니다. 적재불량 차량에 대한 단속을 강화해 도로 파손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여건을 사전에 차단하고 한편으로 이미 떨어진 낙하물은 신속하게 제거해야 하지요. 사실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대부분은 졸음운전 때문에 발생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통계를 보면 최근 3년간 일어난 고속도로 교통사고의 62%가 졸음운전 때문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그 외에 과속과 기타로 나눠지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과속과 기타 부분도 근본원인은 졸음운전이라고 봐요. 그래서 졸음운전을 뿌리 뽑을 수 있는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했어요.”

    “연 1조원 이상 부대수익…흑자 기틀 만들 터”

    국내 최장 터널인 인제터널 공사현장 점검에 나선 장석효 사장.

    ▼ 생리적 현상인 졸음운전을 어떻게 막겠다는 말씀인지….

    “고속도로를 운전하다 졸리면 휴게소까지 가야 하는데 그 사이에 사고가 나죠. 현재 휴게소의 표준 간격은 27㎞인데, 최대 50㎞까지 벌어진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 사이에 잠깐 눈 붙이고 용변만 보고 갈 수 있는 간이 휴게소를 평균 15㎞마다 설치할 예정입니다. 올해부터 시작해 전체 고속도로에 164개소를 설치할 계획인데, 제 임기 중에 모두 만들 예정입니다. 그러면 교통사고를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최근 3년간 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400여 명이 넘고 올 7월 말까지만 해도 모두 141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졸음, 용변 등 운전자의 생리적 욕구만을 만족시키는 휴식공간을 도로 본선에서 시설녹지대로 분리해 설치키로 했다. 이곳에는 10~15대의 차량이 설 수 있는 주차장과 화장실, 파고라, 안내표지, 가로등, 방범용 CCTV를 설치할 예정. 판매시설은 만들지 않는다. 올해 말까지 졸음 및 갓길사고 발생이 특히 우려되는 15개 지점에 간이 휴식공간을 마련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3년까지 164개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 매년 지적되는 내용이지만 부채가 많습니다.

    “국민 모두가 걱정하는 것이지요. 2010년 말 현재 도로공사의 누적 부채는 23조원으로 공기업 중에 세 번째 규모입니다. 국가가 직접 관리했다면 이 모두가 국민의 부담이 되었겠죠. 지금 도로공사의 지출 중 절반은 통행료 수입으로 감당하고 나머지는 빌려서 쓰고 있습니다. 휴게소 운영 수입은 1200억원 수준밖에 안 됩니다. 유지관리비를 빼고 나면 이자도 다 못 갚는 현상이 지속됐어요. 올해도 2000억원이 모자랍니다. 그런데 이걸 누가 갚습니까. 예전의 것은 이야기할 필요도 없어요. 결국 도로공사가 갚아나가야 합니다. 바로 다 갚을 순 없지만 허리띠를 졸라매고 부대수익 사업을 열심히 하면 적어도 매년 1조원씩은 줄일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도로공사는 현재의 추세대로 그냥 두면 2020년 부채가 5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매년 1조원 이상 적자를 줄이면 2020년에 가서 통행료 수입만으로 유지관리비와 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게 장 사장의 계산이다. 2020년까지 21조3000억원 이상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눈 번쩍 뜨이는 수익사업 계획들

    ▼ 부채를 줄일 수 있는 구체적인 계획은 뭡니까.

    “자구노력부터 해야 합니다. 국민을 이해시켜야죠. 가슴 아프지만 먼저 인력을 감축할 예정입니다. 인력을 더 뽑지 않는 자연감소가 아니라 군살을 빼겠다는 얘기입니다. 원가도 절감하고 자회사도 매각하고. 가능하다면 도로 유지관리 비용도 줄일 계획입니다. 국민경제나 물가를 감안한다는 전제하에서 통행료도 현실화할 생각입니다. 고속도로 신설도 불요불급한 곳을 빼고는 조금씩 줄일 생각입니다. 그러면 현재 부채에 대한 이자는 갚을 수 있는 단계가 될 겁니다.”

    이에 따라 도로공사는 2012년까지 정원을 507명 감축하고 도로운영비 증가율을 8%에서 4%대로 억제하는 한편 휴게소 임대제도 개선, 유휴자산매각 등 자구노력을 통해 8조8000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여기에 통행료 현실화를 통해 7조9000억원, 신규 고속도로 건설 투자규모를 조정해 4조6000억원을 감축한다는 계획. 이렇게 하면 2020년까지 21조3000억원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 사장의 판단이다.

    ▼ 21조원 이상을 줄인다 해도 부채 원금은 그대로 남습니다. 이런 자구책 외에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해야 원금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맞습니다. 부대사업을 해서 돈을 더 벌어야 원금도 갚을 수 있죠. 그래서 우선 광고 사업에 뛰어들 생각입니다. 도로공사 관할 고속도로에 모두 811개의 교통안내 전광판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휴게소 광장부 광고탑, 갓길 야립 간판 등도 있지요. 이를 ‘동아일보’ 뉴스 전광판처럼 멋있게 바꿔서, 교통정보도 입체적으로 보여주면서 광고도 실어주자는 겁니다. 전광판을 추가로 설치해 1000개 정도를 만들면 1년에 전광판 하나당 최소 5억원씩 5000억원의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매년 1조원 이상 부대 수익을 내야 2020년까지 얼추 원금도 다 갚을 수 있습니다. 다른 대안은 없습니까.

    “현재 시골 구멍가게 수준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레저와 쇼핑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첨단복합 레저쇼핑타운으로 개발할 계획입니다. 지금 고속도로에는 169개의 휴게소가 있는데요. 지금은 용변이나 보고 몇 천원짜리 음식물을 사 먹는 공간일 따름이죠. 여기에 일류 브랜드의 상품과 일류 유통업체를 넣을 생각입니다. 시설을 획기적으로 개량하고 스파와 호텔 시설도 만들 생각입니다. 일류 호텔, 백화점 수준으로 휴게소를 한 단계 끌어올릴 겁니다. 수려한 경관을 감상하고 골프도 치면서 수준 높은 쇼핑도 하는 공간, 잠깐 머물다 가는 공간이 아니라 그곳 자체가 관광명소, 쇼핑명소가 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거죠. 앞으로 특정 휴게소를 가기 위해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생길 겁니다. 그러면 그곳에서 많은 부대수익이 발생할 겁니다.”

    ▼ 고속도로와 그 주변을 태양광발전소로 만든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모두를 그러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여건이 되는 곳에는 태양광 발전시설을 부착하겠다는 겁니다. 지금 고속도로의 중앙분리대와 방음벽은 발전 셀만 붙이면 훌륭한 발전시설이 될 수 있습니다. 가능한 모든 곳을 검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거기다 도로공사 관할 고속도로 중에는 지금은 쓰지 않는 폐도가 꽤 있어요. 휴게소 주변에도 유휴지가 많죠. 이런 곳에 모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면 거기에서도 수익금이 발생할 겁니다. 신성장동력인 녹색에너지도 생산하고 부대수익도 얻고 일석이조죠.”

    “도로 수출해 건설업체 살리겠다”

    장 사장은 토목건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답게 또 다른 수익사업의 하나로 해외건설 촉진 방안을 들고 나왔다. “2020년까지 도로공사의 해외도로사업 수주금액을 100억달러까지 늘리겠다”는 것. 부채도 갚고 현재 고전을 면치 못하는 건설업계에 활력소를 제공하겠다는 게 그의 복안이다.

    “우리 건설업은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갖췄는데도 주택에만 매달리다 수요가 바닥나면서 지금 고사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살아날 방법은 해외로 나가는 것밖에 없어요. 이제 단순도급형 해외진출은 안 됩니다. 중국이 있기 때문이죠. 입찰에서도 떨어질 가능성이 높고 낙찰됐다 해도 손해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는 우리의 돈으로 펀드를 만들어서 우리 기술력으로 승부를 내야 합니다. 도로만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유지 관리까지 해줘야 합니다. 그러면 거기에서 계속 유지관리비가 나와요. 이제 이런 식의 투자형 개발사업으로 가야 합니다. 그래야 마진이 커집니다. 도로공사는 이미 거기에 맞는 기술력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죠. 이미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TF팀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건설업체는 공사대금을 받아서 좋고 우리에겐 항구적인 수익원이 창출되어서 좋고 이것도 일석이조죠.”

    도로공사는 해외도로사업의 수주경쟁력을 올리기 위해 ‘해외수주 지원센터’를 운영해 각 건설사에 해외도로의 발주정보 등을 지원하는 한편 해외 발주기관관계자를 초청하는 기술연수사업을 확대할 작정이다. 중남미,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의 도로사업을 유치하기 위해 국제 원조기구에 직원들을 파견해 도로사업과 관련한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직접 사업 개발에 대한 논의도 벌이고 있다. “철저한 교육으로 해외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장 사장의 다짐 속에서 해외도로 사업 유치에 대한 의지가 바로 느껴졌다.

    ▼ 사장님 말씀을 들으면 금방이라도 부채가 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부채가 바로 준다는 얘기는 아니고요. 이런 시스템이 선순환되려면 최소한 1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광고 수익과 해외수주, 간이휴게소 설치와 관련해 3개의 TF팀을 운영 중인데 직원들에게 얘기합니다. 관련 전문가의 이야기를 듣되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실질적인 전문가를 모셔 와라. 퇴역이 아니라 현역으로 현장에서 뛰고 있는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라고 말합니다. 현장에서 뛰는 사람에겐 노하우도 있지만 항상 새로운 생각이 넘칩니다.”

    ▼ 아픈 이야기지만 도로공사가 지난해 공기업 청렴도 평가에서 그렇게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깨끗한 조직문화를 만들어야죠. 많은 이야기할 필요 없이 저는 ‘나부터 잘하자’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임직원들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는 거지요. 윗물이 맑아지면 그 물이 어디로 가겠습니까. 그 물이 아래로 흘러가면 다 해결될 거라고 봐요. 지금까지는 탁수에서 살았지만 이젠 맑은 물에서 살 수 있을 겁니다.”

    장 사장은 서울시 재직 시절부터 철저한 ‘성과주의자’ 또는 ‘솔선수범형 리더’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는 도로공사 사장으로 취임한 후 회의 방식을 직원 참여형으로 바꾸고 모바일 임원 소통방을 개설해 직원들의 불만을 듣고 있다. 투명한 승진문화 정착도 약속했다. 2013년 경북 김천으로 본사가 이전하는 도로공사호는 지금 새로운 선장과 함께 또 다른 신대륙 개척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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