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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외교안보 전문가’ 백승주 의원 北·美 회담 정밀분석

“희망과 현실 구분 못한 ‘文 보증외교’ 대실패”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인터뷰] ‘외교안보 전문가’ 백승주 의원 北·美 회담 정밀분석

  • ● 美에는 ‘비핵화’, 北에는 ‘제재 완화’ 보증
    ● 30분 전까지 결렬 몰랐던 靑…“참모들 뭐 했나”
    ● 한미훈련 중단? 독선적 트럼프, 냅다 받은 국방부 모두 문제
    ● 북핵은 남북이 당사자, 신랑이 하객 행세해서야…
    ● 정세현의 ‘볼턴 비하’, 누구 위한 발언인지 뻔하다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북미(北美)는 서로 다른 기대치로 인한 충돌과 좌절을, 우리는 양측에 잘 될 거라는 보증 섰다가 ‘보증외교의 대실패’를 겪었다.” 

백승주 자유한국당 의원은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을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을, 북한은 ‘비핵화 진정성’이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은 이번 회담의 성과로 분석했다. 

백 의원은 한국국방연구원(KIDA) 안보전략연구센터장과 국방부 차관을 지낸 국방·외교 전문가로, 콜린 파월 전 국무부장관 등 미국 조야(朝野) 인사들과 중국, 일본의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국제정세 분석에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공사는 자신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 2007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한반도 관련 워크숍에서 백 의원(당시 연구원)과 만난 일을 실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3월 6일 오후 국회 의원실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 북·미 하노이 핵담판이 ‘노딜’로 끝났다. 

“기대 수준에 따라 다양하게 평가할 수 있겠지만, 국제사회와 회담 당사국이 봤을 때는 완전한 외교적 실패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성의 있는 태도와 구체적인 핵폐기 계획을 기대했지만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 그림’을 가지고 나오지 않았다. 영변 핵시설 폐기 정도의 조치를 취하면 미국을 만족시킬 것이고, 오매불망 기대하던 완전한 제재 해제를 이끌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대에 대한 이해 정도와 기대 수준이 달랐다.” 

- 문재인 대통령은 2차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와 북한 내 미국 연락사무소 설치가 논의됐고, 대북 경제 제재 해제가 논의된 것은 큰 진전’이라며 회담은 실패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런 ‘안경’을 쓰고 사안을 바라보면 그렇게 말할 수 있겠지만, 국제사회와 국민이 얼마나 공감할지는 의문이다. 회담 결과와 각국의 정보를 종합해보면, 오히려 대한민국 정부는 ‘보증외교의 대실패’를 경험했다는 게 정확한 평가다.” 

- 보증외교? 

“그동안 문 대통령과 우리 정부가 한 말과 행동을 살펴보라. 북한에는 그 정도(영변 핵시설 폐기)면 미국이 제재를 완화하고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 경제협력(경협)을 추진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줬고, 미국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비핵화를 할 거라는, 이른바 ‘비핵화 진정성’을 강조하며 양국에 ‘보증’을 섰다.”




美 완전한 북핵 폐기 의지

문재인 대통령이 3월 4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더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3월 4일 청와대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중재안을 마련하기 전에 더 급선무는 미국과 북한 모두 대화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북·미 회담을 너무 희망적으로 봤기 때문일까. 

“일반인도 보증을 설 때는 냉철하게 분석하고, 보증 내용과 피보증인의 개인적 특성 등을 면밀히 따져본다. 그렇게 해도 보증을 잘못 서 낭패를 보거나 패가망신하는데, 엄중한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냉철하게 직시하지 못하고 ‘위시풀 싱킹(wishful thingking·희망적 사고)’을 하면서 보증을 서다 보니 결국 망한 거다.” 

- 결과적으로 미국은 ‘한국의 보증’을 믿지 않았다. 

“그렇다. 보증외교가 실패로 끝났는데도 문 대통령은 (3월 4일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에서) ‘영변 핵시설이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미국은 어떤가. ‘북한이 영변 외 지역에 숨겨둔 핵시설까지 폐기해야 한다’고 한다. 영변 핵시설 폐기를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보지 않는다. 보증을 잘못 서서 망했는데 냉철하게 분석하지 않으면 또다시 잘못된 보증을 서게 된다. 

특히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선 남북은 신랑신부이지 하객(賀客)이 아니다. 북한은 당분간 ‘워싱턴 직행노선’이 끊겼으니 서울을 경유하려고 할 거다. 우리는 주도적 입장에서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모든 핵 폐기를 요구하고 설득해야 한다. 결혼 전에 요구할 것과 정리할 것을 다 끝내야 남북이 잘살 수 있다. 주례나 하객, 배우자에게 좋은 소리는 그만하고, 결혼 당사자로서 비핵화 문제에 적극 나서야 한다. 희망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냉철하게 따져봐야 한다.” 

- 성과는 전혀 없었다고 보나.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진정한 성과는 미국이 북한의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핵에 대한 완전한 폐기를 요구한 걸 확인했다는 점이다. 돌이켜보면 회담 직전까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안전만 생각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폐기와 대북제재 일부 해제를 교환하는 식의 ‘스몰딜(부분 합의)’을 할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기질과 미국 민주당의 하원 장악, 국내 경제지표 악화, 멕시코 국경 장벽 논란 등 자국 문제로 인해 어떻게든 비핵화 합의안에 서명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런데 회담이 시작되자 북한의 과거 핵(영변 핵시설), 미래 핵(북한이 숨겨둔 핵시설)에 대한 완전한 해체를, 더 나아가 대량살상무기(WMD)와 생화학무기 폐기를 요구했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에 대해 성실한 의지가 없었고,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걸 국제사회가 알게 됐다. 회담 결과를 떠나 이런 점을 확인한 것은 안보 차원에선 긍정적 요소다. 미국과 북한의 생각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점에선 말이다.” 

- 트럼프 대통령은 ‘핵담판’ 직후 기자회견에서 ‘합의는 결렬됐지만 한미연합훈련을 하지 않겠다’는 ‘폭탄 발언’을 했다. 실제 며칠 뒤 키리졸브(KR)·독수리훈련(FE) ‘종료’ 발표에 이어 가을로 예정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도 폐지가 확정되면서 그의 발언은 현실이 됐다. 북한이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을 복구하고, 산음동 미사일 연구단지에서 물자 이동 정황이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적 태도는 분명 잘못됐다. 지난해 6월 1차 싱가포르 회담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한미연합훈련 중단 카드를 내밀었다. ‘깜짝 발표’였다. 핵 문제에 대해선 비핵화 의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지만, 한미동맹의 가치를 생각하면 연합훈련 중단은 조급한 결정이었다. ‘훈련비용 문제’를 이유로 연합훈련 중단을 선언했지만, 한미동맹은 돈만으로 설명되는 건 아니다. 동맹군은 분명 용병(傭兵)과 다르고, 동맹은 서로 관리해야 한다.” 

- 동맹을 관리한다?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동맹에도 생로병사(生老病死)가 있다. 세력균형이론 전문가인 케네스 월츠 박사는 동맹도 관리하지 않으면 사람처럼 병들고 죽기 때문에 건강하게 관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요즘 한미동맹은 건강한 동맹일까, 쇠퇴하는 동맹일까. 특히 분단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주변국의 국력 격차가 큰 상황에서 대한민국 생존을 위해서라도 잘 가꿔야 한다. 그런데 미국은 연합훈련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우리 청와대는 하노이 회담 결렬 30분 전까지도 문 대통령의 ‘합의문 서명식 TV 시청 예정’ 사실을 알렸다. 이건 동맹국에서 일어날 상황이 아니다.”


“한미연합훈련 때문에 核개발했나”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 한미 양국은 연합훈련 중단 및 축소 이유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고 했다(정경두 국방장관과 패트릭 섀너핸 미국 국방장관 대행이 3월 2일 45분간 전화통화를 했고, 다음 날 국방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한미연합 연습과 훈련을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때문에 핵개발에 나섰나. 1992년에 (한미연합훈련으로 ‘키리졸브’ 훈련 전신인)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했을 때 북한은 어떻게 행동했나.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핵사찰을 받는 조건으로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했는데 여전히 핵개발 의혹이 불거져 다음 해 재개했다. 우리는 연합훈련을 중단했지만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한 거다. 연합훈련은 한반도 유사시 미국을 포함한 다국적군이 한반도에서 전개하는 굉장히 중요한 훈련인데, 국방장관이 전화로 사실상 훈련 종료 선언을 한다는 게 말이 되나.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주의’도 문제이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연합훈련을 중단한 국방부 장관도 문제다. 이런 문제는 전화로 결정할 게 아니라 직접 만나 훈련 중단에 따른 문제점과 안보 공백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 국회 국방위 야당 간사로서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해 알고 있었나.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후 국방부에 물었더니 ‘한미연합훈련 중단 합의가 오래전에 이뤄졌다’고 하던데, 국회 국방위원장과 위원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한미연합훈련 종료) 합의를 해놓고도 국민을 기만한 거 아닌가. 이 문제는 조만간 국회 차원에서 따져볼 생각이다. 올해는 그렇다고 해도, 내년에는 더 큰 규모로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하는 게 북한의 오판을 막고 한반도 비핵화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 

-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지난해 9·19 군사합의에 따른 군사분계선(MDL) 일대 GP(감시초소) 병력·화기 철수 등에 이어 한미연합훈련 중단·축소로 안보 공백 우려도 커지고 있다. 


“9·19 군사합의(2018년 11월 1일 시행)로 GP뿐 아니라 MDL 5km 내 포병 사격훈련 및 야외 기동훈련도 중지했고,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해 우리 유·무인기의 날개를 묶어놓았다. 문제는 9·19 군사합의는 북한에 빌미를 준 합의라는 점이다. 북한은 사사건건 군사합의서 1조 1항(쌍방은 대규모 군사훈련 및 무력증강 문제 등에 대해 남북군사공동위를 가동해 협의해나가기로 했다)을 물고 늘어진다. 이런 합의서에 사인을 하는 게 말이 되나. ‘대규모 군사훈련’ ‘무력증강’ 범위는 어디까진가. 우리는 ‘방위력 증강’으로 표현하는데 굳이 북한식 용어(무력증강)를 쓰면서 모호하게 합의해놓으니 우리가 통상적·방어적 차원의 훈련을 벌여도 북한이 ‘훈련 규모가 크다’고 주장하면 반강제적으로 협의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9·19 남북 군사합의서의 문제

협의도 그렇다. 양측 차관급이 맡는 군사공동위에서 어떻게 이런 문제를 협의하나. 자국의 안보 문제, 방위력 증강 문제를 남의 나라에 물어보고 결정하는 나라가 어디 있나. 키리졸브 훈련을 완전 축소해 한미지휘소연습(CPX)을 하는데도 북한은 ‘정면도전’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북한은 9·19 군사합의 준수를 강조하지만 정작 자신들이 불리한 것은 지키지 않는다.” 

- 어떤 경우인가.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를 합의해놓고도 북한은 JSA를 총괄할 공동관리기구 구성에서 미군이 주축인 유엔사를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니 진행이 안 된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말부터 자유왕래한다고 하더니 감감무소식이다. 그리고 ‘부당통신’이라고 들어봤나.” 

- 우리 해경이나 어선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대신 북한이 그어놓은 경비계선을 넘지 말라고 하는 통신 말인가. 

“그렇다. 북한은 NLL 아래쪽에 가상으로 그어놓은 경비계선을 넘지 말라고 통신을 한다. 우리 측 NLL을 부정하는 행위다. 북한은 군사합의 이후 노동신문과 우리민족끼리 등 선전 매체를 동원해 작년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66건의 군사합의 관련 비난을 쏟아냈고, 심지어 2019년 국방예산 증액(13건), 지역 단위 훈련인 ‘2018년 대침투 종합 훈련’에 대해서도 비난(14건)한다. 그런데도 국방부는 매번 하는 것이어서 대수롭지 않다고 한다. 누구를 위한 국방부인가. 우리 어장에 가서 어업을 하는데도 ‘나가라’고 하는 데 대수롭지 않다? 북한은 군사합의를 빌미로 자신들이 필요하고 지키고 싶은 것만 지키는데 우리는 말을 못 한다. 이런 문제 많은 합의서를 따지려고 했더니 국회 동의를 ‘패싱’했다.” 

- 문 대통령은 3·1절 100주년 기념사에서 경제협력공동체인 ‘신(新)한반도체제’ 준비와 함께 ‘한반도 평화경제’를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가동 재개를 미국과 협의하겠다고 했다. 

“생뚱맞지 않나? 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유럽 순방길에서 대북제재 완화를 언급했지만 유럽 각국은 오히려 ‘북한의 완벽한 비핵화’를 강조해 체면을 구겼다.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국제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거다. 이번 ‘하노이 빈손 회담’이 끝난 지 하루 만에 다시 대북 경협을 얘기하니 누가 공감하겠나. 시간을 두고 상황을 분석한 뒤 언급해도 될 문제를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 공감을 얻지 못하다 보니 한국과 미국 정부의 불화설이 연일 외신을 장식한다.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대북제재 강화를 검토하겠다’고 하고, AP통신은 ‘김정은이 비핵화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만 남북 경협을 하겠다고 한다. 미국은 전 세계에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없어 ‘딜’을 못 했다고 하는데…. 오늘(3월 6일) 국회를 찾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어떻게 개성공단 가동을 재개하겠다는 건지 물었다.”


“말장난인지 나이브한 건지…”

- 뭐라고 답했나. 

“거 참(웃음). 우선 개성공단 폐쇄로 (공장) 문을 잠그지 못하고 내려온 사람들을 (시설 점검차) 들어가게 하겠다고 하더라. 말장난인지, 나이브(naive·순진한)한 건지 모르겠지만, 대북제재는 ‘시설 점검’하겠다고 해서 풀어주는 수준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여자농구 남북 단일팀과 앞서 2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은 나이키가 제작한 유니폼을 입지 못했다. 미국 (스포츠 용품 브랜드인) 나이키의 북한 선수 후원은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은 상황에서는 대북제재 위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 정도로 대북제재는 촘촘하다. 그런데 어떻게 개성공단을 재개하겠다는 건지…. 결국 어떤 전략도 없이 구호와 애원 수준에서 남북 경협에 매달리니 불화설만 커진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문 대통령이 남북 경협을 진전시킬 것을 요청한 것은 제재의 부분적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의 주장을 지지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협의 속도가 비핵화나 북·미 관계 진전 속도를 앞서면 북·미 회담은 어려워지고 한미 간 마찰은 심화된다.” 

- ‘북한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트럼프)거나 ‘다시 대화하는 데 있어 트럼프 대통령은 확실히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볼턴)는 유화적 발언도 나온다. 

“국제정치에서 사안을 볼 때 ‘레토릭(수사)’으로 해석해선 안 된다. 2차 정상회담 결렬 직후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시진핑 주석을 ‘세계에서 존경받는 지도자’로 칭송했지만 과연 속마음도 그럴까. 외교적 수사에 희망을 걸 순 없다. 그렇다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오토 웜비어 사건을 꺼낸 것은 어떻게 볼 것인가.” 

- 미국 내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웜비어 사건을 나중에 알았다고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 때문에 ‘책임을 추궁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그 부분만 보면 그런 비판을 받을 수 있지만, 북한 최고지도자 면전에서 핵과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는 것은 북한으로선 핵보다 더한 충격이었을 거다. 회담 이후 ‘북한 해커들이 지난 1년 반 동안 미국과 유럽 기업들을 상대로 사이버 공격을 해왔다’는 뉴욕타임스 보도는 미국이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미묘한 흐름을 우리 정부는 ‘캐치’해야 한다.”


핵보다 더한 충격, 웜비어 사건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3월 5일 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을 볼턴 보좌관 탓으로 돌리며 ‘재수 없는 놈’ ‘인디언을 죽이는 백인 기병대장 생각이 난다’고 했는데. 

“볼턴 보좌관을 ‘대북 강경파’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내가 볼 때 그는 지한파(知韓派)다. 북한 비핵화와 대량살상무기 문제는 대한민국 대외정책의 핵심이자 우리 국민의 목숨과 직결되는 문제 아닌가. 우리는 어디에 무슨 무기가 개발되는지 모르는데, 볼턴 보좌관은 개발 상황과 위험성을 분석하고 폐기를 요구한다. 우리로선 고마운 일 아닌가. 그런 그에게 현 정부와 긴밀한 인사가 막말을 하는 건 대한민국을 위해서일까, 미국을 위해서일까, 국제사회를 위해서일까. 누굴 위한 발언인지는 답이 나온다.”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던 2월 28일 오후 브리핑에서 ‘잠시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 대화가 다시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회담 결렬은 청와대 시나리오에 없었던 거다. 브리핑 후 30여 분 만에 합의문 서명식 취소 소식이 전해졌고, 문 대통령은 참모들과 TV로 서명식을 지켜보려다 취소했다. 이는 외교 통찰력 측면에서 심각한 문제다. 주미대사와 국정원장, 안보실장은 이런 참사가 날 때까지 뭘 했나. 대통령이 ‘위시풀 싱킹’을 하더라도 참모들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하는데 외교안보팀 어느 누구도 사과나 설명하지 않는다. 윈스턴 처칠은 ‘정치인의 자질은 미래를 예언하고, 훗날 그 말이 맞지 않으면 이유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재능’이라고 했다.”




신동아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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