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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 학벌이냐, 실력이냐

“학벌 없앤다고? 그거 무식한 발상이요”

송복 연세대 교수의 반격

  • 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학벌 없앤다고? 그거 무식한 발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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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나라의 지도자는 대학을 나와야
  • ● 한국은 미국보다 공정한 사회
  • ● 대졸은 고졸보다 우수하다
  • ● 서울대 문 닫고 교육부 폐지하라
  • ● 무식한 국가는 교육에서 손떼라
  • ● 김영삼 10명이 박정희 하나만 못해
  • ● 기부금 입학제로 文史哲 교육하자
  • ● 퇴임하면 사서오경 연구에 전념할 것
연세대 사회학과 송복(65) 교수는 한국 지식사회의 대표적인 보수주의자다. 전통문화와 유교적 가치관을 중시하고 군사정권이 한국사회에 끼친 영향을 높이 평가하는 점 등이 그렇다. 송교수가 집필한 책이나 칼럼에도 보수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진다. 또한 송교수는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부를 보수적 관점에서 초지일관 비판해온 대학교수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래서 송교수에게는 ‘우군’과 ‘적군’이 많다.

한완상 교육부총리의 학력란 폐지 발언 이후, 송교수는 사석에서 김대중 정부의 교육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교육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특유의 ‘교육철학’을 제시하며 정부를 공격해온 그였지만, 이번엔 강도가 달랐다. 송교수는 “김대중 정권이 끝나면 보수세력의 반발을 감당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것이 학벌문제를 다루면서 송교수를 인터뷰하게 된 계기였다.

송교수의 교육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선비정신’과 ‘文史哲(문학·역사·철학) 교육’이라는 두 가지 화두를 풀어야 한다. 송교수가 지향하는 지식인의 모델이 ‘선비정신’이며, 경쟁력 있는 지식인을 키우기 위해 제시한 대안이 바로 ‘문사철 교육’이다.

―‘선비정신’ 측면에서 볼 때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 지식인들은 좀 떠들고 이름이 나면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한다고. 대학에서 보직을 맡으려 하고, 사회에 나가서 장관 자리에 앉아보려 하고, 총장에 당선되려고 하고…. 하지만 진짜 지식인은 어떤 자리에도 가지 않는 거라고. 나는 신문기자를 해봤기 때문에 ‘저 속에 들어가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잘 알지만, 많은 교수들은 백발이 성성하도록 학교를 떠나 본 일이 없어. 그래서 대학 밖이 화려하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거라고. 그러다 보니 선비정신이 어그러지는 거지.

선비는 자기 분수를 알아야 돼. 그런데 글공부만 한 사람이 관리직에 들어간단 말이야. 자기가 관리훈련을 받아봤어? 그런데도 들어가서 그 조직을 망쳐놓고 변명을 늘어놓지. ‘내가 잘못해서 망한 게 아니라 조건이 안 맞았다’ 이런 소리를 하거든. 그건 선비가 아니야.”

송교수는 “문사철(文史哲) 공부에 한국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문사철은 지식의 주공급원이기 때문에 문사철이 죽으면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적 경쟁과 효율의 논리가 대학가를 휩쓸고 있는 현실에서 그의 주장은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시대에 조응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송교수가 문사철에 집착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문(文)이 뭐냐, 한마디로 시와 소설이지. 시와 소설은 언어의 공장이라고. 사(史)는 경험의 공장이야. 과거도 경험하고 미래도 경험하게 해주는 보물창고가 바로 역사라. 철(哲)은 초월의 공장이야. 철학이라면 흔히 칸트와 헤겔을 생각하는데 그것만 철학이 아니야. 철학의 ‘철(哲)’ 자에 맞게 산 사람은 다 철학한 사람이라고.

시 300편을 외우고 소설 300권, 역사 200권, 철학 100권, 이렇게 해서 600권을 봐야 돼. 선진국 학생들은 다 하는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왜 못해? 그게 나중에 새로운 지식을 만들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주며 새로운 문화를 창도하니까 공부하라는 거야. 기업에 대한 개념이 전혀 없는 학생들에게 1학년 때부터 경영학을 가르치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어? 신문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신문방송학을 가르친다? 한마디로 웃기는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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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성철 <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 six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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