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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75개 만들 세균 감췄다!

유엔의 이라크 생물무기 제조공장 사찰기

  • 정리: 김진수 jockey@donga.com

미사일 75개 만들 세균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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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8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조만간 이라크에 무기사찰단이 들어간다.
  • 숨기려는 이라크 관리들과 찾아내려는 사찰단 사이에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 미 유력일간지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최근 ‘사찰의 미로(迷路)’란 제목의 특집기사를 마련, 1990년대 무기사찰단이 겪은 체험은 이번 무기사찰단에 교훈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그 내용을 발췌해 소개한다(편집자).
미사일 75개 만들 세균 감췄다!

지난 8월 생물무기 제조공장으로 의심받아온 한 공장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는 이라크 관계자들

1995년 2월, 유엔 특별 무기사찰단(UNSCOM) 요원들이 버스를 타고 바그다드를 떠났다. 목적지는 바그다드 남서쪽에 위치한 알 하캄. 자동차로 1시간쯤 걸리는 곳이다. 방문 목적은 그곳의 한 미심쩍은 공장을 사찰하는 것이었다. 여러 해 동안 UNSCOM은 이 공장이 이라크 정부의 주장대로 단순히 살충제와 닭 사료를 생산하는 곳만은 아닐 것이라 의심해왔다. 일부 사찰단원들은 면적이 16㎢쯤 되는 이 공장이 틀림없이 생물무기(biological weapon, BW)를 만드는 곳이라고 여겼다.

결론부터 말하면, 무기사찰단이 그런 혐의를 입증하는 데 1년이 넘게 걸렸다. 당시 사찰단의 일원으로 알 하캄 공장을 조사했던 조너선 터커(현 워싱턴 미 평화연구소 선임연구원)는 “이라크는 속임수와, 아니라고 우기는 기술이 대단히 발달한 나라”라고 말한다. 미국·프랑스·스웨덴·영국·러시아, 그밖의 몇몇 국가들로 구성된 UNSCOM 사찰요원들은 거듭 알 하캄을 방문해 조사하면서 결국 알 하캄 공장에서 예전에 생물무기를 만들었다는 이라크의 시인을 받아냈다.

산업용? 생물무기 제조용?

알 하캄 공장은 일반적인 산업용 공장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엔 무기사찰 요원들은 외딴 곳에 철조망을 높이 두르고 외곽에 경비탑까지 세운 사실을 미심쩍게 여겼다. 그리고 건물건물 사이 거리도 뚝 떨어져 있어 독성물질이 새어나올 경우에 대비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살 만했다. 이라크 관리들은 닭 사료 공장이라 주장했지만, 막상 가보니 말라빠진 닭 3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을 뿐이었다.

공장 내부를 그냥 휙 둘러보면, 일반적인 공장과 다른 사항은 없어 보였다. 발효탱크들과 여러 제어장치 그리고 뱀처럼 꾸불꾸불한 파이프들로 들어차 있었다. 그러나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상쩍은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전 무기사찰 요원 조너선 터커의 증언.

“그곳 공장에 설치된 발효기들은 여러 다른 공장에서 뜯어온 부품들을 짜맞춰 만든 것이었고, 파이프들도 크기가 각기 다른 것들을 용접으로 이어 맞춘 것이었다. 공장 설비가 훌륭해 보이진 않았지만, 탄저균(anthrax)을 비롯한 여러 생물무기를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겉으론 산업용이지만 언제라도 군사용으로 바뀔 수 있는, 다시 말해 이중 용도(dual use)로 쓰일 수 있다는 점. 이것이 바로 사찰 요원들이 부딪친 딜레마였다. 그 곳 설비들은 치명적 생물무기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유엔 무기사찰단 요원들은 “그 이중의 용도 때문에 생물무기 사찰이 무기사찰 가운데 가장 어려운 작업”이라 말한다. 사찰단 생물무기팀을 이끌었던 리처드 스퍼첼 박사는 알 하캄 공장의 발효탱크를 보는 순간 섬뜩함을 느꼈다. “매우 작은 규모의 발효탱크는 닭 사료로 쓰이는 단세포 단백질을 만든다기보다 생물무기를 만드는 데 더 적합한 것이었다. 단세포 단백질을 만들려면 발효기 용량이 10만ℓ는 넘어야 하는데, 그곳엔 2000∼5000ℓ짜리 발효기들만 있었다.”

의심을 품은 스퍼첼 박사는 이라크 정부에 알 하캄 공장 관련자료를 요청했다. 월 단위로 생산원료는 얼마나 주문했고, 물은 얼마나 소비했는지, 그리고 제품 등급을 어떻게 매겼는지 등에 관한 자료였다. 그러나 알 하캄 공장측이 제출한 자료는 앞뒤 숫자가 맞지 않는 엉터리였다. 의문을 풀기 위해 사찰요원들은 공장 관계자들을 바그다드의 한 호텔로 불러 하나하나 따져 물었다. 전 사찰요원 터커의 증언.

“알 하캄 공장 관계자들을 인터뷰하는 것은 몹시 힘든 일이었다. 그들은 자유롭게 말할 수 없었다. 이라크 정부가 보낸 감시인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라크 정부는 우리가 민간인들을 인터뷰할 때는 정부 관리가 입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마도 공장 관계자들은 필요 이상으로 입을 많이 여는 것은 곧 죽음이라는 점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라크 정부는 유엔 사찰팀이 이라크 민간인들을 인터뷰할 때마다 3명의 관리를 따라붙였다. 그들은 뒤쪽에 앉으라는 사찰팀의 요구를 거절하고 인터뷰 대상자가 마주보이는 곳에 앉았다. 사찰단 생물무기팀장 리처드 스퍼첼은 이라크 정부가 민간인들에게 어떤 지침을 내렸을 것이라 생각했다. 한 이라크 과학자는 2시간에 걸쳐 사찰팀의 심문을 받는 동안 그가 지켜야 할 답변의 선을 넘었다. 그러나 잠시 휴식시간을 가진 뒤 그는 앞서 한 말을 뒤집으려 했다. 스퍼첼의 증언.

“이라크 정부에서 나온 감시인들은 눈빛으로, 몸짓으로 아니면 기침소리를 내서라도 알 하캄 공장 관계자들이 비밀을 털어놓지 못하게 막았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공장에서 하는 일을 잘 설명하지 못했다. 중간에 말을 바꾸기 일쑤였다. 어떤 이는 여러번 테이블 밑으로 고개를 숙이는 짓을 되풀이하면서 앞에 한 말을 뒤집곤 했다. 이라크 정부의 생물과학 책임자 리하브 타하는 인터뷰 도중 말이 막히니까 책상을 치며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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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김진수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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