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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독서일기

多讀의 나무에 열린 多作의 열매

  • 글: 공병호경영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gong@gong.co.kr

多讀의 나무에 열린 多作의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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多讀의 나무에 열린 多作의 열매
지금까지 나는 40여 권의 책을 펴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내가 쓴 것이다. 올 한해만도 모두 5권의 책을 마무리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내게 “어떻게 그렇게 다작(多作)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 그 대답은 바로 다독(多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30대 초엽부터 시작된 나의 책 읽기는 이제 또 하나의 장르를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그것은 바로 얼마 전에 나온 ‘공병호의 독서노트: 미래편’이다. 혼자서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읽은 내용을 주제별로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그런 책이다. 이것 역시 많이 읽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물이다.

세상에 눈뜨게 한 하이에크

중·고교 시절을 되돌아볼 때 어떤 책을 읽었노라 말하긴 어렵다. 부지런히 공부해서 대학 들어가기도 바빴기 때문이다. 대학 때도 유학이다 뭐다 해서 포괄적인 독서를 할 만한 짬을 내지 못했다. 미국에서의 대학원 시절 역시 허겁지겁 주어진 과제를 마무리하기에 바빴다. 특정 주제를 두고 깊이 있는 독서를 할 만한 시간이 아니었다. 논문 읽기, 시험 등으로 이어지는, 생존을 향한 투쟁의 시기라고 표현하는 게 좋겠다.

내 인생에서 독서를 대하는 큰 터닝 포인트는 박사학위를 마치고 몇 해 지나서 맞았다. 학부 4년, 박사학위 4년을 마무리한 다음에 시작한 직장생활에서 더 내놓을 게 없다는 자괴감 때문에 말 못할 고민을 하던 시절이다.

그 무렵, 무엇인가 새로운 주제를 찾아나선 내게 큰 방향을 제시해주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것은 바로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의 저술을 만난 것이다.

그는 1899년에 나서 1992년 프라이부르크에서 영면할 때까지 탁월한 자유주의(한국적 의미로는 보수주의) 사상가였다. 그 공로로 197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영국의 대처 총리는 공식석상에서 자신의 정책과 사상의 근저에 바로 하이에크가 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자유사회에 대한 튼튼한 이론적 토대를 구축해낸 사람도 바로 하이에크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나는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길’을 찾고 있었다. 내가 지금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이렇듯 삶을 매순간 어떤 것을 찾는 과정으로 이해한다는 점이다. 특히 책을 읽을 때 그런 생각은 더욱 또렷해진다. 그냥 읽는 게 아니라 ‘찾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한다.

그날 내가 만난 하이에크의 첫번째 책은 ‘개인주의와 경제질서’인데 자유사회의 운용 원리를 명쾌하게 제시한 책이다. 사상적 토대에 대한 충분한 이론적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던 내가 하이에크의 저술을 만난 것은 나 자신에 대해, 그리고 사회에 대해 눈을 뜨게 한 사건이었다. 오늘의 나는 그 한 권의 책과의 만남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읽는 행위에 대한 ‘불감증’

한국사회가 당면한 여러 가지 고민, 그리고 한국인들이 헤쳐나가야 할 대안들이 하이에크의 책에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마치 ‘스파크’가 일어난 것처럼 꼬박 밤을 새우며 영문 서적을 탐독했다. 그리고 “아, 내가 이 일을 해야겠구나” 하는 점을 깨치게 됐다. 그때 나는 단 한 권의 책이 한 인간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는 점을 뼈저리게 체험했다. 아마도 내가 다독과 다작을 병행하는 이유는 그것 때문일 것이다. 권력은 유한하고 덧없는 것, 하지만 지식과 지혜는 오래오래 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그때부터 갖게 된 것이다.

그 책을 시작으로 하이에크의 대표 저작들인 ‘자유헌정론’ ‘법, 입법 그리고 자유’ ‘노예의 길’ 등을 탐독했다. 길지 않은 인생살이에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 가운데 하나가, 하이에크의 사상 체계를 파고들면서 사회 운용의 원리, 세상을 바라보는 눈, 자신의 삶에 대한 이정표를 세울 수 있었던 그때라고 생각한다.

이때부터 전공을 넘어선 책 읽기가 시작됐다. 정치·경제·사회·문화·과학 등 여러 분야를 넘나들며 책을 읽었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의 저서를 읽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 스스로 글을 쓰면서 항상 자신만의 사상체계를 세워보고 싶은 욕구가 강한 편이다. 30대까지 30여 권의 책을 펴냈지만, 이 가운데 내놓을 만한 책은 ‘기업가’ ‘시장경제란 무엇인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시장경제와 그 적들’ 등이다. 이 책들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기업주의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구축하는 데 기여했으며, 30대인 내가 안고 있는 고민과 열정 그리고 사회에 대한 비전이 담긴 책이다.

나의 책읽기에서 뚜렷한 특징은 책을 읽고 그것을 내 것으로 체화한 다음 나만의 지식을 생산해내는 데 철저하게 이용한다는 점이다. 대단히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책 읽기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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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공병호경영연구소장· 경제학 박사 gong@g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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