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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 에세이

포퓰리즘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거리

  • 조동근│명지대 경제학과 교수·한국하이에크소사이어티 회장

포퓰리즘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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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간 거리

지난해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유세 장면.

발라드 가수 변진섭이 부른 노래 중에 ‘홀로 된다는 것’이 있다. “이별은 두렵지 않아. 아픔은 참을 수 있어. 하지만 홀로 된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해…” 굳이 남녀 애정관계가 아니더라도 ‘홀로 된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누군가에 의지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누군가 자신을 보듬어주기를 원한다. 만약 국가가 자신을 보살펴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사회적 연대는 이렇게 개인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귀속시킨다.

인간은 자신의 의지로 태어나지 않는다. 신(神)에 의해 던져진 존재로서의 ‘피투성(被投性)’일 뿐이다. 던져진 존재에게 ‘자유의지’는 참으로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실존을 위한 대반전(大反轉)인 것이다. 그렇기에 ‘홀로 되는 것’과 ‘홀로 서는 것’은 구별돼야 한다. ‘홀로 되는 것’을 두려워할 수는 있겠지만 ‘홀로 서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연대도 ‘홀로 서는’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다. ‘사회적 연대’가 ‘사회적 보장’일 수 없기 때문이다. 사회에 의존하는 순간, ‘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책임은 방면되며 모든 책임은 사회에 귀속된다. 국가에 의존하는 것은 ‘자조 의지’를 저상시킨다. 그리고 경제 활력이 상실된다.

올해는 국회의원 총선과 대통령선거가 8개월 간격으로 치러진다.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으로서 그 의미가 크다. 모든 달걀을 ‘한 바구니’에 넣은 셈이다. 그래서인지 여야의 선거전은 비이성적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반적으로 선거는 주어진 방향으로의 ‘속도 경쟁’이 아닌 ‘방향을 선택’하는, 비유하자면 ‘스톱워치’가 아닌 ‘나침반’의 경쟁이어야 한다. 이념과 가치 기반을 달리하는 정당 간의 경쟁이 ‘정반합(正反合)’을 통해 자연스럽게 정치발전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19대 총선에서는 여야 모두 ‘똑같은 방향으로의’ 속도 경쟁을 벌였다. ‘비겁한’ 선거가 아닐 수 없다. 정책방향이 동조화된 것은 한쪽이 다른 쪽을 베꼈기 때문이다. 그 기저에는 인기 영합적 포퓰리즘이 똬리를 틀고 있다.

선거는 ‘스톱워치’ 아닌 ‘나침반’ 경쟁이어야

민주주의는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좋은 정치 시스템이지만 역설적으로 타락할 여지도 다분하다. 민주주의에서 권력의 원천은 ‘다수의 지지’ 그 자체다. 문제는 다수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정강이 굳이 ‘가치 지향적’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중을 위무(慰撫)해 인기를 끌 만한 것들을 ‘정책바구니’에 담기만 하면 된다. 바구니 계산을 종국적으로 누가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당장 집권이 중요할 뿐이다. 여야 정책바구니에는 ‘경제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라는 정치상품이 공히 담겨 있다.

경제민주화가 왜 시대정신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엄밀한 논증이 수반되지 않은 “신자유주의가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인기 영합적 발언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그리고 보편적 복지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은 처음부터 아예 없었다. 경제민주화로 재벌을 규제하고 중소기업을 육성하며, 보편적 복지를 통해 ‘국민의 행복’을 책임지겠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2분법적 대립구도를 전제로 한 ‘국가개입주의’나 다름없다. 이는 “시장질서를 이성으로 대체하겠다”는 ‘치명적 오만’이 아닐 수 없다. 국가개입주의는 ‘지식의 문제’에 봉착하기 때문에 설계주의의 폐해를 낳는다.

경제민주화의 맥락에서 중소기업정책은 오도되고 있다. “보호, 육성, 지원”의 범주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은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기업’이 국가의 보호를 받는 것은 다른 문제다. 대·중소기업의 ‘2분법적 대립구도’는 암묵적으로 중소기업 전체의 ‘공동체적 이익’을 전면에 등장하게 한다. 이는 중소기업 간의 경쟁을 제한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정책은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것이어야 한다. 경쟁을 촉진하고 진입과 진출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기업생태계를 강건하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중소기업정책은 ‘기존 중소기업’의 이익을 지켜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도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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