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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

한·중·미 언론에 비친 김정은의 독재자 이미지

  • 정해윤│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한·중·미 언론에 비친 김정은의 독재자 이미지

한국, 중국, 미국 언론에 비친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이미지는 어떠할까. 대중은 어떤 인물을 실체적 모습이 아닌 언론에 투영된 이미지로 파악할 수밖에 없다.

김정은이 한반도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요 인물이지만 주변국 언론에 비친 그의 이미지가 역으로 그와 북한의 운명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김정은의 이미지는 점점 더 부정적인 모습으로 변하는 것 같다.

“올해의 섹시 가이”

한국은 북한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 있지만 한국 언론에 비친 김정은의 이미지는 양극단으로 갈라져왔다. 2010년 그를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가 가시화하자 한국의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은 김정은의 젊은 나이를 상반되게 해석했다.

‘조선일보’는 탈북자의 입을 빌려 ‘주석의 아들로 태어난 김정일이 안하무인으로 자라나 폭군이 됐다’면서 ‘김정은 역시 김정일의 권세를 믿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망나니’라고 했다. ‘졸부의 철부지 아들’ 같은 인상을 김정은에게 입힌 것이다. 또 김정은이 김정일 생가가 있다는 백두산 근처에서 일본인 요리사와 함께 노상방뇨를 한 일화를 전하며 젊은 권력자의 예측 불가능성을 부각했다. 그러자 북한은 2012년 일부 한국 언론사들의 좌표를 공개하며 “조준 타격하겠다”고 협박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한겨레’는 진보 성향 영국 가디언지 기사를 인용해 김정은으로의 승계에 대해 “세대교체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또 “김정은이 스위스 유학 경험을 통해 서구사회와 경제개혁을 이해하는 인물”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시 김정은에 대한 정보가 한정적이었음에도 한국 언론은 이처럼 이념 성향에 따라 거의 정반대의 김정은 캐릭터를 창조해냈다. 그러나 장성택 처형 등 북한 내 즉결 처형 소식이 잇따라 전해진 이후 한국 언론은 보수·진보 간 온도 차이는 있지만 김정은에게 ‘냉혹한 독재자’ 이미지를 투사하는 쪽으로 돌아섰다.

중국 언론에 비친 김정은의 모습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난다. 중국이 북한과 혈맹관계에 있기 때문에 중국 언론은 좀 더 고급정보에 입각한 세밀한 인물 묘사를 할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론 중국 정부의 공식 방침만을 대변해 김정은을 무미건조하게 소개한다. 중국 언론은 김일성이나 김정일과는 달리 김정은에겐 인간적 친밀감을 투여하지 않는다. 심지어 서구 언론만큼이나 선정적이고 불확실하게 김정은을 묘사한다.

2011년 김정은의 부인인 이설주가 공식 석상에 등장하기 이전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인터넷판인 런민넷은 한국 레이싱 모델의 사진을 띄워놓고 “김정은의 부인”이라고 소개했다. 최근엔 인민일보가 미국 풍자 언론의 보도를 인용해 김정은을 “올해의 섹시 가이(성적 매력이 있는 남성)”로 꼽았다. 이것은 오보라기보다는 고의적인 조롱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는 2013년 5월 북한이 중국 어선을 억류한 사건을 계기로 김정은을 ‘김씨 집안의 셋째 돼지’라는 의미의 “진싼판”으로 묘사한다.

전 세계 여론을 사실상 선도하는 미국 언론은 김정은 집권 초 그에게 상당한 흥미를 보였다. 김정은과의 인터뷰를 꽤 팔릴 만한 뉴스로 인식한 듯했다. 미국 언론도 김정은에게 물어볼 것이 많았다. 2013년 여름 북한의 전승절을 앞두고 김정은이 평양에 지국을 둔 AP통신이나 CNN과 인터뷰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체 게바라 이후 가장 유명한 모델

그러나 미국 언론의 김정은 인터뷰는 성사되지 않았다. 김정은이 미국 언론의 궁금증을 전혀 해소해주지 못하자 그 에너지가 다른 곳으로 분출됐다. 미국의 보드카, 신문, 스낵 등의 광고에 김정은이 본인 의사와 무관하게 모델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체 게바라 이후 공산주의 지도자로서 가장 인기 있는 광고 모델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체 게바라가 영웅의 이미지로 어필하는 반면에 김정은은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로 등장한다.

김정은이 북한 군인들과 함께 큰 지도를 펴들고 장거리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하는 모의를 하는 사진이 공개된 후 미국에선 김정은을 희화화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장성택 처형 이후 미국 언론은 “김정은이 극단적 잔인함을 보여줬다”는 백악관의 반응을 일제히 전했다. 미국 언론에 비친 김정은의 이미지는 이제 ‘객기와 잔인함이 버무려진 예측 불가능한 어린 독재자’로 정리된다.

해외 언론에 일제히 부정적으로 묘사된 독재자는 대개 권좌를 오래 지탱하지 못했다. 한·중·미 언론에 투영된 김정은의 이미지를 보면 그는 한 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인 것 같다.

입력 2014-01-23 15:17:00

정해윤│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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