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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개혁현장을 가다 ③한국농어촌공사

저돌적인 전략가 홍문표 사장

한국 농업의‘코페르니쿠스적 전환’ 추진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저돌적인 전략가 홍문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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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농업은 3차 서비스 산업
  • ● 물길 따라 테마마을, 명품마을
  • ● 농어촌에 매력적 일자리 창출
저돌적인 전략가  홍문표  사장
2001년 1월 104개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 농어촌진흥공사가 통합되어 농업기반공사가 출범했다. 2005년 12월 농업기반공사는 한국농촌공사로 명칭을 바꿨다. 2008년 12월 한국농촌공사는 한국농어촌공사로 다시 개명했다.

비슷비슷한 이름이 나왔다 들어갔다 해 ‘한국농어촌공사’라는 현재의 기관명을 정확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주변에 많지 않다. 이 회사는 경기 의왕시에 있는데 상당수 수도권 시민은 “한국농어촌공사를 아느냐”고 물으면 “잘 모른다”고 대답할 것이다. 도시에 살면 ‘농어촌~’에 관심이 적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대다수 공기업의 경우 한전은 전기, 도로공사는 도로, 주택공사는 주택…이렇게 이름만 들어도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농어촌공사는 ‘농어촌의 무엇?’이라는 추가 의문을 갖게 한다. 도시 빼고 농어촌이면 국토의 대부분으로 광범위해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시민에게 친숙하게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국가적으로 한국농어촌공사(이하 농어촌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적지 않다. 농어촌공사는 신용등급 AAA의 한국 대표 공기업 중 하나다. 총자산은 5조1496억원이고 2008년 2조6361억원 매출에 3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아무리 사회가 복잡해져도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다’는 진리는 변함없다. 식량생산의 근간인 농업과 어업의 발전, 국제경쟁력 확보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농어촌공사는 이러한 농·어업의 발전을 위한 각종 인프라 등을 지원하는 곳이다. 예를 들면 땅만 갖고는 곡물을 재배할 수 없다. 강이나 저수지에서 재배지까지 물길을 내야 한다. 개인이 하기엔 벅찬 농수로를 농어촌공사가 건설해준다.

MB가 칭찬한 이유

이명박 정부는 ‘공기업 선진화’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이다. 공기업은 적자 기업, 업무 성과에 관계없이 월급 받고 정년 보장되는 ‘신의 직장’으로 여겨져 왔다. 민간의 대기업보다 더 쌩쌩 돌아가는 공기업, 고객에 대한 투철한 서비스 정신으로 무장한 공기업, 흑자 경영하는 공기업, 기업윤리를 준수하는 공기업, 국익증진에 기여하는 공기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여론이 많았다.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도 이런 공기업을 만들어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08년 12월2일 국무회의에서 “공기업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다그쳤다. 그러면서 “임용된 지 얼마 안 되는 농어촌공사 사장이 이런 아이디어를 낼 수 있던 것은 정부 방침을 적극 따르겠다는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농어촌공사 사장을 거론했다. 농어촌공사의 대규모 인력구조조정 과정을 대통령이 좋은 사례로 인용한 것이다.

저돌적인 전략가  홍문표  사장

한국농어촌공사 노사가 노조의 경영인사불개입 원칙을 담은 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내에서 농어촌공사는 공기업 개혁의 ‘롤(role·역할) 모델’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6월19일 기획재정부의 ‘2008년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고 9월10일 지식경제부의 ‘국가생산성대회’에선 ‘종합 대상(大賞) 기관’으로 뽑혀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특히 농어촌공사는 농업에도 대중화, 서비스 정신, 기업 마인드를 불어넣으려 하고 있다. 1차 산업으로 각인되어온 농업을 3차 서비스산업으로 개혁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농촌을 도시민들이 여가를 보내고 즐기는 매력적인 관광지로 바꿀 계획이라고 한다. 정부와 국회는 그 ‘도전정신’에 공감해 행정·입법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한국 농업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실험하고 있는 홍문표(62) 농어촌공사 사장을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홍 사장은 운동으로 단련된 건장한 체구에 목소리도 시원시원하고 우렁찼다. “승용차는 불편해 카니발 승합차로 전국 현장을 다닌다”고 했다. 홍 사장의 가장 큰 특징은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는 1985년 야당인 신민당에서 정치를 시작해 한나라당 국회의원(17대),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인수위 경제2분과 위원을 역임했다. 2008년 4월 총선 때 충남 홍성·예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했으나 자신에게 이 지역구를 물려준 이회창 자유선진당 총재에게 패한 뒤 2008년 9월 농어촌공사 사장에 취임했다.

쉽게, 신선하게, 상품성 있게

홍 사장은 농과대학을 졸업했고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서 의정활동을 했으며 대통령직인수위의 농어촌 정책수립에 참여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홍 사장은 25년 경력의 정치인 출신답게 관행에 따르기보다는 전략적으로 결단하고 실행하는 것 같다”고 했다.

홍 사장에게 “농어촌공사는 무엇을 하는 기관입니까”라고 첫 질문을 던져봤다. 이럴 때 과거의 일부 공기업 사장은 “농업인프라 구축을 위한 농촌용수 개발, 배수개선, 농지정보화…”라고 밑에서 써준 ‘말씀자료’를 보고 읽듯 답변한다. 아니면 “그런 기초적인 내용은 홈페이지에 있는데…”라며 불쾌해 한다. 그러나 사실 최고경영자의 자기정체성 규정능력은 조직의 미래를 좌우한다. 홍 사장은 한마디로 대답했다. “농어촌공사는 4900만 국민의 먹을거리를 만들어주는 기관입니다.” 쉽게, 신선하게, 상품성 있게 자사를 홍보하는 것으로 보였다.

▼ 사장 재임 1년이 되었는데 그간 추진해온 개혁과제와 성과는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공기업 개혁에 공감했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우리 공사가 해온 것은 그냥 ‘선진화’가 아니라, ‘고통분담 선진화’였습니다. ‘고통분담’, 이 말을 꼭 써주세요.”

“항아리에 삼각자 댔다”

▼ 현 정부에서는 ‘구조조정 없인 선진화도 없다’는 시각인데.

“오자마자 조직진단을 해봤어요. 배는 불룩하고 다리는 부실한 항아리형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방만한 인력구조를 그대로 두고는 아무것도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피라미드형으로 만들기 위해 항아리에 삼각자를 대어 넘치는 부분을 구조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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