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3월호

기관·기관장 평가 2관왕 道公 상복 터졌네

빠른 길, 안전한 길, 쾌적한 길

  • 최영철 기자 | ftdog@donga.com

    입력2013-02-22 10: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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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임 후 부채증가율 크게 낮아져
    • 교통정보 앱, 갓길차로제로 명절 체증 뚫어
    • “신사업 개척, 세계 초일류 교통기업 초석 마련”
    • “고속도로 전광판 광고를 許하라”
    기관·기관장 평가 2관왕 道公 상복 터졌네
    “어, 웬 일이야? 생각만큼 안 막히네…도로공사, 살아 있네~.”

    지난 설 귀성길, 고속도로에서 최소 8~12시간은 보낼 각오로 승용차를 끌고 나온 이들의 입에선 이런 칭찬이 흘러나왔다. 명절 때마다 교통대란으로 몸살을 앓았던 전국 고속도로가 올 설에는 상대적으로 소통이 원활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연휴가 3일로 짧아 극심한 혼잡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연휴 3일간 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하루 377만 대로 지난해보다 7.8% 늘었지만 정체시간대 교통 흐름은 시간당 47㎞에서 63㎞로 34%나 개선됐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서울~목포 구간은 귀경 시 최장 소요시간이 지난해보다 3시간 10분이나 줄었다. 서울~부산 구간은 1시간 45분 , 서울~광주 구간 1시간 40분, 서울~대전 구간도 1시간 10분 줄었다.

    “이제 명절 교통대란은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번 설에 고속도로를 달려본 사람은 체감했겠지만 한국도로공사의 ‘스마트’한 교통정보 앱(App, 애플리케이션) 안내와 갓길차로제가 위력을 제대로 발휘했다. ‘도로공사 살아 있네’란 농담이 나올 만했다.



    전국 고속도로의 놀라운 변화는 2011년 6월 부임한 한국도로공사 장석효 사장(66)의 취임 일성에서 비롯됐다. ‘빠른 길,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가 당시 그가 내건 슬로건이다. 지난 1년 반 넘게 노력한 결과 쌓인 노하우가 설 명절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빛을 발한 것.

    “우리는 고속도로를 만들고 유지, 관리하는 공기업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고객들이 고속도로를 보다 빨리, 보다 안전하게, 보다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게 가장 큰 임무죠. 당연한 일을 했는데 칭찬을 들으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사실 기자는 장 사장 인터뷰와 도로공사 취재를 통해 설 이전부터 이번 명절 기간 교통대란은 없을 것임을 어느 정도 예견했다. 장 사장과 도로공사의 대책이 그만큼 탄탄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인터뷰를 한 2월 7일 오후만 해도 장 사장은 다음 날 밤부터 시작될 귀성 전쟁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고속도로 정체 때 우회할 수 있는 구간을 챙기는 등 특별 고속도로 소통대책을 마련하느라 바빴다. 귀성객과 귀경객에게 실시간으로 고속도로 정체 상황을 알려주는 앱과 일부 구간 갓길 통행 허용은 실제로 큰 힘을 발휘했다.

    “그 외에도 임시 감속차로를 연장해 나들목 또는 분기점을 빠져나가는 차량이 미리 이용할 수 있게 해 병목으로 인한 정체를 완화했죠. 정체구간 사이에 여성용 화장실을 대규모로 확충해 차량의 휴게소 대기시간을 줄이는 등 휴게소 이용 차량을 골고루 분산한 것도 정체를 해소하는 데 주효했습니다. 우리 임직원들이 명절 휴가를 포기하고 힘써준 덕분이기도 하죠.”

    고속도로가 빨라졌다

    1969년 2월 15일 창립한 도로공사는 올해 2월 15일로 44주년을 맞았다. 창립 1년여 만인 1970년 6월 6일 개통된 경부고속도로의 유지·관리 업무로 시작한 도로공사는 44년 동안 총 4000km의 고속도로를 만들고 관리해왔다. 장 사장과 도로공사 임직원들에게 올해 창사 기념일은 더욱 뜻 깊다. 장 사장 부임 이후 상복이 터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로공사는 정부경영평가의 기관장 평가에서 우수등급, 기관 평가에서 3년 연속 A등급의 성적을 거둬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공기업 자리에 올랐다.

    더욱이 공기업 최초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고객만족경영(CCM) 인증을 받았으며 교통문화 발전대회 대통령 표창, 부패방지 시책평가 우수 대통령 표창, 대한민국 나눔 국민대상, 대한민국 발명특허대전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장 사장은 “세계로 뻗어가는 초일류 도로교통 전문기업을 만든다는 각오로 전체 임직원이 힘을 합쳐 안간힘을 써온 결과물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은 취임 후 1년 8개월을 “‘빠른 길’‘안전한 길’‘쾌적한 길’을 만드는 데 온 힘을 쏟는 한편, 부채를 줄이고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기간”이었다고 정리했다. 이 모든 일의 전제는 두 가지였다. “고속도로에서는 어떤 상황에도 멈춰 설 수 없다”와 “항상 상식 선에서 고객이 원하는 일을 먼저 하고, 고객의 불편사항을 앞장서 해소한다”는 것.

    우선 ‘빠른 길’을 만들기 위한 도로공사의 노력을 살펴보면, 장 사장 취임 이후 380여 km에 달했던 고속도로 상습 정체구간이 340여 km로 줄었다. 상습 정체구간이 줄었다는 것은 고속도로에서 차량 운행이 그만큼 빨라졌다는 의미. 이번 설 명절 때 선보인 모든 대책은 사실상 장 사장이 부임 후 하나둘씩 시작해 그 효과가 검증된 것들이다. 갓길차로제는 교통량이 집중돼 고속도로 본선에 정체가 발생할 경우 갓길차로를 활용해 도로용량을 늘리는 기법으로, 현재 전국 고속도로 24개 구간 149km에서 운영 중이다.

    “경부선은 천안 이북 전 구간에 갓길차로제 시행을 추진 중인데 서울 방향은 전 구간에 걸쳐 시행하고 있고, 부산 방향은 빠른 시간 안에 확대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상습 정체구간인 기흥~오산 등 8개 구간(58km)에 갓길차로를 새로 설치했죠. 이게 보기와 다르게 정체 해소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외에도 교통정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예산을 집중 투자하고 있는데요. 영동선 신갈~호법 구간과 남해선 진주~마산 구간 확장공사를 조기에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운전자들이 더 간편하게 실시간으로 원하는 교통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고안된 스마트폰용 ‘고속도로 교통정보’ 앱은 2010년 첫선을 보인 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해 매년 새로운 앱을 출시하고 있다. 이번 설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한 교통정보 조회 건수는 지난해 추석보다 21.9% 늘어난 597만9000건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고 확 줄인 ‘졸음쉼터’

    고속도로를 좀 더 ‘안전한 길’로 만들기 위한 장 사장의 노력은 경찰이나 교통안전과 관련한 다른 단체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뒤지지 않는다. 최근 장 사장은 도로공사 홍보실에 “신문과 잡지에 도로공사 광고를 낼 일이 있으면 도로공사 이미지 홍보 광고를 내지 말고 고속도로 안전운행과 관련된 계도성 내용을 담을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고속도로 안전사고의 대부분은 운전자의 실수나 졸음운전으로 인해 발생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리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운전자 여러분도 운전 중에는 절대 스마트폰과 DMB를 사용하시지 말기 바랍니다. 언론도 도와주셔야 해요.”

    최근 고속도로 사고 통계를 분석해보면 전방 주시 태만에 의한 사망사고가 가장 많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 중 38%인 129명이 운전 중에 스마트폰과 DMB를 쳐다보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장 사장은 “지난해 이에 대한 법적규제를 강력히 요구해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올 3월부터는 운전 중 영상장치나 휴대전화를 시청하거나 조작할 경우 최대 7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된다”고 밝혔다.

    졸음도 고속도로 사고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전체 사망자의 32%인 110명이 운전 중 졸다 목숨을 잃었다. 장 사장은 취임 이후 졸음운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졸음쉼터나 돌출형 차선 등을 만들고 졸음운전을 예방할 수 있는 알리미 장치를 곳곳에 설치했다. 그중 운전자로부터 크게 인기를 끈 것은 단연 졸음쉼터였다.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다보면 잠이 오는데 휴게소는 아직 멀리 있어(평균 거리 27km) 난감할 때가 많지요. 갓길에 차를 세우고 잤다가는 2차 추돌사고의 위험이 있고요. 제가 평소에 느낀 점을 바탕으로 갓길을 확장해 차를 세울 만한 여유 공간을 만들었죠. 그냥 화장실만 가고 차를 대놓고 잠을 청할 수 있는 작은 쉼터 개념입니다. 이게 반응이 매우 좋아요. 졸음으로 인한 사고도 실제 많이 줄었습니다.”

    장 사장은 취임 후 현재까지 전국 고속도로 110곳에 졸음쉼터를 설치해 언론과 관련 단체, 운전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실제 지난해 졸음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사고는 2011년에 비해 34%가 줄었다. 도로공사는 그 공로로 지난해 10월 교통문화 발전대회 대통령 표창을 수상하고 11월에는 선진교통안전대상 국토해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장 사장은 “앞으로 졸음쉼터를 총 202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 사장의 안전의식은 겨울철만 되면 더욱 철두철미해진다. 이 때문일까. 지난해 11월 말 이후 폭설이 전국적으로 여러 차례 내렸지만 고속도로가 통제되거나 마비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장 사장은 “운전자들이 조금만 도와주면 제아무리 많은 눈이 와도 1시간 안에 제설작업을 마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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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공사 교통상황실에서 설 연휴 특별수송대책을 점검하고 있는 장석효 사장.

    휴게소에서 잡상인 사라져

    “지난해 제설대책을 위해 15만t의 습염(염화칼슘수용액 30%와 고체 소금 70%를 섞은 것)을 준비해뒀는데 12월초 첫 폭설에 4만t이 나갔습니다. 두세 번만 더 오면 큰일 나겠다 싶어 직원들에게 돈 따지지 말고 무조건 비축하라고 지시했죠. 현재(2월 중순)까지 21만t을 쓰고 10만t이 남았어요. 남으면 다음 겨울에 쓰면 되는 거죠.

    도로공사는 제설장비 800대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앞에는 눈을 밀고 나가는 삽날이 달려 있고 뒤에는 습염 살포기가 달려 있죠. 눈을 밀고 습염을 살포하면서 달리는 최대 속력이 시속 60km에 달합니다. 산술적으로 800대가 동시에 나가면 1시간에 4만8000km 구간의 제설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오죠. 도로공사가 관리하는 도로가 3800km이니까 모든 고속도로가 왕복 10차선이라 가정해도 1시간이면 제설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문제는 제설작업하는 동안 운전자들이 톨게이트나 도로에서 기다려주거나 비켜주는 미덕을 발휘해줘야 하는데 그게 안 된다는 거죠. 그럼 제설작업 시간만 오래 걸리고 피해는 고객들에게 돌아갑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11월 15일부터 올 3월 15일까지를 설해 대응 특별대책기간으로 정하고 폭설이 예보된 지역에는 기동타격대 개념의 30개 긴급지원팀을 투입하고 있으며 실시간 재난관리가 가능한 첨단방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공공기관 재난관리평가 우수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장 사장은 취임 이후 도로공사의 30년 묵은 민원을 해결하기도 했다.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을 장악하고 있던 불법 노점상의 철거 문제였다. 장 사장은 휴게소, 노점상 대표 등 3자 협상을 수차 거듭한 결과 결국 합의를 이끌어냈다. 노점시설의 자진 철거와 재진입 방지를 조건으로 휴게소 내 잡화코너(하이숍)를 설치해준 것이다. 실제 합의 이후 전국 164개 휴게소에서 불법 영업 중이던 328개의 노점상이 철거됐고, 대신 1150여 대의 주차공간이 새로 생겼다. 노점상의 제도권 편입을 통해 250억 원의 국가 세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은 덤이다.

    장 사장은 취임 후 대형 정유사의 폴 사인을 달고 운영 중이던 고속도로 주유소를 ‘알뜰주유소’라는 자체 브랜드로 전환해 리터당 평균 100원의 유류비를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2012년 2월부터 현재까지 전체 169곳 중 156곳이 알뜰주유소로 전환했다. 고객의 호응도 좋아 2011년보다 지난해 판매량이 25% 가까이 증가했다. 도로공사는 이 공로로 물가안정 유공 국무총리 표창과 국토해양부 우수사례(BP) 경진대회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장 사장은 “식사 자리에서 우연히 대형 정유사의 폴 사인만 내리면 유류를 싸게 팔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시작했는데 반응이 좋다”며 “하지만 대형 정유사의 반발로 그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빠르고 안전하고 쾌적한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과 함께 장 사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지출 억제와 신사업 진출을 통해 만성적인 부채를 줄이는 문제다. 도로공사의 2012년 말 현재 추정 부채는 25조3000억 원으로 공기업 중 네 번째 규모다. 도로공사의 부채가 이렇게 증가한 원인은 간단하다. 정부 주도로 고속도로를 신설하더라도 공사비의 절반은 도로공사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 수입원인 통행료와 휴게소 임대료 등 부대수익을 합해봐야 전체 고속도로의 유지관리 비용도 충족하기 어려운 게 현실. 쉽게 말해 새로운 고속도로를 건설하면 총공사비의 절반은 도로공사의 부채로 남는 구조인 셈이다.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정부 방침에 의해 경기활성화 등을 이유로 도로공사가 투자한 금액만 6조6500억 원에 달합니다. 그동안의 이자를 합치면 7조 원이 넘죠. 거기다 물가안정을 위해 통행료는 못 올리고 있습니다. 2006년 4.9% 인상 후 5년 만인 2011년 1.76% 조정한 게 전부입니다. 국가 정책에 따른 통행료 감면 금액만 지난 한 해 2248억 원에 달했습니다. 그런데 보전은 전혀 안 되고 있죠. 사람도 늙으면 의료비용이 많이 들 듯 노후해진 도로가 많아 유지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형편입니다.”

    기관·기관장 평가 2관왕 道公 상복 터졌네

    2월 14일 창립 44주년 기념사를 하는 장석효 사장.

    이런 암울한 상황에서도 장 사장은 절망하지 않고 일단 도로공사의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 8%대로 늘어나던 유지관리비를 효율적 관리시스템을 도입해 4%대로 줄이고 건설투자 규모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한편, 유휴자산의 매각에 나선 것. 장 사장은 이런 노력을 통해 매년 1조 원씩 늘어나던 부채 증가액을 6000억 원 수준으로 줄였다.

    휴게소의 변신은 무죄

    장 사장은 복합휴게시설, 폐도 태양광 발전, 전광판 광고 등 도로공사의 보유자산과 역량을 활용한 새로운 수익사업 발굴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한계에 도달한 국내 고속도로 건설과 통행료에만 의존하지 않고 신사업을 통해 도로공사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끌어낼 신성장 동력을 찾겠다는 것이다. 그는 창립일보다 하루 당겨 2월 14일 치러진 창립 44주년 기념식에서 임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불편하지만, 통행료 수입에만 의존해서는 우리 공사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사실 또한 인정해야 합니다. 우리 공사가 꾸준히 성장·발전하고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회사가 되도록 하기 위해선 ‘창의적 도전’이 절실합니다. 참으로 다행인 것은, 우리가 지난해부터 핵심과제로 선정해 고집스럽게 추진하는 사업들이 밝은 소식을 전해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휴게시설 복합개발사업과 태양광발전 등 도로자산 수익화 사업에서 하나둘씩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해외사업 부문도 난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고 있어 기대가 큽니다. 우리에게는 굳건한 인프라와 세계 최고의 기술이 있는 만큼, 세계시장을 우리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발전을 위한 도약대로 삼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장 사장이 말하는 복합휴게시설은 휴게소에 ‘복합(One stop All service)’이라는 패러다임을 적용해 생리욕구 해결 등의 필수기본 기능에 환승·업무·문화·쇼핑·여가 기능 등을 결합한 종합서비스 공간을 의미한다. 일본의 하이웨이 오아시스가 그 대표적 예로, 현재 행담도, 덕평, 옥천 등 3개 휴게소에서 운영 중이며 마장, 기흥 휴게소는 올해 상반기 중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도로공사는 우선 수도권을 중심으로 복합휴게시설 개발사업을 확대할 계획으로, 현재 인허가가 진행 중인 곳은 시흥, 매송, 목감휴게소 등이며 하남휴게소는 사업자 선정을 마쳤고, 안산 휴게소는 사업자를 모집 중이다.

    특히 안산과 하남 복합휴게시설에는 고속도로 상부 공간에 건물을 앉히는 ‘상공형 휴게소’가 들어설 예정으로, 이는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한편, 공간 활용을 극대화하고 도로경관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장 사장은 “복합휴게시설 확대 설치를 통해 휴게소를 잠시 거쳐가는 곳이 아닌 찾아가 머물고 싶은 생활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휴게소에 호텔과 백화점, 쇼핑센터, 영화관을 만들어 그저 잠시 쉬다 가는 곳이 아닌 지역 상권의 거점으로 만들어보자는 겁니다. 하남의 경우 휴게소 주변 공터와 주차장을 활용해 고속도로 본선 위로 수십 층의 건물을 올리고 싶었지만 여러 여건상 못하게 돼 아쉽습니다. 수도권에 들어설 복합휴게시설의 경우 각 사업주체가 우리 공사에 내는 임대료를 평균 내면 연 100억 원 정도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전국 휴게소 170개가 내는 1년 임대료를 모두 합해봐야 1300억 원 정도인 걸 고려하면 아주 큰 수익이죠.”

    해외사업 대박 예감

    도로공사는 선형 변경으로 폐도가 된 옛 고속도로 부지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하고 요즘 서민형 신재생 연료로 각광받는 목재 펠릿 생산을 위해 ‘에너지림’을 조성키로 했다. 도로공사 수익에도 일조하고 친환경 녹색발전을 도모하는 일석이조의 사업 개념이다. 장 사장은 “녹색인프라 설치를 통해 국가 에너지난 해소에 기여하고 생산된 신재생 연료를 사회적 약자에게 지원함으로써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경부고속도로만 해도 1970년 개통 당시와 비교해 그 형태가 대부분 바뀌었습니다. 굽은 선형을 바르게 펴고 노후한 도로를 버리고 새로 뚫으면서 옛 도로가 대부분 폐도가 됐습니다. 그런데 폐도가 워낙 낙후된 지역에 위치해 달리 개발도 못하고 버려진 곳이 많죠. 그래서 그곳에 태양광발전소를 짓고 목재 펠릿을 생산하는 에너지림을 조성하게 된 거죠. 사실 우리 공사의 수입 규모로 보면 큰 액수는 아니지만 자칫 쓸모없이 버려진 곳을 친환경에너지를 생산하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의미가 큽니다.”

    도로공사는 전국의 폐도와 유휴부지에 4.6MW급 태양광발전소를 5개 건립해 운영 중이다. 발전소당 발전량은 15층 아파트 29개동에 상시전력을 제공하는 수준. 도로공사는 휴게소주차장, 녹지대 등에도 태양광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확대 설치할 예정이다. 장 사장은 2월 5일 산림청 등과 폐도 20만㎡에 에너지림을 조성하고 20년간 총 1700t의 목재 펠릿을 생산한다는 ‘에너지림 조성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1700t의 목재 펠릿은 총 87만 L의 경유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

    장 사장은 미래 도로공사를 먹여 살릴 신성장 동력의 큰 축 중 하나로 해외사업을 선택했다. 44년간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유지 관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취지다. 장 사장은 “사장 부임 후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직원도 내보내고 해외법인도 만드는 등 해외사업을 추진했는데 이제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등지로 확대하고 있다. 최근 그동안 뿌려둔 씨앗들이 하나둘씩 열매를 맺고 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는 미국법인에 이어 중동의 중심인 아랍에미리트에도 지사를 설립했으며 아프리카 가나 서부간선도로 등 8건의 민관협력투자사업(PPP)에 대한 참여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에는 브루나이 경제개발청에서 발주한 135억 규모의 PMC(사업관리) 사업을 수주하기도 했다. 사업관리에는 해상교량(2.8km), 접속도로(2.2km), 부대시설 등에 대한 기본설계, 공사발주, 공사감리 및 유지 관리가 모두 포함된다.

    고속도로 전광판을 이용한 광고 수익의 확보는 장 사장이 취임 초기부터 추진한 신사업이다. 하지만 관련 법 시행령 개정이 늦어지면서 애를 태우는 상황. 그는 “전광판을 이용한 광고만 허용되면 한 해 100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盡人事待天命

    “고속도로상에는 정체나 안내 말씀 등 실시간으로 도로 상황과 안전운행에 대한 내용을 고지하는 전광판이 곳곳에 서 있습니다. 전광판 양쪽을 보면 비어 있는 공간이 있죠. 서울 인근 수도권 지역 전광판의 경우 이 공간만 활용해 광고를 내보내도 각 5억 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옥외 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의 전광판 광고 설치허용 대상에 ‘고속도로’라는 네 글자만 넣으면 되는데 국회와 관련 부처 등 백방으로 취지를 설명했지만 성과가 없습니다. 계속 노력할 작정입니다.”

    도로공사는 지출 축소와 이런 다양한 신사업 추진을 통해 2020년 45조 원으로 예상되는 부채를 32조 원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다.

    도로공사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한편,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도 다하고 있다. 헌혈 기부와 심장병 어린이 치료사업을 통해 4개국 203명에게 새 생명을 찾아주는 한편, 주요 도로관리시설과 전주수목원을 활용해 체험교실과 생태학교를 운영 중이다. 장 사장은 부임 후 각 휴게소에 중소기업제품전시판매관을 설치했다. 화성휴게소 등 4곳에 100여 개 중소기업이 1200여 개 제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는 ‘휴·쇼핑’이 그것이다. 도로공사가 지식경제부로부터 사회적 책임경영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다.

    도로공사는 청년실업 해소와 고령자 일자리 창출에도 발 벗고 나서고 있는데, 학력·연령 제한 없는 ‘열린 공채’를 실시해 전체 신입직원 채용과 고졸 직원 채용도 매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136명 신입직원 중 41명이 고졸직원이었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55세 이상 359명을 영업소 시니어 사원으로 채용하기도 했다. 장 사장은 창립 44주년을 맞은 소회를 묻자 이렇게 답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습니다. 지난 44년간 열과 성을 다해온 것처럼 앞으로 계속 일관되게 해간다면 ‘세계 최고 도로교통 기업’을 향한 우리의 비전은 더욱 앞당겨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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