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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관음증은 그들의 자유 우린 예술 위해 당당히 벗는다”

하영은 한국누드모델협회장

  • 최호열 기자 | honeypapa@donga.com

“편견과 관음증은 그들의 자유 우린 예술 위해 당당히 벗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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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과 관음증은 그들의 자유  우린 예술 위해 당당히 벗는다”
▼ 끝난 뒤의 느낌은 어땠나요.

“수치심이고 희열이고 느낄 겨를도 없었어요. 내 인생을 뒤흔든 어마어마한 사건이었고, 충격뿐이었죠. 다시는 안 할 마음이었기 때문에 아예 생각을 안 했어요.”

▼ 다시는 안 할 생각이었다면서 또다시 누드모델로 선 이유는 뭔가요.

“몇 달 후 또다시 경제적으로 큰 시련이 닥쳤어요. 당시 제 월급이 15만원이었는데 누드모델비로 10만원을 받았어요. 그 걸로 어느 정도 경제적 숨통이 트인 경험이 있어서인지 또 시련이 닥치니까 ‘한번 했는데 두 번은 못하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살기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했어요.”

그는 “지금 생각하면 이 모든 게 운명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운명처럼 천직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그런 케이스죠. 벗어나려고 노력도 해봤어요. 당시만 해도 벗는다는 게 사회적으로 수치로 여겨지던 시절이었잖아요. 단순히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운명이 장난처럼 자꾸 나를 벽에 부딪쳐서 하게 만들고 또 벽에 부딪쳐서 하게 만들었어요.”

버려진 명함

▼ 다른 직업을 갖지 않은 건, 누드모델 수입만으로도 충분했기 때문인가요.

“1992년 학교도 다니고 있었고, 여러 일을 하고 있어서 직장을 그만 둔 후 새로운 직장을 찾지 않았어요. 이건 수입으로 따질 수 있는 게 아니에요. 꼭 돈이 목적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 누드모델을 하면서 어떤 즐거움이나 보람이 있었다는 건가요.

“이 일이 좋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거죠. 그렇다고 희열을 느껴서 했다고 하는 건 가식인 것 같고…. 누군가가 나를 통해 뭔가를 표현한다는 게 좋았어요. 또 작가들이 제 덕분에 상을 받았다고 하거나 ‘네가 잘해서 좋은 작품을 얻었다’ ‘역시 하영은밖에 없다’는 칭찬을 들으면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계속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자긍심이 더 열심히 하게 만든 동력이 된 것 같고.”

얼떨결에 시작한 누드모델 일이었지만 그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1991년부터는 명함에 ‘누드모델 하영은’을 반듯하게 새기고 다녔다.

“당당해지기 위한 몸부림이었죠. 제가 당당해야 남들도 누드모델을 직업으로 인정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질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내 명함을 가지고 다니는 걸 부끄러워하더군요. 내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이상한 여자도 아닌데…. ‘우린 술집 나가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누드모델도 예술에 기여하는 사람’이라고 소리치고 싶은데 나 혼자 떠든다고 될 문제가 아니었어요. 하나보단 여럿이 뭉쳐야 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 같아 협회를 만들었죠. 무엇보다 내가 당당해지고 싶었어요.”

그는 1996년, 누드모델 20여 명과 함께 한국누드모델협회를 만들어 누드모델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다.

“반응은 반반이었어요. 잘했다는 격려와 칭찬도 있었지만, 세상이 말세라느니 이런 것들까지 설친다는 비난도 있었죠.”

▼ 처우나 인식이 많이 달라졌나요.

“협회를 만든 건 우리가 좀 더 양지로 나서고, 사람들이 이런 직업의 세계가 있다는 것을 인식시키기 위해서였지, 어떤 대가를 바란 게 아니에요. 만들었다는 자체가 중요한 거죠.”

한국누드모델협회는 현재 400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고 한다. 회원이 아니더라도 성희롱, 성추행을 당하거나 모델료를 떼이는 등 피해를 당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앞장서서 대처해주는 등 누드모델들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하는 우산이 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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