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기모토의 대표작 ‘번개 치는 들판’ 연작은 광활한 대지에 번개가 치는 짧은 순간을 포착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40만V의 전기를 금속판에 맞대는 위험천만한 실험을 통해 만들어낸 인공 번개다.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들이 과학적 방법을 통해 가시화되는 순간을 잘 잡아낸 작품이다.
하늘과 물이 잔잔한 수평을 이뤄내는 ‘바다풍경’ 연작은 지극히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진 속에는 사람, 등대, 배 등 어떤 사물도 없다. ‘황해, 제주’처럼 사진을 찍은 장소를 알려주는 제목을 읽은 후에야 추상적인 이미지가 다소 구체화된다. 마치 멈춰 있는 듯 지평선 너머로 멀어지는 바다를 가만히 바라보다보면, 바다를 향해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하염없이 기다렸을 스기모토의 고뇌와 고독, 그리고 깨달음이 느껴지는 듯하다.
●일시 3월 23일까지 ●장소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55길 60-16 삼성미술관 리움 기획전시실
●관람료 일반 7000원, 초중고생 4000원 ●문의 02-2014-6900, www.leeum.org
▲ 번개 치는 들판, 2009
1 헨리 8세, 1999
2 황해, 제주, 1992
3 U.A. 플레이하우스, 뉴욕, 1978
4 알래스카 늑대들, 1994